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리프트는 차별” 장애인 차별구제 청구 ‘기각’
“휠체어 리프트는 차별” 장애인 차별구제 청구 ‘기각’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9.06.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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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측 항소 입장 밝혀… “리프트 제거하고 편의제공 될 때까지 싸움은 계속”

장애인 당사자들이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낸 지하철 역사 내 리프트로 인한 장애인 차별 구제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렸다.

14일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 13부(최병률 부장판사)는 장애인 당사자 5명이 제기한 장애인 차별 구제 청구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영등포구청역·충무로역·신길역·디지털미디어시티역·구산역  5개 역의 휠체어 리프트를 제거하고, 승강기 설치를 요구하는 소송이다.

해당 역들은 환승 또는 이동 구간에 승강기 없이 휠체어 리프트만 설치, 장애인 당사자들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더불어 이는 정당한 편의제공을 외면한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상 차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신길역의 경우는 지난 2017년 10월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려 호출버튼을 누르려던 고 한 모 씨가 계단으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 곳이다. 이 밖에도 휠체어 리프트로 인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날 선고에 이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원고들은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원고로 소송에 참여한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정 활동가는 휠체어 리프트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재판 결과에 대한 허탈함을 나타냈다.

이 활동가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나는 장애인콜택시와 저상버스 등이 부족하다 보니 지하철을 이용한다.”며 “하지만 승강기가 없이 리프트만 설치돼있어 20분이면 이용할 수 있는 구간에서 두 세 배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나마도 리프트가 멈춰 공중에 한 시간을 떠있거나, 중간이 덜컹거리는 바람에 뒤로 휠체어가 뒤로 밀려 아찔했던 경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휠체어 리프트를 없애고자 용기 내 소송에 참여했다.”며 “하지만 오늘 재판 결과는 답답할 뿐이고, 허탈해 웃음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소송변호인단으로 참여한 사단법인 두루 최초록 변호사는 “장애인 당사자들은 1동선 확보를 요구해 왔고, 한국 사회 내에서 최소한의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원고들의 요구를 시혜적으로 바라봤다는 것에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문을 살펴보기는 해야겠지만,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모든 역사에 승강기가 설치되는 날 까지 이 싸움을 계속할 것이고, 끝까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은 지하철 역사 등에 대해 ‘못하는 것’이 아닌 하지 않아도 되니 외면해 왔던 것이라는 질타도 이어졌다.

실제 서울교통공사는 예산과 구조상의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을 이어왔던 지하철 역사에 승강기 공사가 시작된 곳이 있다. 신길역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고 소송이 진행되자 경사형 승강기 설치 공사가 시작 되는 등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는 “기각 판결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설명이 없어 답답하지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면 소송비용을 반씩 부담하게 한 것으로 미뤄 보아 재판부가 피고가 승강기 공사 등의 노력을 감안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하지만 그 노력은 예산 등의 이유로 언제든 멈춰지거나 변동될 수 있기에 차별이 제거되고 정당한 편의시설이 설치 될 때까지 소송을 멈출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판결 선고에 참석했던 장애인 당사자와 관계자들은 재판부에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이승헌 활동가에 따르면 이날 선고는 당초 지난달 17일에 예정돼 있었지만, 하루 전에 갑작스럽게 연기가 결정된바 있다.

그리고 한 달 여 만에 진행된 선고는 원고 출석 여부를 묻지도 않았고, 어떤 설명도 없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재판비용을 반씩 부담하라는 내용이 전부였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주언 변호사는 “법정에 있었던 원고에게 물으니 같은 서울에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10시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7시에 출발했다고 한다. 출근시간을 피해야 했고, 장애인 콜택시가 잡히지 않는다면 지하철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 당사자가 법정에 있었음에도 원고 출석 여부를 묻지도 않고,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며 “장애인 당사자들은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면서 위험도 있지만 수치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런데 오늘 법정에서도 재판부로부터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라며 토로했다.

특히 장애인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는 법원의 적극적인 역할에 요구를 덧붙이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근거로 한 장애인 차별구제 청구 소송이었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 역할과 함께 법원의 차별 구제 역할을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 차별에 대해 중지와 개선 명령을 할 수 있지만 아직 법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장애인차별금지법 상 차별구제 청구 소송도 낯설어 한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