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성명]농아인단체와 대비되는 방송사의 강원도 산불 재난방송
-재난방송 장애인 정보제공 규정을 만들고, 전담 통역사도 지정되어야 한다-

강원도 지역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가슴을 타들어가게 했던 강원도 지역 산불이 어느 정도 진화되었다(6월 오전) 한다. 하지만 불길이 남기고 간 상처는 너무도 크다. 그래도 고성군·속초시·강릉시·동해시·인제군 등 5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6일)되어 앞으로 복구를 하는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산불 진화의 과정에서 전국에서 달려온 소방관들과 지역주민, 각지에서 도움을 준 시민 등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다. 일부 장애인단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속초농아인교회(강원도 속초시 중앙로)가 전소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때 농인(청각장애인)들의 인명피해에 마음을 졸였다.

하지만 강원도 지역 농아인협회가 지역의 청각장애인들에게 연락해 거처를 묻는 등 상황을 확인했다. 스마트폰의 문자, 영상을 통한 수어로 대화하면서 이들의 안위를 지속적으로 확인을 한 것이다. 강원도 지역 농아인협회의 적절한 대처 때문일까, 농인들의 인명피해 소식은 없다.

지상파방송에서도 5일 9시(KBS, SBS)부터 산불 속보에 수어통역을 시작했다. MBC와 YTN 등 보도를 전문적으로 하는 방송에서도 9일 정오 이후 수어통역을 일부 내보냈다. 하지만 산불로 공포의 밤을 보내야만 했던, 긴급히 대피가 필요했던 4월 3일 밤부터 4일, 그리고 5일 아침까지, 수어통역 방송을 한 것은 없었다. 방송사에서는 뉴스특보를 보내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특히 KBS는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 지정된 방송사임에도 수어통역을 하지 않았다.

재난방송에 대한 규정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이하 방발법)에 근거한다. 그리고 방발법 제40조에 의하여 재난방송에 수어통역방송, 자막방송, 화면해설방송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방송사는 재난방송을 내보내면서 수어통역, 화면해설 등을 같이 내보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재난 방송에서 방송사들이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저녁부터 수어통역이 없는 재난방송에 대하여 장애인들이 온라인과 전화상으로 항의를 시작했다. 이에 방송사들은 부랴부랴 수어통역사를 섭외했다. 하지만 밤이 늦었고, 방송통역 전문 수어통역사를 급하게 섭외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5일 9시 이후부터 일부 지상파방송사들이 수어통역이 들어갔다.

상황이 이렇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두 가지만 보자. 첫째, 재난방송에서 수어통역의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것이다. 이는 화면해설도 마찬가지이다. 화면해설의 경우는 일반적인 화면해설 제작 방식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서비스 자체를 포기해 버린다. 둘째, 수어통역사의 수급을 방송에서 수어통역을 하는 통역사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만일 방송에서 수어통역을 하는 통역사가 다른 통역사를 수급하지 못하면 오랜 시간 통역을 못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이 기회에 재난방송에서 장애인에 대한 정보제공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미비한 규정도 보완해야 한다. 첫째, 재난방송에서 수어통역과, 자막, 화면해설의 지원방식 등을 정해야 한다. KBS의 경우는 재난방송 주관방송으로 지정된 곳이라 장애인에 대한 모든 정보에 수어통역 등 서비스를 해야 한다. 따라서 화면해설의 경우도 현재와 같은 화면해설 제작 방식이 아닌 현장 제공방식의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화면해설에 대한 지원 범위도 정해야 한다.

둘째, 지상파방송은 수어통역과 자막 제공은 필수로 해야 한다. 화면해설의 경우는 제공 범위를 정하고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뉴스보도 전문방송의 경우도 수어통역과 자막, 화면해설의 제공 범위를 규정해야 한다. 방송사의 편의에 맞게 수어통역을 하면 안 된다. 가능하면 중요한 정보는 모두 수어통역이나 자막, 화면해설을 제공할 수 있도록 뉴스보도 전문방송의 경우도 재난방송프로그램에 대하여 강화하여야 한다.

셋째, KBS를 포함하여 지상파방송은 재난 방송을 전담할 수 있는 수어통역사와 화면해설을 할 수 있는 전문인을 방송사마다 지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방송사에서 통역하는 통역인에 의존하는 아마추어 방식 운영은 더 이상 안 된다. 재난관련 방송을 할 수 있는 수어통역사나 화면해설사를 지정하고 위급 시에 호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단체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재난방송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정보지원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와 같은 비전문적인 지원 방식으로 장애인의 알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다. 그리고 빠르고 바른 대처를 할 수 없어 인명과 재산피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방송사와, 방송사를 관리 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에 그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요구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재난방송에서 장애인에 대한 정보제공 기준과 제공방식을 점검하라. 이를 통하여 관련 기준을 개선하고 매뉴얼을 만들어라. 또한 방송사는 수어통역과 화면해설을 제공할 전문인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유사시에 서비스 제공에 투입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시행하라.

2019년 4월 6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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