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오후 1시 42분 둘째 아이가 태어났고, 아내와 궁리끝에 이름은 선우(고울 嬋, 도울 祐)로 지었다. 아름답게 살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우며 함께 살아가라는 의미다. 선우가 태어나고 많은 사람들로 부터 축하를 받았는데, 한 지인의 진심어린 걱정이 잔잔히 전해왔다. 

“축하해요. 정말 많이 축하 하는데.. 양가 부모님들도 멀리 계시니 아이가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겼을 때 가까이에 도움 받을 손길이 없는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되요. 응원할게요!” 

지인의 말이 백번 맞다. 지금까지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도 급하게 도움 받을 일이 생길때마다, 우리 부부는 연차 휴가를 번갈아 사용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아직까지 그런적은 없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정말 답이 없다. 

앞으로 두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막막함이 밀려왔다. 현재 상황으로 우리 부부에겐 두 아이를 키우는 일마저 벅차 보인다. 셋은 감히 엄두도 못낸다. 지인의 말을 듣고 저출생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봤다. 

앞으로 저출산이란 용어보다 ‘저출생’이란 용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저출산이란 용어가 인구수 감소 문제의 원인을 여성으로 지목하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용어가 저출생이기 때문이다. 

인구절벽은 전 세계적인 양상이며, 한국사회만의 특수한 문제는 아니다. 2005년 저출생·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된 이래 저출생 대책에 135조원이라는 엄청난 재정을 투입했지만, 소용없는 일이 됐다. 왜냐하면 작년 연말, 올해 합계출산율이 1.0명 미만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인구 천만도시 서울에서 하루에 태어나는 아기 숫자가 처음으로 200명 이하로 떨어지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지난 14년 동안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붓고도 우리나라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기에, 지금까지의 저출생 대책의 방향과 주요 내용 등에 대해 짚고 넘어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저출생 대책의 주요 내용은 아이를 낳으면 돈을 지원하는 출산율 정책이었다. 과거보다 아동수당, 양육수당 등이 신설되어 지원금의 총량은 많아졌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환경때문은 아닐까?

개인적으로 저출생 대책이 ‘지역사회 중심’으로 디자인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국가가 책임지고 키운다는 생각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온전한 돌봄’이 가능한 정책을 세우고 진행하는 과정 말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선 다양한 접근 방법이 필요하겠지만,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전한 국공립 보육시설이 지역별로 충분히 설치되어 운영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역별로 아이 키우는 부모들 간에 관계가 생길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정기적으로 마련하여, 가까운 지역에 살고 있는 부모들의 필요에 따라 서로 돌봄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저출산 문제를 결혼하지 않는 청년이나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부모의 탓으로 몰고 가지 않았으면 한다. 태어난 아이가 딛고 커 나가는 ‘지역사회 안에서’ 온전한 돌봄이 되는 대한민국이 된다면, 느리더라도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조금씩 해결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내의 동의가 필요하겠지만 2에서 3으로 갈 의향이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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