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 몰라 ‘오락가락’ 저가항공사의 휠체어 탑승규정… 제도마련·직원 인식개선 필요

8월 여름휴가 성수기를 앞두고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 양 모 씨는 항공사 직원의 실수로 억울한 일을 당했다.

지난달 25일 밤 11시 양씨는 베트남 나트랑으로 가는 항공권을 예약하고 난 뒤, 다음 날 아침 휠체어 서비스 요청을 위해 A항공사 고객센터에 연락했다.

하지만 A항공 측은 양씨의 탑승을 거부했다. 전동휠체어 탑승이 안된다는 이유에서 였다.

양씨는 자신의 휠체어가 국제 휠체어 안전규격에 맞음을 증명하는 8장의 서류(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제출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A항공은 '전동휠체어 탑승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게다가 항공권 취소로 인한 36만 원의 수수료까지 요구했다.

양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휠체어 거부는 장애인에게는 (안타깝지만 현실에서는)일상적인 일이라 이해하겠지만, 수수료까지 물어내라는 것은 너무도 억울하다.”며 “A항공 측에서 나를 거부한 것이니 수수료를 지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양 씨가 SNS에 올린 글 일부 ⓒ손자희 기자
양 씨가 SNS에 올린 글 일부 ⓒ손자희 기자

양씨에 따르면 통화 당시 상담사는 '먼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지 물어보지 않은 고객의 잘못'이라며 '휠체어를 탑승 거부한 것이지 사람을 거부한 것은 아니니 수수료 제외 대상이 아니다'라며 다른 담당자와 통화를 하게 해달라는 거듭된 양 씨의 요청에도 전화를 끊어버렸다.

휠체어는 본인의 ‘몸의 일부’이자 ‘정체성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휠체어만을 거부했다는 상담사의 말은 장애인 차별적 발언이라는 것이 양씨의 주장이다.

또한 전동휠체어는 수화물 칸으로 별도 탑재한 뒤 비행기를 탑승하게 된다. 하지만, 해당 항공사 홈페이지에는 어디에도 '전동휠체어의 경우 탑승이 불가할 수도 있다' 라는 문구나 관련 안내는 찾아 볼 수 없다. '휠체어 탑승을 위해서는 연락을 하라'는 모호한 문구만이 있을 뿐이다.

A항공사 홈페이지의 휠체어 이용고객 대상 안내문구 화면 ⓒ손자희 기자

양씨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SNS글이 널리 퍼지자, 항공사는 “직원의 실수였다”며 휠체어 서비스 지원이 가능하며 환불 또한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A항공 측은 웰페어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동휠체어에서 사용하는 리튬배터리에 관련된 내부 규정이 있지만, 당시 상담사가 해당 부분에 대한 숙지가 잘 되지 않아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하며 “이러한 경우에 수수료를 부과하는지 하지 않는지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항공사 직원조차도 모르는 매뉴얼…'땜질 처방'에 그쳐서는 안돼

하지만 이는 ‘결국 전동휠체어가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다수의 지적이다. 

이 사건은 얼마나 많은 전동휠체어 이용자나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이유에서다.

여름 휴가의 부푼 '기대감' 대신 '상처'만 남은 양씨는 “다시 여름휴가를 떠날 수는 있게 됐지만, 속이 후련하지 않고 오히려 찝찝하다.”며 “나처럼 이렇게 거세게 항의를 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지 않는 다른 장애인이었다면 조용히 묻혔을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문제는 한 상담사만 전동휠체어 탑승을 거부했던 것이 아니라, 여러번 통화를 했을 때 2명의 상담사 모두 전동휠체어 탑승에 대해 거부했던 것.”이라며 전동휠체어의 항공 탑승에 대한 매뉴얼 미비와 직원교육 부재에 대한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 “항공사 측에서 사과를 했지만 전동휠체어와 관련한 내뷰 규정이 있음에도 이를 숙지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제대로 안내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라며 “전동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정확한 메뉴얼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항공사 측은 '재발방지를 위해 어떻게 보완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직원들에 대한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강화하고 정확한 규정 등을 공유하겠다'고 답했지만 '어떻게' 강화해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는 “대형 항공사에 비해 저가 항공사들은 신체적 약자에 대한 직원들의 응대 교육과 매뉴얼이 매우 부실한 상황.”이라며 “미국은 개별 항공사가 아니라 공항공사 자체에서 장애인 지원 서비스를 전담하는 팀이 있어 모두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외국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신체적약자 차별금지 조항이 강제성을 띄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신체적약자를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조항만 있을 뿐 강제성이 없어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항공사 규정의 보완 필요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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