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크로스컨트리 ‘금’ 획득… 몸 만들기와 기록 단축에 집중

지난 14일 제16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남자 크로스컨트리스키 3km 좌식 경기에서 원유민 선수가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지난 14일 제16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남자 크로스컨트리스키 3km 좌식 경기에서 원유민 선수가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첫 목표였던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출전이 좌절돼 힘들었죠. 귀화를 선택한 이유가 태극마크였으니까요. 하지만 하루정도였어요. 바로 마음을 다잡고 베이징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훈련하고, 훈련하고, 또 훈련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 2022년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서는 꼭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고국의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뜻을 품고 한국을 찾았던 ‘장애인체육 1호 귀화 선수’ 원유민(31, 제주특별자치도).

안타깝게도 그의 꿈이었던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출전은 무산됐지만, 여전히 원유민 선수는 국가대표로 하루하루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첫 목표였던 평창에서는 아니지만 2022년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설원을 질주하기 위해서다.

지난 14일 제16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가 한창인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만난 원유민 선수는 남자 크로스컨트리스키 3km 좌식 경기에서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하다 며칠 전 들어와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지만, 기록은 나쁘지 않다.”고 자신의 경기를 평가하는 한편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신의현 선수가 국제대회 일정으로 자리를 비워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다.”며 솔직한 표현을 하기도 했다.

기록은 7분16초30으로, 2위의 8분32초80 기록과 1분 넘게 차이가 났다. 국가대표이기에 ‘예상가능 한 결과’라는 예측이 나올 수 있지만, 사실 원유민 선수는 노르딕스키를 시작한지 이제 막 2년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남자 크로스컨트리스키 3km 좌식 금메달을 획득한 원유민 선수(가운데).  ⓒ대한장애인체육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남자 크로스컨트리스키 3km 좌식 금메달을 획득한 원유민 선수(가운데). ⓒ대한장애인체육회

그는 “하계종목에서 동계종목으로 바꾼 뒤 혹독한 추위에 적응이 쉽지는 않다. 한국은 괜찮지만, 전지훈련 중이던 캐나다는 영하 25도까지 떨어져 훈련이 어려울 정도.”라는 쉽지 않은 적응기를 전했지만 곧이어 “처음 노르딕스키를 시작했을 때보다 크로스컨트리 7.5km 기준으로 보면 6~7분 정도 기록을 앞당겼다.”며 노력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어 “당장 동계체전이 끝나면 2019 캐나다 프린스조지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해 곧바로 출국해야 한다.”며 “한 시즌 한 시즌 거듭하며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장애인체육 첫 귀화 선수라는 이름은 내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한다. 더 많이 기억하고 응원해 준다면 그 또한 자랑스럽다.”

원유민 선수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캐나다의 휠체어농구 국가대표였다. 2016리우패럴림픽에도 출전할 정도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한국에서 태어나 4살 때 교통사고로 장애를 두 다리를 잃었다. 이후 12살이 되던 해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고, 생활체육으로 시작했던 휠체어농구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국가대표까지 됐다.

그런 그가 돌연 평창동계패럴림픽을 1년 여 앞둔 2017년 초 한국으로 향했다.

평창 대회를 앞두고 ‘러브콜’을 받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꿈이 생겼다. 처음 제안 받았던 장애인하키와 노르딕스키 중 노르딕스키를 선택했다. “휠체어 농구가 단체종목이었기에 개인 종목에 눈길이 갔다.”는 그에게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은 나쁘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제주도장애인체육회 소속으로 휠체어농구 선수로 시작하며 노르딕스키에 입문했다.

그 해 2월 개최된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는 노르딕스키를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크로스컨트리스키와 바이애슬론 4km 부문에서 각각 은메달을 따내며 준비된 체력과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7년 7월, 드디어 법무부로부터 캐나다 국적의 원유민 선수의 대한민국 국적이 회복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장애인체육 첫 귀화 선수'가 그의 또 다른 이름이 됐다.

지난 2월 개최된 제14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노르딕스키에 출전한 원유민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지난 2017년 2월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처음 출전한 원유민 선수의 경기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순조로울 줄 알았던 그의 목표 앞에 시련이 찾아왔다.

평창동계패럴림픽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난해 초, 출전이 무산됐다. IPC 국제패럴림픽위원회 규정에 ‘국적을 바꾼 선수는 이전 국적으로 출전한 마지막 국제대회 이후 3년 간 패럴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창에서 베이징으로 무대가 바뀌었을 뿐, 하루 만에 털어 버리고 훈련을 했다. 내 손을 떠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1년 여의 시간이 지나고 동계체전에서 다시 만난 원유민 선수. 슬럼프는 없었다. 좌절과 시련을 툴툴 털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평창을 바라보고 한 선택이었기에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그래도 하루 정도 뿐이었다.”며 “훈련을 더 열심히 하자고 마음을 다잡았고, 창성건설 실업팀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찾아왔다.”고 지난 1년의 시간을 담담히 설명했다.

목표를 2022년으로 재설정했다. 태극마크의 무대가 평창에서 베이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원유민 선수 “훈련하고, 훈련하고, 또 훈련하고.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팀은 365일 중 240여 일의 훈련을 소화하며, 하루 일과에 훈련이 전부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며 “훈련과 기술을 익히는 것만큼 노르딕스키에 맞게 몸을 만들고 체중을 줄이는 데도 신경 써야한다.”고 계획했다.

이어 “노르딕스키와 국가대표 팀을 기억하고 응원해 준다면 꼭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며 관심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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