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있지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중앙장애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 방안으로 국가장애인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행 국무총리 산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는 회의체 심의기구로 ▲장애인 종합정책 수립 ▲관계 부처간의 의견 조정 ▲정책 이행 감독·평가다.

그러나 본래 목적과 기능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어, 장애인정책의 통합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중앙정부 차원의 국가장애인위원회가 설치돼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전혜숙 국회의원은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를 위한 토론회’를 지난 3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었다.

공급자 중심 행정 전달체계, ‘파편화’에 따른 비효율

발제를 맡은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우주형 교수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살피며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 필요성과 방안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가운데 새부 내용으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포함돼 있고, 중앙정부의 제대로 된 장애인정책 관제탑의 필요성은 장애인기본법안을 주장하는 쪽에서도 포함하고 있는 공통분모인 만큼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는 검토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장애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가운데 중앙정부의 공적 전달체계상 문제점으로 장애인복지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장애인복지정책간 상호연계성 미흡을 꼽았다. 장애인복지 업무의 주무부서는 보건복지부이지만 고용노동부(장애인 고용), 교육부(특수교육), 국토교통부(이동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접근성), 기획재정부(세제 혜택), 문화체육관광부(장애인체육·문화), 법무부(장애인차별 시정), 여성가족부(여성장애인), 중소벤처기업부(장애인 창업 지원), 행정안전부(장애인 재난·안전) 등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다.

이처럼 담당 주무부서가 달라질 수 있어 통일성·연계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업무 처리 중복에 따른 낭비와 비효율을 가져올 수 있으며, 장애인 당사자에게 혼란과 불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사례로 장애인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 문제를 그 예로 들었다.

우 교수는 “지난해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문제가 불거졌을 때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는 현재까지도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제대로 부서간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인 이용인에게 돌아감을 알게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정책 통합 체계와 효율성 기대… 예산부터 심의할 권한 주어져야

이어 “보건복지부가 단순히 장애인정책의 소관 비중이 높다고 각 부처와의 동등한 입장에서 총괄·조정한다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취합 기능에 머무르기 쉽다.”며 “장애인 당사자는 공급자 중심의 행정 전달체계 안에서 파편화 된 정책 내용에 개별 대응해야 하므로 만족도 또한 제고시키기 쉽지 않다.”고 바라봤다.

따라서 대통령 소속 아래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를 주장했다. 우 교수의 제시안을 살펴보면 국가장애인위원회는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의 수립·시행 △관련 법령의 제정·개폐 △관련 제도 개선과 예산 지원 △관련 부처의 협조와 의견 조정 △장애인정책 추진상황에 대한 감독과 평가 △장애인정책 개발·연구와 실태조사 △장애인 관련 국제조약의 국내 이행상황 점검 △다른 법률에 의해 국가장애인위원회 소관으로 규정된 사항 △그밖에 위원장이 심의·의결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에 대해 심의·의결 권한을 갖는다.

반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용기 사무총장은 국가장애인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이 아닌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총장은 “대통령 소속으로 두면 격이 상향되므로 장애인정책의 관제탑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판단되는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대통령의 정치이념과 장애인 관념에 따라 장애인정책은 의도와 관계 없이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올바른 장애인정책 시행을 위해서는 국가장애인위원회에 행정부 감독·조정 권한과 예산의 사전 심의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를 위해서는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를 위한 당당TFT 구성, 당론 채택, 장애계 내부의 의견 통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편적 정책 속 공감·반영 필요… ‘혐오와 차별 없는 평등사회’가 방향

한국장애인관광협회 홍서윤 대표는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주거, 교육, 문화활동, 이동, 기술 등 장애가 있는 국민이라고 특수화 된 것이 아닌 보편된 국민의 삶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것이 국가장애인위원회의 설치 목적과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사회가 화두로 떠오르며 자율주행차가 나온다고 하는데 장애인은 이제 고속버스를 타고 있다. 대응해야 할 사회문제가 산재해 있음에도 복지정책 외 장애인정책은 논의조차 되지 않거나, 발전 속도가 느리거나, 혹은 시혜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회의 변화 속도는 상상 이상이나 장애인을 위한 정책은 항상 마지막이거나 여력이 있을 때만 주어진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요구하는 정책은 고도화 되고 있지만 실제 정책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 장애인정책의 전환기를 마주하게 됐다.”며 “모든 국민을 포괄하지 못하는 정책 개선을 어디서부터 요구해야 하는가? 모든 정부 사업에서 장애가 있는 국민을 얼마만큼 고려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책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는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 촉구 등의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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