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규 국회법사위원장 “X신 같은 게”… 인권위 진정 접수
앞선 이해찬·홍준표·황교안·하태경 등 정치인 비하발언 진정은 '무소식’

“웃기고 앉아있네, 진짜 X신 같은 게, 아주…”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충격적인 발언이 인터넷 생중계와 방송 등을 통해 전국에 전달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상규 위원장(자유한국당)의 발언이었다.

국민을 대표해 국가의 정책이 1년 간 잘 운영됐는지를 점검해야 하는 국정감사 자리였다. 고성과 폭언이 오가는 것 만으로도 국민들은 불쾌해했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장애인을 비하는 표현의 욕설이 국회의원, 그것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장애인 비하 발언과 표현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상식. 법에서도 엄중히 금지하고 있다.

더욱이 정치인들의 장애인비하 발언은 계속되는 지적에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 8월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나란히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에 피진정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진정에는 입법부를 대표해 질서 유지를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도 포함됐다.

문제가 계속되자 지난 8월 20일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정치의 품격을 지켜달라”며 장애인 관련 표현에 신중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장애계는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비하 발언을 지적하며 인권위 진정과 기자회견, 항의 방문 등을 이어갔다.

하지만 국정감사자리에서까지 비하표현의 욕설이 나오면서 정치인들의 인권의식이 질타를 받고 있다.

여상규 위원장 인권위 진정… “정치인 장애 비하 발언 진정건, 신속히 처리하라”

11일 오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등 장애계는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상규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하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더불어 그간 혐오발언을 계속해온 정치인들을 향한 규탄과, 이를 진정한 진정건에 대한 인권위의 처리촉구를 외쳤다.

여 위원장 입에서 나온 ‘X신’이라는 표현은 신체적 장애인을 낮잡아 비하해 부르는 표현으로, 욕설로 사용돼 부적절한 단어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제32조에서는 ‘누구든지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 당사자들은 비하발언에 대한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공동대표는 이번 문제를 “국회의원들이 너도 나도 유행처럼 장애 비하 발언을 일삼고 있다.”고 표현하는 한편 “선거가 있을 때만 시설이나 복지관에 찾아가 허리를 굽힐 뿐, 그들에게 장애인은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며 정치인들의 태도를 꼬집었다. 이어 “장애인 비하 발언은 물론 비하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대안을 제시하고 방법을 찾아야 할 국회의원들이 반대로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교 소장은 “법을 떠나 상식적으로 초등학생도 그런 욕설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며 “이 국회가, 국회의원이 국민의 의식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 위원장 뿐 아니다. 정치인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상대방을 깎아 내리기위해 장애인 비하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했고, 이것이 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었다.”고 개탄했다.

특히 이런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하는 장애계의 목소리에도 나서 움직이지 않는 인권위에도 날선 비판이 향했다.

장추련 박미애 활동가는 “올해 들어 장애인 혐오 발언을 하는 정치인을 규탄하며 인권위 앞에 모인 것이 벌써 세 번째.”라며 “하지만 인권위는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왜 진정 조사가 늦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아무 말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원교 소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인권위는 아무런 조치도 권고도 하지 않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무서워서인지, 장애인을 우습게 보는 것인지, 인권위의역할을 망각한 것인지…… 우리가 접수한 진정서들이 휴지조강이 되지 않도록 인권위가 역할을 해주길 강력하게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레드카드’를 들어 정치인들을 향한 경고를 담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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