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 신청하니 피성년후견인 이유로 ‘당연퇴직’ 처리하고 임금 등 환수
국가공무원법에 피성년 후견인 차별 조항 존재… 위헌 청구 소송 예정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이유로 25년의 공무원 생활을 부정당해 억울하다는 소송이 제기됐다.

질병으로 성년후견을 받았던 김 모씨가 낸 명예퇴직이 거절되고 당연퇴직 처리되면서 임금 등이 환수 조치됐고, 이에 대한 부당함 호소하는 소송이다.

더불어 피성년후견을 이유 공무원 자격을 박탈한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호에 대한 위헌 심판 청구도 진행될 예정이다.

성년후견제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사단법인 두루는 1일 오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피성년후견인 공무원 자격제한에 대한 임금 등 청구소송 및 위헌법률심판 제청’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5년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질병으로 ‘명예퇴직’ 신청하자 ‘당연퇴직’ 처리

25년간 공무원 생활을 해온 김씨는 2015년 11월 경 근무 도중 가슴 통증으로 쓰러져 4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투병생활을 했다.

이 과정에서 전업주부였던 아내는 병원비와 대출 상환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김씨의 성년후견을 신청해 2016년 12월 31일 확정판결을 받았다. 병상에 누워 움직일 수 없는 배우자의 예금과 보험 등을 사용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4월, 2년으로 정해진 공무원 병가 기간이 끝나게 되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런데 피성년후견이라는 이유로 김씨의 명예퇴직 신청은 당연퇴직 처리됐고, 성년후견 판결 시점을 기준으로 받았던 임금 등을 환수 당했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결격사유 규정 제1항에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명시한 규정이 이유였다.

김씨는 이미 공무원으로 25년간 근무해 왔고,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인의 지위와 삶을 모두 당해 버렸다

이에 김씨의 지위를 다시 찾고자 공무원지위확인 소송이 준비됐지만, 준비 도중인 지난 5월 30일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유족들은 고민 끝에 고인의 명예 회복과 당연퇴직 처리 되며 억울하게 반환했던 임금,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미납 처리돼 납부했던 보험금, 직장 내 단체 보험으로 보험금을 지급 받았다 반환한 보험금에 대한 반환 소송을 청구하기로 했다.

더불어 장애계와 법조계가 힘을 모아 피후견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국가공무원법의 위헌 제청이 준비 중이다.

권리 침해와 부당 차별 “이것은 토사구팽”…후견인을 ‘지원’하려는 제도의 취지 무색하게 하는 300여개의 법률 산적

법무법인 지평 이지혜 변호사는 이 사건을 ‘토사구팽’으로 표현했다.

이 변호사는 “아내는 늘어가는 병원비를 감당하려 남편의 예금과 보험 등을 사용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성년후견 신청을 했을 뿐인데, 더 큰 불행을 가져왔다.”며 “시험 등 과정을 거쳐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했던 고인이다. 그런데 질병으로 피성년후견인이 됐다는 이유로 공무원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것이 ‘토사구팽’이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 사연의 원인은 국가공무원법의 당연퇴직 규정 때문으로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해당 조항의 부당함을 설명했다.

먼저 피후견인은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 그의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피후견인이 됐다는 것만으로 지위를 박탈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낙인찍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피후견인이 된 공무원을 부당하게 차별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동일한 장애가 있더라도 유독 성년후견이 시작될 경우에 한해 그 공무원을 당연퇴직 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이 규정은 형사 처벌 받는 공무원을 당연퇴직시키는 내용도 함께 규정하고 있어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자를 범죄자와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는 것.

이 변호사는 “후견제도는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조화롭게 살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다. 그런데 오히려 이 규정은 망인이 피후견인이라는 이유로 그를 세상에서 배척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특히 더 큰 문제는 피성년후견을 이유로 권리행사를 막고 차별하는 법이 여전히 300여개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7월 질병 또는 장애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지원하기 위해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됐다.

그런데 ‘근본적인 권리 박탈’로 지적을 받아온 기존의 한정치산·금치산제도를 단순 대체하는 형태로 법 체계가 받아들여 문제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의사결정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무색하게 해 오히려 의사결정의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심각한 인권침해 제도였던 금치산·한정치산 제도가 민법에서 사라지고, 의사결정을 보완하고 지원하는 제도로 성년후견제도가 민법에 들어왔다.”며 “하지만 300여개의 법이 여전히 자격과 직업의 선택을 제한하는 규정을 남겨두고 있고, 심지어 공무원도 같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 처음으로 소송이 진행되고 위헌제청을 하게 된다.”며 “국가공무원법을 시작으로 관련 법조항들의 개선이 필요하고, 이를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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