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지역사회 통합, 정신질환 장기·만성화 ‘계속’
말뿐인 지역사회 통합, 정신질환 장기·만성화 ‘계속’
  • 최지희 기자
  • 승인 2019.02.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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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입원 요건을 강화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 발효됐다. 그리고 시행된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달 25일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故 임세원 교수의 사망 사건 이후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현행보다 비자의 입원 대상과 요건을 완화해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후퇴시키는 내용’이라는 정신장애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이 무색하게도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의 고통은 여전하고 꾸준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 27일 한국정신장애연대, 이명수·오제세 국회의원 등과 정책토론회를 열고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9월 1일~10월 1일까지 당사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개인 일반사항 ▲인권 관련 영역 ▲지역사회 정신건강 및 사회서비스 영역 ▲지역사회 거주 영역 ▲독립생활 영역 ▲지역사회 재통합 영역 등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인권위는 충실하게 작성된 당사자 375부와 가족 161부를 토대로 결과를 분석했다.

입원 절차와 과정만 ‘시끌’, 당사자와 가족은 어디에?

탈원화와 지역사회 통합은 이미 국제 사회가 정책과 제도의 방향으로 삼고 있으며, 그 필요성·중요성에 대한 의심의 여지는 없다.

한국의 탈원화는 아직 요원한 상태라고 평가 받는다. 2015년 조현병 환자 병원입원 평균 기간은 OECD 평균 약 49.1일, 한국은 무려 4배가 넘는 약 221일에 달한다.

이른바 선진국의 입원병상수가 1980년대 이후 감소하는 추세지만, 한국은 1990년대 중반 약 3만 개였던 병상이 2017년 현재 8만3,000개로 대폭 늘었다.

이후 2017년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이 이전 법률에 비해 비자의 입원 요건과 절차를 강화한 데 따라 비자의 입원은 현격하게 줄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2016년 비자의 입원률은 약 61.6%, 2018년 4월 비자의 입원률은 37.1%였다.

그러나 장기 입원 중인 중증 정신질환자 입원률은 약 3.8%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인권위는 ‘이는 병상수가 거의 변하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설 중심 치료방식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변화시키지 못했다’고 바라봤다.

실제로 이번 실태조사에서 당사자와 가족의 절반가량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지역사회 생활을 위한 서비스 또는 복지서비스에 대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정신병원 입원 횟수 및 기간. ⓒ국가인권위원회
정신병원 입원 횟수 및 기간. ⓒ국가인권위원회

 당사자가 병원에서 퇴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퇴원 후 살 곳이 없기 때문(158명, 24.1%)‘이었다.

이어 ‘혼자서 일상생활 유지가 힘들기 때문에(144명, 22.0%)’, ‘가족과 갈등이 심하여 가족이 퇴원·퇴소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106명, 16.2%)’, ‘병원 밖에서 정신질환 증상관리가 어렵기 때문에(87명, 13.3%)’, ‘지역사회에서 회복·재활을 위해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53명, 8.1%)’, ‘정신병원이나 요양시설 종사자들이 병원에 머물기를 권유해서(37명, 5.6%)’, ‘병원에 머무는 것이 익숙하고 편해서(37명, 5.6%)’,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것이 무섭기 때문에(33명, 5.0%)’ 순이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당사자의 가족 또한 약 95%는 ‘퇴원 후에 다른 사람이나 가족의 도움 없이 살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장애인 차별하는 장애인복지법, 빈곤으로 내몰아

“지원 대상 열어놓는 유연성 갖춰야”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실 조윤화 책임연구원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가 복지제도에서부터 일어나고 있음을 살폈다.

한국은 장애인복지법의 단일한 의학기준의 ‘장애 정의’가 장애인 관련 소득보장정책, 고용정책, 사회서비스 등에 일률 적용되고 있다. 이는 비단 장애인연금 뿐만 아니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등 여러 가지 법과 연계된다.

정신질환이나 질병이 있어도 장애인복지법의 등록 장애인, 국제질병분류표 ICD-10(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10th Version)의 진단지침에 따른 기준에 해당하지 못하면 주거, 교육, 노동을 비롯한 사회서비스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조 연구원은 “정신장애인 51%~57%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1~2급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체로 보면 76%가 저소득층이다. 장애인복지제도의 문제점이자 장애인복지법 자체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정신장애인을 빈곤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는 4월부터 장애등급이 경과 중으로 이분화 된다. 정신장애인은 1~3급만 있기 때문에 이른바 경계성에 있는 사람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며 “정신건강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의 미묘한 관계도 되짚어야 한다. 정신장애인 관련 문제를 정신건강정책과에서 할 것인지, 장애인정책과에서 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하는 지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욕구에 맞게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1차로 돌봄이나 직업재활 영역에서만이라도 등급이나 등록이 아닌 별도의 사정도구에 의해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체질환은 인정하면서 정신질환은 인정하지 않는 제도

“초기 치료와 조기 중재 중요, 서비스·인력 분절 만성화 낳는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정신질환 치료율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1/3~1/2 수준(정신분열 외국 68% 한국 21%, 우울증 외국 44% 한국 23%, 알콜의존·남용 외국 22% 한국 8%)이다.

