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터에서는 매월 11일마다 ‘주민만남데이’로 지정하여, 다양한 구실로 주민들을 만나러 지역으로 나간다. 매월 팀별로 돌아가며 준비하는데, 이번달에는 우리팀이 담당하여 진행했다.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어떠한 구실로 주민들을 만나러 갈지 궁리하였고, ‘느린우체통’을 준비하여 만나보기로 결정했다. 이 활동은 엽서에 자신, 가족, 주변 이웃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작성하고, 봉투에 집 주소를 적어서 느린우체통에 넣으면 올해 12월에 우편으로 보내드리는 것으로 준비했다.

노란우체통을 통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더 나아가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과 소통의 구실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료들과 함께 커피믹스 박스를 활용하여 그럴듯하게 우체통도 만들고, 예쁘게 디자인하여 엽서도 만들었다. 

주민만남데이 당일 오후 1시, 성산아파트 입구에 천막을 설치하고 부스를 만들어 오가는 주민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먼 발치에서 느린우체통을 소개하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할머니께서 나에게 다가오셨다. 본인은 글쓰는 것이 서투르니 편지를 대신 써 달라고 부탁하셨다. 

“영감~ 사랑합니다. 건강하고, 담배 끊으세요.”

편지를 써 드리는 동안 나의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요즈음 아내에게 소홀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웠고, 무엇보다 애정표현을 말로 하기 어려우니 편지로 전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각자의 삶에 있어 가족만큼 소중한 존재가 없지만, 우리는 그들의 존재가 너무 익숙해서 가끔은 잊고 지내는 것 같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일상일 수 있지만, 마음이 담긴 편지 한 통이 특별한 일상으로 만들어 주는 힘을 가지고 있는건 아닐까? 

문득 표현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닐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이 담긴 편지 한 통을 써 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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