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비하 쏟아내는 정치인들… 황교안·하태경 인권위 진정
장애 비하 쏟아내는 정치인들… 황교안·하태경 인권위 진정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9.08.1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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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등 비하 표현에 ‘경고’… 장애계 “누가 누가 장애 비하 잘하나 경쟁하는 꼴”
65명 장애인당사자 진정인으로 참여, 진정 참여 접수 계속돼 ‘추가 진정’ 예정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32조-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학교, 시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집단 따돌림을 가하거나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법은 분명 인간의 존엄성을 명시한다. 그리고 장애인에 대해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표현과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비하 표현과 행동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정치권에서 ‘관심을 끄는 일’에 장애 비하 표현을 사용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16일 장애인당사자 65명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특히 이번 진정에 대해서는 진정인 참여 접수가 계속되고 있어 추가 진정도 예정 중이다.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30명이 진정 참여 의사를 밝혀온 상태다.

진정인들은 “장애인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피진정인들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장애를 비하하는 용어를 빗대어 사용했다.”며 “이는 노골적으로 장애인을 괴롭히는 명백한 차별행위.”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피진정인은 장애 비하 표현을 사용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 그리고 대한민국 입법부를 대표해 질서유지를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이다.

장애 비하 표현 지적과 여론의 뭇매에도 멈출 줄 모르는 정치인들 ‘갈수록 태산’

지난 7일 황교안 대표는 장애 비하를 입에 담는다.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수출규제에는 국무회의를 생중계까지 하더니 북한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버렸다’고 말한다.

이에 이틀 뒤인 지난 9일 장애계 단체들은 장애 비하 발언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진행했다. 이날 당직자가 요구서를 받아갔고, 11일까지 답변을 요구했지만 어떤 대답도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인들의 장애 비하 발언에 경고를 보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진정인들.

그런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조롱해도 더불어 민주당과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라는 글을 게시하며 장애비하 발언을 사용했다.

더욱이 이러한 부적절한 발언이 거센 질타를 받던 지난 12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자신의 SNS에 ‘야당대표가 벙어리라고 비판하니 왜 벙어리가 되었는지 따져 보지는 않고 관제 언론은 벙어리를 장애인 비하라고 시비만 한다.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만 쳐다보는 외눈박이 세상이 됐다’며 사과는커녕 장애 비하발언을 되풀이 했다.

‘벙어리’는 선천적 또는 후천적인 요인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비하해 부르는 표현이고, ‘외눈박이’는 한쪽 눈이 먼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표현이다.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명백한 차별행위다.

이에 대해 진정인들과 장추련은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하는 사람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방지하고 권리를 구제해야 할 책임이 있는 자리.”라며 “하지만 아무런 자각 없이 비하 용어를 앞 다투어 사용하며 혐오와 차별적인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대한민국 국회의 인권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민을 대표해 국가의 주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우리의 대표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러한 정치인들의 행태에 어떤 판단도 내놓지 않고 있는 인권위도 날선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12월 홍준표 전 대표와 더불어 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장애 비하 발연으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며 “하지만 인권위는 명백하게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인 진정사건에 대해 아무런 시정권고도 하지 않은 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판단을 미루고 있다.”고 인권위를 향한 강한 압박도 더했다.

청각장애인 당사자로 진정에 참여한 송지은 씨.

“장애 비하 표현을 관심 끄는 데 사용하는 ‘나쁜’ 정치인”

16일 인권위 진정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장애계는 끊이지 않는 장애 비하 표현에 ‘울분’을 토해냈다.

청각장애인 당사자로 진정에 참여한 송지은 씨는 황교안 대표의 비하 발언이 방송된 순간을 떠올렸다.

송 씨는 “나는 농인이기 전에 한 아이의 엄마다. 얼마 전 방송을 보다가 황교안대표의 벙어리 발언을 보게 됐고, 순간 내 옆에 아이를보았다.”며 “내 아이는 청인이기에 그 발언을 분명 들었을 것이다. 아직 나이가 어려 벙어리라는 단어를 명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순간 너무놀라고 슬펐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에게는 단순하게 다른 사람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슴을 후벼 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며 “나는 반드시 황교안 대표에게 사과를 받아야 겠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엄마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그리고 다시는 누군가를 나쁘게 이야기 하는 수단으로 장애를 이용하는 일이발생하지 않도록 지켜볼 것.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종운 개인대의원은 정치인들의 인권 의식을 문제 삼았다.

이 대의원은 “황교안 대표의 발언이 문제 있음이 기사로 나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태경 최고위원이 똑같은 발언을 했다.”며 “이것은 장애인권 감수성이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자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을 대표한다는 사람들의 인권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것은, 곧 대한민국에 장애인을 위한 공간이 없음을 의미한다.”며 “우리는 당신들의 혀로 함부로 취급되는 존재가 아니다. 어떠한 차별도 없이 당당하게 살아가수있도록, 장애 비하 발언을 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오병철 센터장 역시 “황교안 대표와 홍준표 전 대표, 하태경 최고위원은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다. 정치인이고, 정치는 국민들을 위해 일하고 약자인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그들이 잘못된 발언을 한다면 나머지 사람들이 얼마나 더 우습게 알고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할지 암담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반성과 공개 사과 ▲하태경 최고위원과 바른미래당의 반성과 공개 사과 ▲국회의 반복되는 인권침해에 대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공개 사과 ▲국회의원과 당직자 전원에 대한 장애인 인권교육 시행 ▲국회의 인권 가이드 수립 ▲차별행위에 대한 인권위의 강력한 시정권고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