입원한 환자 가운데 실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절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의 지원이 원활하지 못했다.

지역사회에서 서비스 받아야 하는 대상 가운데 실제 지역사회에서 서비스를 받는 경우는 1/8~1/7에 불과했으며, 전체 정신질환자의 절반 이상이 지역사회에서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윤 교수는 지역사회 통합에 모두가 동의하고 있음에도 이뤄지지 않는 원인을 정신건강 지불제도에서 찾았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 의료급여, 정신건강 관련 사업에 쓰고 있는 돈을 모두 합치면 약 5조 원이다. 이는 전체 건강보험진료비의 7%쯤 되는 돈으로 적지 않은 부분이다. 전체상 예산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정말 문제는 잘못 쓰고 있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환자는 질 낮은 서비스를 받고 국가는 많은 돈을 지불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회 복귀에 필요한 상담, 위기 개입, 주거 등의 서비스에서 보험이나 의료급여에 대해 돈을 주지 않는다. 신체질환이 혈액검사와 영상검사가 필요한 것처럼 정신질환은 상담, 재활, 사례관리, 위기개입, 주거가 필요하다. 왜 신체질환에 대해 필요한 서비스는 인정하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서비스는 인정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따라서 입원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는 있지만 질이 낮고, 질이 낮으니 회복은 되지 않고, 회복이 되지 않으니 만성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당사자의 가족은 지역사회에서 돌볼 수 있는 국가의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모든 부담을 짊어지게 되고, 그 부담이 과중하니 대안이 입원일 수밖에 없는, 비참한 선택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윤 교수가 제시한 중증 정신질환 최초 입원기관 유형별 연평균 총 진료비(위)와 장기입원 경험률(아래). 단기 집중 치료가 효과가 있음에도 장기입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태며, 이는 ‘환자는 질 낮은 서비스를 받고 국가는 많은 돈을 지불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윤 교수가 제시한 중증 정신질환 최초 입원기관 유형별 연평균 총 진료비(위)와 장기입원 경험률(아래). 단기 집중 치료가 효과가 있음에도 장기입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태며, 이는 ‘환자는 질 낮은 서비스를 받고 국가는 많은 돈을 지불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신건강복지법에 담겨야 할 것은 당사자가 더 나은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라며, 지역사회 서비스에 대한 급여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별도의 수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법으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에서 어떤 서비스를 지원하고 누구에게 돈을 주는지 정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응급의료 수가에 관한 사항은 건강보험법과 별도로 응급의료법에서 정하고 있으므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또 사회서비스공단이 지역정신건강센터를 운영하도록 하고, 해당 지역정신건강센터가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로 진료비를 받도록 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재량자금을 갖고 병원, 의원, 지역정신건강센터 등을 연계하고 통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의 당사자를 관리·지원해서 결과가 좋아지고, 장기입원에 쓰는 돈을 줄여 전체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면, 그를 통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완 교수와 국립정신건강센터 이상훈 정신건강교육과장 역시 국가의 계획 수립이 관건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김성완 교수는 “캐나다, 호주, 영국, 미국 등은 국가가 서비스에 대한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신빙성 있는 근거를 기반으로 가족 중재, 인지행동치료, 지원 고용, 조기 중재 서비스, 신체건강을 위한 생활습관 개선, 물질 남용에 대한 치료, 집중적 지역사회 치료, 인지 교정, 사회기술훈련, 동료지원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영국을 살펴보면 공공의료기 때문에 환자 1명을 보나 100명을 보다 기관에서 받는 돈은 똑같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길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2주 안에 치료를 시작하도록 감시·감독하고 있다. 그만큼 조기 중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과장은 “한국에는 1만5,000여 명의 전문인력이 있다. 양으로는 증가했는데 팀으로 일할 수 있는 기관이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가의 지원, 교육과정, 사업 연결, 보수교육 등에 대한 국가의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당사자와 그 가족의 활동을 지원하고 연대하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계획도 들어 있어야 한다. 호주에서는 전국 당사자 가족 포럼을 열어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있다. 다음달에 한국에서도 이러한 포럼이 열릴 예정.”이라고 알렸다.

“재입원률 낮추고 외래방문 높이는 방향 모색하겠다”

보건복지부 홍정익 정신건강정책과장.
보건복지부 홍정익 정신건강정책과장.

보건복지부 홍정익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최대한 찾고 있다’며, 이번 실태조사를 근거로 예산을 확보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퇴원 뒤 한 달 안에 재입원하는 비율이 40% 가까이 된다. 한 달 안에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 비율도 40% 가량이다. 초발 환자에 대한 집중 치료 서비스를 발굴하고 있고, 기존 만성화 된 환자는 지역사회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홍 과장은 “초발이든 만성화든 위험해지는 시기에 필요한 전화, 쉼터, 병원 등의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동료지원이나 가족지원은 이미 민간에서 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부가 조금만 도와주면 발전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에 대해서도 발굴하려고 한다.”고 이야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