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탑승 설비 갖춘 고속버스, 시범 운행… 적은 대수와 노선 ‘한계’
휠체어 탑승 설비 갖춘 고속버스, 시범 운행… 적은 대수와 노선 ‘한계’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9.10.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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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부산·강릉·전주·당진 등 4개 노선, 10월 28일부터 3개월 시범 상업운행
버스는 ‘10대’, 노선은 ‘한정’… “본 사업을 위한 계획과 예산 확보가 중요”

휠체어 이용하는 장애인도 앞으로 고속버스를 탈 수 있게 된다.

17일 국토교통부는 오는 28일부터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한 고속버스가 3개월 가량 시범 운행된다고 밝혔다.

휠체어 탑승 설비는 휠체어전용 승강구과 승강장치, 가변형 슬라이딩 좌석, 휠체어 고정장치 등이다.

오는 21일부터 예약이 시작되고,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강릉·전주·당진으로 오갈 수 있다.

그간 휠체어 탑승설비를 단 한 대도 갖추지 못했던 고속·시외버스의 변화.

다만 시범사업이라 할지라도 10대 밖에 안 되는 적은 대수와, 4개 노선으로 한정해 놓은 도착지 등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버스 당 휠체어 2대 탑승, 노선별 1일 평균 2~3회 운행

고속버스 티켓 예약은 오는 21일부터 고속버스 예매시스템(www.kobus.co.kr)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에 시범 운행되는 고속버스는 서울과 부산, 서울과 강릉, 서울과 전주, 서울과 당진을 오가는 4개 노선이다.

10개 버스업체에서 각 1대씩 버스를 개조해 버스 당 휠체어 2대가 탑승할 수 있으며, 각 노선에 1일 평균 2~3회 운행될 예정이다.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는 이번에 처음 상업 운행되는 것으로, 3개월 가량의 시범운행을 통해 도출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버스업계, 장애계 단체 등과 협의해 가면서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그간 장애계 단체 등에서는 수년 전부터 명절에 서울경부·남부터미널 등에서 휠체어 장애인의 시외 이동권 확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해 왔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있었다.

이에 국토부는 2017년부터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표준모델과 운영기술의 개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휠체어 탑승 고속·시외버스 모델을 개발하고 안전성 검증을 해왔다.

이용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승하차하고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터미널과 휴게소에 대한 시설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예매시스템도 개발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수도권과 권역별 주요 도시 간 노선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버스업계, 터미널·휴게소업계, 장애계 단체와의 의견수렴을 거쳐 4개 참여노선을 최종 확정해 시범사업을 시행하게 됐다.

탑승 가능 휠체어 여부 확인, 3일전 예약, 20분 전 도착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챙겨야 할 사안들이 있다.

먼저 탑승가능 휠체어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고속버스는 시속 100km/h 이상 운행이 가능하므로, 휠체어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버스의 좌석 역할을 하는 휠체어 역시 안전이 확보돼야 한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버스의 좌석으로 이용할 수 있는 휠체어에 대한 세부 표준(KS P ISO 7176-19)을 정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휠체어를 대상으로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한 정면충돌 시험(48km/h)에서, 상당수 휠체어가 휠체어에 고정 장치 체결을 위한 고정구(연결고리)가 없거나 휠체어의 강성(强性)이 부족해 고속버스의 좌석으로 이용하기에는 부적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예매 전 고속버스 예매시스템(www.kobus.co.kr)에서 안전성 시험에 통과한 휠체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탑승 예약도 서둘러야 한다.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버스 출발일 기준 3일 전 자정까지는 예매(28일 승차 시 25일 24:00까지 예매)를 해야 한다.

국토부는 휠체어 장애인이 탑승하기로 예정된 경우에 휠체어 승강장치 등의 사용방법을 숙지한 버스 운전자가 같이 배치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속버스의 경우 차량 상태, 운전자 근무일수, 휴가 사항 등을 고려해 출발일 기준 3일전 자정에 운행차량과 운전자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출발 20분 전까지 전용 버스 승차장에 도착해야 한다.

버스에 장착된 휠체어 전용리프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3m의 승차장 여유 폭이 필요한데, 기존 승차장에서는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없다.

이 때문에 버스터미널 내 별도로 마련된 전용 승차장에서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한 후 기존 승차장으로 이동해서 다른 승객들을 태워야 하므로 출발 20분 전까지 전용 버스승차장에 도착해야 원활한 탑승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김상도 종합교통정책관은 “이번 시범운행을 계기로 장애인들의 이동권 확대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며 “휠체어 장애인의 장거리 버스 이동을 위한 첫 시범 운행이다 보니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 발생도 배제할 수 없어, 시범 운행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미흡한 사항은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들의 이동권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 뿐 아니라 동승하는 승객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장애인을 배려하고 협조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시범사업이라 부르기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그간 시외·고속버스에는 휠체어 탑승 설비를 갖춘 버스가 단 한 대도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정부의 시범사업은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싸늘한 반응도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일단 10대 밖에 안 되는 대수가 너무 적다. 그 적은 대수로 시범사업을 한다는 것이 우스꽝스럽다.”며 “당장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예산이 잡혀있어 내년에 본 사업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고작 10대가 늘어나는 것 뿐이다. 이것을 어떻게 시범사업이고 본 사업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시범사업은 본 사업으로 가는 도입부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계획이나 예산도 세우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시범사업은 문제가 있다.”며 “가령 1만 대 고속버스 중 5년 뒤 5,000대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세워야 하는데, 이런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4개로 한정된 노선과 탑승 예약과 준비 과정에도 문제는 있다.

시범운행에서는 서울에서 부산·강릉·전주·당진을 오가는 단 4개 노선에서만 휠체어 탑승 설비를 갖춘 고속버스가 이용 가능하다. 

한정된 노선도 문제지만, KTX 등 기차도 닿지 않아 더 어려움이 많은 지역을 고려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도 있다.

박 공동대표는 “기차도 닿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도 많은데, 있는 노선 몇 곳을 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배차 등을 이유로 3일 전 예약으로 제한한다면, 탑승자가 원하는 곳으로 배차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어 “탑승도 꼭 20분 전까지 해야 한다는데, 당장 KTX 탑승도 마찬가지다. 비장애인은 1분 전에 도착해도 탑승이 가능한데, 장애인도 탑승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준비하고 만들어야한다.”며 “늦어진다 어쩐다 하지만, 이것은 차별의 문제다. 계속해서 개선을 위해 싸워가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서울남부터미널 등 전국 10개 시·도버스터미널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동시다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장애계는 표를 구매해 버스 탑승을 시도했지만, 버스의 계단에 막혀 탑승할 수 없었다. 이에 휠체어에서 내려와 기어올라가는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웰페어뉴스DB
표를 구매해 버스 탑승을 시도했지만, 버스의 계단에 막혀 탑승할 수 없었다. 이에 휠체어에서 내려와 기어올라가는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웰페어뉴스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