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성년후견 결격조항 일괄 폐지… 한국은 300여 개 결격조항 산재
일본, 성년후견 결격조항 일괄 폐지… 한국은 300여 개 결격조항 산재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9.10.1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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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 발표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에 시사점 분석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사회로부터 배제하는 결격조항, 그 자체로 명백한 장애차별”

일본이 성년후견 결격조항을 일괄 폐지해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300여 개가 넘는 성년후견 관련 결격조항 법률이 산재한 한국의 조속한 해결이 촉구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일본의 피후견인에 대한 결격조항 일괄폐지 입법동향(작성자 박준모 입법조사관)’이 실렸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7일 일본에서는 성년후견인이 선임된 사람(이하 피후견인)에 대해 각종 자격취득과 직업선택을 가로막는 결격조항을 일괄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의 ‘성년피후견인등의 권리에 관한 조치의 적정화 등을 도모하기 위한 관계법률의 정비에 관한 법률(이하 결격조항 일괄 폐지 법률)’이 국회를 통과 했다.

피후견인은 질병·노령·장애 등 정신적 제약으로 일정한 법률행위를 할 때 법원이 지정한 후견인의 조력을 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정신적 제약 정도와 행위 권한 등에 따라 피성년후견인과 피한정후견인 등으로 나뉜다.

일본의 결격조항 일괄폐지 법률은 자격·직종·업무 등으로부터 배제하는 결격조항을 두고 있는 법률 187개를 대상으로, 후견선고 만으로 자격 등을 박탈하던 기존 방식에서 개별·실질적으로 각 영역·제도에 필요한 능력의 유무를 판단·심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개별심사규정을 두는 한편 이에 필요한 절차규정을 정비하는 법률이다.

박준모 입법조사관은 자료를 통해 “후견선고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결격하는 방식은 종래 금치산·한정치산제도에 있어서 행위무능력을 전제로 한 접근이었는데, 이는 현존능력의 최대한의 활용과 이를 전제로 하는 자기결정권의 존중 그리고 이를 통한 사회 참여의 촉진(정상화)이라는 성년후견제도의 이념 및 도입취지와 모순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개별법률 약 300개에 결격조항이 광범위하게 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격조항 폐지 대상이 약 300개의 개별법인 것을 감안할 때, 심사의 효율성 및 집중력 제고, 규율 영역 간 형평의 고려, 시행시기의 통일을 통한 혼란의 방지 및 기본권 제한에 있어 영역 간 불균형 예방 등을 위해 일괄입법 방식으로 입법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대체심사조항의 신설 등 규율영역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개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라면 일괄입법의 장·단점을 검토해 개별입법으로 접근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우리나라의 개별법률 약 300개에 결격조항 산재… “조속히 폐지해야”

현재 우리나라의 개별법률 약 300개에는 피후견인이 된 경우 특정 자격을 취득하거나 특정 직업을 가지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결격조항이 존재한다.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33조가 예이다.

이와 관련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0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이러한 기계적인 결격 조항은 특정 자격이나 직업을 선택할 수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미 직업이나 자격을 갖춘 사람 역시 후견인이 선임되는 순간 직업을 잃거나 자격에서 박탈돼 다시 취득하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11월 근무 중 과로로 인한 뇌졸중으로 쓰러진 공무원 김 모 씨가 투병으로 인해 직접 은행예금인출이 어려워 성년후견을 신청했고, 결격조항의 존재를 알지도 못한 상황에서 공무원의 자격을 잃어 ‘당연퇴직’을 통보받았다. 나아가 휴직기간 받았던 급여와 보험료 까지 추징당하고 말았다. 김씨는 공무원지위 확인소송을 준비하는 도중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으며 유족들이 결격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황이다.
(성년후견 이유로 25년 공무원 생활 ‘부정’… “명백한 인권침해”_2019.08.01.)

이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특정인을 사회로부터 배제하는 결격조항은 그 자체로 명백한 장애차별.”이라며 “직업 또는 자격의 적격성은 후견인 선임여부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개인별로 개별적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결격조항들은 일본법을 계수하는 과정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것.”이라며 “일본마저 일괄 폐지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우리나라도 차별법령 정비를 서둘러 장애인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결격조항을 조속히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