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의사 밝히고 고소장 제출했지만… 임금과 수급비 횡령한 친형은 불기소
장애 이유로 ‘내적기준 가진 생각이라고 볼 수 없다’ 판단한 검찰… 처분결과도 미통지

장애계가 일명 ‘잠실야구장 노예’로 불리는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을 31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했다.

처벌을 요구하는 피해자의 의사가 장애를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고, 이를 제대로 통지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31일 오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검찰을 인권위에 진정한다.”며 “장애인 인권을 외면한 검찰은 각성하라. 담당 검사를 징계하고 전면 재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지적장애’ 이유로 인정받지 못한 처벌 의사… “장애에 대한 검찰의 인식과 태도 문제”

지난해 3월 서울 한복판 잠실 야구장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60대 지적장애인 A씨가 10년 넘게 노동을 착취당하고 학대당했던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쓰레기가 가득 찬 컨테이너 박스에서 한 겨울에도 전기장판 하나로 생활하며 관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밤새 분리수거 했다. 일을 못한다고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A씨를 분리수거업체에 보내고 임금과 수급비 8,000만 원 상당을 가로챈 것이 피해자의 친형인 B씨라는 사실이었다.

경찰 수사가 개시된 이후 A씨는 B씨에 대한 처벌의사를 밝혔고,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고소장까지 제출했다.

그런데 검찰이 고소에 대해 지난 4월 26일 불기소 처분을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불기소 처분에 대해 A씨에게 아무런 통보도 오지 않았고, 3개월 만인 지난 24일 서부지검을 찾아가서야 불기소이유통지서 발급을 통해 처분 결과을 알게 됐다는 것이 장애계의 설명이다.

불기소 이유는 ‘내적 기준을 가진 생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

장애를 이유로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고 간주하고, 자기 결정권을 부정한 처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인권정책국장은 “치아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 관객들이 버린 빵으로 연명하고, 한겨울에도 전기장판 하나로 버텨온 상황이었다. 곰팡이와 쓰레기가 뒤섞여 참혹했다.”고 피해자의 구출 당시를 기억했다.

이어 “분리수거 업체 사장 뿐 아니라 피해자의 친형 B씨도 주요 가해자다. 그런데 검찰은 임금과 수급비를 노후자금으로 관리했다는 B씨의 변명은 인정하면서, 고소장을 접수한 피해자 A씨의 처벌 의사는 지적장애를 이유로 의사능력이 없다고 봤다. 불기소 처분 사실조차 통보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를 지원해온 입장에서 마음이 찢어지다 못해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불기소 처분에 대해서는 항고와 추가고발을 통해 법적으로 다툴 것.”이라며 “인권위 진정은 검찰의 태도와 인식을 진정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검찰의 수사와 판단 과정이 법에서 정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진정서를 통해 장애계는 검찰이 ▲UN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에 명시된 법 앞에서의 평등 ▲ 형사소송법 제258조 ‘고소인등에의 처분고지에 명시된 ‘7일 이내 통지’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제26조에 명시된 사법·행정절차에서의 차별금지 규정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진정서에는 “피해장애인은 수사과정에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지원을 받아 고소장을 제출했기에 고소인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됨에도 검찰은 수사결과를 통보조차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수사결과를 피해 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 등 형상사법절차에서 피해장애인을 부당하게 배제 했다.”며 “이러한 행위는 헌법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차별 행위.”라는 질타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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