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거주시설에서의 삶 증언대회-그곳에 사람이 있다’ 이봄 씨

제 의견을 물어보는 건 없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봄입니다. 1994년 다섯 살 때 시설에 입소해서 2018년 스물아홉 살 때 퇴소했어요. 제가 처음에 입소한 시설은 명심원이었고, 어렸을 땐 한 방에 40명이 있었어요. 저는 당시에 5살 꼬맹이였으니까 거의 애기들 방은 누워있었어요. 꼬맹이 방, 남자방, 여자방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다 몸을 못쓰니까 거의 누워서 생활했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장애가 덜한 저에게 서울 강서구에 있는 그룹홈에 가면 어떻겠냐고 해서 열두 살에 옮겨갔어요.

그 당시엔 그룹홈 1개당 5명이 생활했고, 나중엔 줄어서 4명이 살았어요. 선생님 1명이 거주인 4명을 봤어요. 같이 사는 사람들은 모두 지적장애인이었는데 다 걸어다니고 저만 휠체어를 이용했어요. 모든 프로그램에서 저는 배제됐어요. 선생님은 항상 너만 휠체어를 타니까 네가 이해하라고만 했어요. 어디 갈때도 너혼자 이러니까... 거기 있을 때 저는 별로 여행을 가고 싶지 않았어요. 여행지 사전 조사도 하지 않아서 여행 가서 계단이 있으면, 저는 계단 밑에 두고 자기들끼리만 갔어요. 누가 옆에 있지 않으면 나는 꼼짝없이 그 자리에서 기다려야 하는데도요. 저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한복판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선생님을 기다려야 했어요. ‘너 때문에 우리 여행을 망칠수가 없으니까 너는 그냥 여기 있고 우리만 갔다 올게’ 그러니까. 나도 기분 좋으라고 여행을 간 건데.. 여행을 가는데 제 의견을 물어보는 건 없었어요. 아무것도 구경할 수 없는 여행을 차라리 가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룹홈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꼭 가야 한다고 했어요. 억지로 갈 수밖에 없었어요.

내 돈인데 결재를 받아야 했어요

저는 말 통하는 사람 없이 그룹홈에서 17년을 살아야 했어요. 너무나 힘든 생활이었어요. 나오고 싶었지만 선생님들은 저를 나가지 못하게 했어요. 매년 ‘돈 더 모아서 2년만 더 있다 가라’고 했어요. 제가 돈이 어느 정도 모여서 나갈 거라고 했더니 ‘이것보다 돈 더 많이 필요하니까 더 모아서 가라’는 식으로 매일 말했어요. 정말 싫었어요. 그룹홈에서는 활동지원서비스도 안 알려줬어요. 활보 이용하는 다른 분이 ‘이런 서비스가 있는데 너도 받아보지 않겠냐’고 하셔서 알게 됐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저는 여길 나가기 위해 작업장을 다니며 돈을 벌기 시작했어요.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열심히 일했는데도 한 달 월급은 많이 줘야 10만 원이었어요. 제가 일해서 번 돈이어도 통장관리나 그 돈은 그룹홈 선생님이 관리해주셨어요. 그래서 만 원, 몇 천원 쓰려고 해도 결재를 받아야 했어요. 시설이다 보니까 위에 허락을 단계적으로 거쳐야 됐어요. ‘이거 살게요’ 해서 결재가 올라가도 결재가 다 되지도 않았어요. ‘이건 필요 없으니까 사지 마세요’라고 하고 옷 같은 것도 제가 사고 싶은 게 있어서 이거 결제해주세요. 하면 위에서 옷이 많으니까 사지 말라고 했어요. 입고 싶은 게 다른데, 그날마다 입고 싶은 게 다른데, 내 돈인데 내 맘대로 쓰지 못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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