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3개월 가량 남은 현재, 수능교재를 구하지 못하는 고등학생이 있다. 바로 시각장애가 있는 고등학생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는 ‘시각장애학생 교육권 외면하는 교육당국 규탄 및 교육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1일 청와대 분수대 앞(무궁화 동산)에서 열었다.

한시련에 따르면 지난 3월 한시련은 EBS수능방송교재 대체자료 품질과 관련해 민원을 접수했다. 이에 3월 12일 등록된 EBS수능방송교재 대체자료를 점검한 결과, 대체자료가 적기에 보급되지 않는가 하면 점자 표기 오류 등의 문제를 발견했다.

이어 14일에 시각장애학생 학습권 보장을 위한 교육부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고, 같은달 하반기 국립특수교육원 담당 연구사에게 수시로 개선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34년 전을 회고해 봅니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학력고사 준비하던 그 시절이 떠오르는데요. 1980년대 중반에 학력고사 준비하는 시각장애학생의 상황과 2019년 오늘 고등학교 3학년 시각장애학생의 형편이 과연 다른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수능을 준비하기 전까지 학생들이 겨우 이제 보급되기 시작한 교과서를 갖고 공부는 할 수 있지만, 학습 참고용 자료는 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더욱이 EBS수능방송교재는 특히 올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서 수능을 준비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국격에서 지금 이 수준의 교육권이, 교육현실이, 시각장애학생에게 정당한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모여 있습니다. 국립특수교육원이 생긴지 25년, 각종 장애 관련법이 시각장애 학생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교과서와 교육자료입니다. 여러분의 자녀가, 조카가, 친지가 시각장애가 있어서 공부하고 싶은데 책이 없는 상황을 상상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료를 얻기 위해, 자료가 언제 나오나, 준비는 돼 있나, (있더라도) 잘못돼 보기 어렵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데 선배로서 제대로 역할 하고 있는가를 되돌아볼 때, 한시련은 이대로 잇을 수 없기 때문에 여러차례 걸쳐 장관 면담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지 면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60년 전에 연방정부가 시각장애인인쇄소를 만들어 교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립특수교육원이 설립됐지만 시각장애학생을 위한 대체교과서, 대체자료, 수능자료를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자라날 시각장애학생들의 교육환경을 위해 힘을 모아가야 합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영일 부회장-

이어 4월 3일 국립특수교육원장과 면담, 6월 20일 국립특수교육원에 대체교과서 단가산정 연구 검토의견서를 제출했고 7월 1일 대면 검토회의를 진행했다.

한시련은 이후 면담 요청을 비롯한 성명서 발표와 집회 등을 진행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도 없는 상태로 기자회견을 열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한시련 홍승봉 회장은 “교육부 뿐만 아니라 교육부 산하 특수교육지원센터를 찾아 면담하고 담당자들을 만나서 계속 이야기 했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교재는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담당자는 ‘시각장애인 숫자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라고 이야기 했다.”며 “또 한시련이 사업에 관심이 있어서, 마치 다른 목적을 갖고 행동하는 부도덕한 단체로 몰고 있다. 철저하게 감사를 통해 명명백백 밝히고 담당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안마사협회 김용화 회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한국의 통합교육이 25년이 됐다고 이야기 한다. 교육기본법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특성에 따라 교육을 실시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것이 법.”이라고 규탄했다.

한국시각장애인대학생회 강성길 부회장.
한국시각장애인대학생회 강성길 부회장.

“저희 단체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현재 회원인 학생들과, 미래에 대학에 진학할 후배들이 겪거나 겪을 문제를 해결해주십사 촉구하기 위함입니다.

인간이 우주를 여행하게 됐고, 과학의 발전 등 많은 것들이 발전하고 개발되는 동안 수능교재 문제는 제자리였습니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언론을 통한 보도가 다수 나갔고, 해당 보도에는 시각장애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공부하고 싶어도 교재가 없어 공부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셨습니까? 다른 친구들이 공부하는 동안 저희는 교재 없이 EBS 강의를 들으며 공부해야 했습니다. 단순히 접근한다면 수능시험이라는 하나에 대한 문제이나, 멀리 내다본다면 그 수능을 통해 대학을 가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인생이 걸린 문제입니다. 취직하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교에 가야 하고 좋은 경력을 쌓아야 합니다. 경력이야 노력하면 되겠지만 대학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21세기 들어 교과서 보다 더 중요해진 게 수능교재입니다. 국립특수교육원 김은숙 원장님, 원장님께서는 교과서 지원에 힘쓰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원장님께서 그 약속들을 지켜주실 기회가 왔습니다. 저희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그 약속들을 꼭 지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사람이 먼저가 되는 사회를 꼭 만들어주십시오. 그 먼저 되는 사람들 속에 저희 시각장애인도 함께하는 것을 보여주십시오. 사회소외계층이 아니라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소외되지 않도록 특별히 힘을 내주십시오. 이낙연 총리님, 유은혜 장관님, 김은숙 원장님, 교육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주십시오.”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 강성길 부회장-

한시련은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해 교육부의 답변이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촉구할 것임을 밝혔다.

