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편의시설 이용 접근 차별 “장애인차별금지법 11년, 언제까지 배제돼야”

“장애인에 대한 편의와 차별에 대해 담고 있는 법들이 제정되고 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장애인은 원하는 곳에서 밥 한 끼 차 한 잔을 제대로 마시기 어려운 현실 앞에 변함없이 놓여 있다.

편의점, 커피숍, 식당 등에서 배제되고 있는 장애인의 차별 현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 진정한다.”

ⓒ최지희 기자
ⓒ최지희 기자

지난해 기준 4만 개가 넘는 편의점은 일상생활의 일부가 돼 24시간 편리하게 이용되고 있다. 또한 국민 1인당 1년 동안의 커피 소비량이 무려 400잔에 이르는 등 커피전문점도 늘고 있다. 여기에 수많은 식당들을 합하면 생활편의시설은 말 그대로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과연 모든 이들에게 접근을 허용하고 있을까.

11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계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생활편의시설 이용접근에서의 장애인차별 인권위 집단진정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집단 진정에는 52명이 진정인으로 참여했다.

특히 이날은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1년이 되는 날로, 장애인 차별에 대한 심각성과 문제 제기가 더욱 거셌다.

또한 올해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이 처음 시행된 지 21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에 주최측은 “장애인에 대한 편의와 차별에 대해 담고 있는 법들이 20여 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서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은 생활편의시설에서 배제되고 차별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못 들어가요’, ‘자리 없어요’… 출입 막는 편의점, 커피숍, 식당 등

이날 접수된 진정서에는 피진정인으로 주요 생활편의시설이 이름을 올렸다.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이디야·탐엔탐스·엔젤리너스 등 커피전문점, 맥도널드·김밥천국·빕스·아웃백 등 식당들이 전면에 표기됐다.

이들 대부분은 경사로와 승강기 미설치는 물론, 높은 턱과 매장 앞 계단 등이 장애인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건물 안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장애인화장실이 없는 경우도 있다.

최근 무인판매대가 늘어나면서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 등 어려움에 대한 호소가 늘어가고 있다.

또한 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에 대한 배제와 예약이 없음에도 거짓말로 장애인의 출입을 거부하는 행위도 있다는 것이 장애계의 전언이다.

실제 기자회견 현장에 참석한 장애인 당사자들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들을 내놓았다.

노들야학 김명학 활동가는 약 1년 전 투썸플레이스와 GS25 앞에서 이와 관련해 소송을 진행한바 있다.

김 활동가는 “배가 고파서 식당에 가더라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비장애인은 살피지 않고 가고 싶은 곳에 가는데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배제 당하고 차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들야학 김명학 활동가. ⓒ최지희 기자
노들야학 김명학 활동가. ⓒ최지희 기자

있어도 안 지키는 법 “강력한 시정조치만이 답이다”

피진정인으로는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도 이름을 올렸다. 관련법과 정책을 올바로 이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에서는 생활편의시설의 장애인 접근 배제 등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해 편의제공을 거부하는 것을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동법 18조에서는 시설물 접근과 이용의 차별금지를 명시하며,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는 장애인이 접근·이용하거나 비상시 대피함에 있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헌법은 정한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UN장애인권리협약이 담고 있는 장애인의 접근을 보장하는 적절한 조치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정당한 편의’보다는 ‘차별’을 찾아보기 더 쉬운 현실이다.
 
기자회견 주최측은 “장애인의 일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인권위가 강력한 시정권고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특히 관련법의 허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장애인등편의법에서는 300제곱미터 이상의 대규모 상점에 대해서만 장애인편의에 대한 규정을 강제하고 있다. 바닥면적과 건축일자를 기준으로 300제곱미터 미만 음식점, 편의점, 제과점, 약국 등 공중이용시설에 대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면제하고 있는 것.

실제 2014년 사업장 면적규모별 사업체수(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없는 일반음식점의 비율은 95.8%로, 전국 대부분의 음식점이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과점의 99.1%, 식료품 소매점의 98.0%도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없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가 지난 2017년 관련법 개정을 권고했고,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는 개선 의지를 밝혔지만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불수용입장을 통보해 온 바 있다.

사단법인 두루 최초록 변호사는 “이는 입법자의 무지이다. 현행 법률을 방치하는 것은 그저 방치가 아니라 차별이다. 장애가 있는 고객에게 ‘자리가 없다’, ‘시간이 없다’고 거부하고 바로 직후의 비장애고객에게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의 문제일까.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이고 제도의 문제.”라며 “헌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모두 어기는 중대한 차별 행위다. 즉각 시정되길 바라며 강력하게 권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장애계 단체는 “나아가 피 진정인들이 차별행위를 중단하고 장애인의 이용과 접근의 권리를 신속하게 보장해 나갈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가 법 개정과 정책개선을 우선 조치 할 수 있도록 시정이 필요하다.”며 “더 이상 일상에서 차별받지 않고 비장애인과 평등한 환경 안에서 생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인권위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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