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승진시켜야 할까?’ 구성원들 중에는 승진을 원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승진을 원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승진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도 아니다. 또한,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승진을 시켰더니 전혀 다른 모습으로 퇴보하는 구성원들도 있다. ‘어떤 인재를 승진시켜야 조직에서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개인에게 주는 질문을 해보자. ‘승진하기를 원하는가? 원한다면, 왜 원하는가?’ 승진에 대한 동기는 두 가지 요인으로 축약될 수 있다. 하나는 승진을 통해 ‘권한’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권력이 주어진다는 것이다.내적동기가 강한 사람은 외적인 보상보다는 일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호기심 등의 욕구충족에 의해 일한다. 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기반이 바로 ‘권한’이다. 

반면 외적동기가 강한 사람은 자아실현보다는 급여나 처우, 편안함 등의 외적 보상에 의한다. 그리고 그 욕구를 충족해주는 것이 바로 ‘권력’이다. 때문에 내적동기에 의한 권한을 추구하는 구성원들의 승진은 도전하고 변화를 도모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지만, 외적동기에 의해 권력을 추구하는 구성원들의 승진은 자신들이 점령한 처우와 보상, 그리고 편안함을 유지하는 것으로만 작용된다.  

비영리조직의 조직도를 보면 관(원)장 아래에 국(부)장이라는 직위가 있다. 그런데 이 직위의 원래 개념은 총무라는 직무였다. 총무는 조직의 안살림 등을 도맡아하던 보직의 개념으로써 직책보다는 직무에 가까웠다. 사회복지분야가 1990년대 확장되면서 조직 역시도 규모를 갖게 되는데, 이때 총무라는 직무는 직위로 모습을 바꾼다.여기에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조직의 사업이 커지면서 관(원)장을 보좌할 만한 직책이 필요했던 것과 또 하나는 구성원들의 동기부여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구성원들이 승진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었고, 관(원)장이 되기에는 자리도 부족하고 시기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동기부여 차원에서 국(부)장이라는 직책이 만들어진 것이다.

나름 그 이유가 타당하기는 하고, 여러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나 여기서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는 관(원)장과 국(부)장이라는 카르텔이 형성되면서, 무소불휘의 권력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조직의 비리나 인권문제가 발생된 조직을 들여다보면 이 두 직위의 막대한 권력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권력은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기도 하며, 구성원들에 대한 권한의 위임을 주저하게 만들며, 권력유지에 조직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지나치게 집중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로 인해 조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구성원들의 동기부여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관(원)장, 국(부)장으로 굳이 승진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규모가 크지도 않은 비영리조직에 국(부장)이라는 직위가 필요할까’ 만약, 승진하고자 하는 이유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권력’이 아니라 일의 의미를 찾기를 위한 ‘권한’이라면, 굳이 승진할 필요도 없고, 굳이 관(원)장이나 국(부)장이 될 필요는 없다. 

영리기업의 조직을 보면 COO(최고운영책임자 Chief Operating Office, CHO-인사최고책임자, CMO-마케팅최고책임자, CFO-재무최고책임자, CSO-서비스최고책임자)라는 직책이 있다. 이는 능력에 따라서 권한과 책임의 직책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굳이 상위 보직으로 승진을 하여야만 자신의 내적동기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현재의 직위 안에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는 것이다.

국(부장)으로 승진하지 않아도 주어진 직위 안에서 자신의 욕구와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권한과 책임, 그리고 그에 대해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굳이 승진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된다면 소수의 몇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직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할 필요도 없다. 또한 권한이 다수에게 분배됨으로써 조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조직에서의 관(원)장의 역할은 더 이상 관리와 통제의 역할이 아니라 파트너십과 협의의 역할이 요구된다. 또한 구성원들도 자신이 가진 능력에 의해 다양한 경로로 경력개발 할 수 있게 되고, 하고 싶지 않은 승진을 억지로 할 필요도 없게 된다. 그럼으로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역량도 역시 관리와 통제의 역량이 아니라 개별적 역량이 요구되는 변화를 얻게 될 것이다. 마침내는 조직과 모든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동기요소는 권력이 아닌 권한으로 인식된다.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br>
승근배 계명복지재단 양지노인마을 원장

우리는 권력을 원하는가? 권한을 원하는가? 대다수의 많은 구성원들은 권한을 원한다. 일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권한을 얻기 위해서는 승진을 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권한이 권력으로 변질되면서 내적동기에 의한 동기부여는 외적동기로 퇴색된다. 이러한 악순환의 굴레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승진이 아니라, 현재의 직위에 역량과 동기에 따라 직책을 통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현행은 2급 국(부)장이 조직마다 1명뿐이지만, 이렇게 되면 국(부)장이라는 직위는 사라지고, 권한과 책임에 따라 2급이 여러 명이 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동기부여 요소가 더 촉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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