아래는 한시련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시각장애인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시각장애학생 교육권 외면하는 교육당국은 각성하라!

대한민국 <헌법> 제31조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교육의 보편적 권리를 천명하고 있다. 또 <교육기본법> 제4조제1항은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며 교육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됨을 밝히고 있다.

교육부 소속 <국립특수교육원>은 1994년 ‘장애학생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한 각종 연구, 연수 및 정보화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치되었으며, 최근 시각장애학생의 욕구와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라 시각장애학생을 위하여 EBS수능방송교재를 점자 등의 대체자료로 제작·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초기에는 대체자료가 적기에 보급되지 않는가 하면 점자표기 오류 등의 대체자료 품질에 상당한 문제가 있기도 해 개선요구가 있었으나 교육당국은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급기야 2018년 한 시각장애학생의 언론 기고를 통하여 시각장애학생들의 교육권이 교육당국에 의하여 철저히 짓밟히고 있었음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자료의 품질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그 이유는 적기보급을 우선시하여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자를 선정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점자표기 오류와 점자규정 미준수는 기본이고, 가독성 역시 저하시키는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되었다.

지난 3월 우리 연합회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담당연구사는 문제가 없다는 자세로 일관하였다. 이에 4월 3일 국립특수교육원장과의 면담을 가져 대체자료 제작사업의 문제 개선을 요구하였고, 당시에 국립특수교육원장은 시각장애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런데도 시각장애학생들은 여전히 제대로 된 대체자료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우리 연합회의 강한 입장 표명에 대하여 교육관계자는 "EBS수능방송교재를 보는 시각장애학생 수가 얼마 되지 않고 읽을 수는 있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교육관계자로서는 할 수 없는 상식 밖의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중순부터 2개월간 ‘시각장애학생 대체교과서 단가산정 연구’를 진행하였으나 혈세낭비로 끝나고 말았다. 연구진들은 입찰제안요청서 상의 과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을 뿐만 아니라 요구된 과업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다. 또한 제안한 대체교과서 단가의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아닌 연구진의 주관적 견해를 기술하였을 뿐만 아니라 발주기관의 입맛에 맞도록 품질보다는 예산절감을 실현하겠다는 방향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 연구에 대하여 담당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다가 연합회의 위와 같은 문제제기에 돌연 연구보고서를 폐기한다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였다. 또한 연구진이 입찰제안요청서 상에서 요구했던 연구 실적이 없음에도 연구진의 자격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다.

교육당국은 우리 연합회의 문제제기에 대하여 ‘한시련이 대체자료 및 대체교과서 제작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 우리 연합회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여 자기들의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우리 연합회는 7월 17일자 성명서에서 밝혔듯이 국립특수교육원의 대체자료 제작 사업에 참여한 바도 없거니와 향후에도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재차 밝힌다.

우리 연합회는 지난 3월 14일 시각장애학생의 교육환경 개선논의를 위하여 교육부장관 면담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에 교육부장관은 실무자와 논의하면 된다고 회신하였지만 그 어느 것 하나 개선된 것이 없다. 최근에는 시각장애학생 교육권 보장을 논의하고자 여러 경로를 통하여 교육부장관 면담을 요청하였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월 장애인단체장과의 소통을 강조한 국무총리의 발언에 대해 그저 사탕발림에 불과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국무위원들이 하극상을 범하고 있는 것인지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시각장애학생들의 교육을 이대로 포기할 것인지 분명하게 답해야 할 것이다.

우리 연합회는 시각장애학생들의 교육권을 무참히 짓밟고 대화와 논의를 거부한 교육당국에 대하여 다음을 요구하며, 이 요구가 수용되지 않아 발생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교육당국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

1. 교육당국은 국립특수교육원의 대체자료 제작사업 및 대체교과서 단가산정 연구용역에 대하여 전면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라.

1. 교육당국은 시각장애학생의 교육권을 짓밟은 모든 관계자들을 징계하라.

1. 교육당국은 시각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라.

1. 교육당국은 시각장애인 평생교육 대책을 수립하라.

1. 교육부장관은 우리 연합회의 면담에 응하라.

2019년 7월 30일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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