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도 못쓰는’ 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 “저축제 도입하라”
‘있어도 못쓰는’ 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 “저축제 도입하라”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9.11.2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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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정책 되풀이하는 정부, ‘무급노동’ 여전”… 활동지원제도 특성 고려한 대책 ‘호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지원사들이 ‘휴게시간 저축제’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2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전국활동지원사지부(이하 활동지원사지부)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지원사가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맞게 휴게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휴게시간 저축제를 도입해 달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사회복지서비스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활동지원사도 휴게시간 보장을 받게 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지원사와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 당사자들에게서는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활동지원 업무 특성상 휴게시간을 온전히 쓸 수도 없을뿐더러, 정부가 대체인력 제공을 대안으로 내놨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휴게시간이 되면 활동지원시간을 확인하는 단말기만을 종료하고, 대부분 실제로는 계속해서 일하는 '무급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활동지원사지부의 설명이다.   

이에 지난 9월 휴게시간 저축제 내용을 담은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정의당 윤소하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 활동지원사들이 개정안 통과를 촉구를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휴게시간이 있는데 ‘왜’ 쓰지를 못하나… “현장에서는 단말기만 쉬는 ‘가짜휴게’”

현재 적용되고 있는 휴게시간에 대해 활동지원사들은 ‘가짜휴게’라고 표현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4시간에 30분, 8시간에 1시간 휴게시간이 배정돼야 한다. 하지만 활동지원사의 업무 특성이나, 장애유형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일대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지원사에게 휴게를 보장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활동지원을 받아야 하는 장애인 당사자를 두고 휴게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최중증 장애인의 경우 위급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다. 외부 활동을 하거나 이동 중에 휴게시간이라며 이용자를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휴게 공간 마련도 현실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활동지원사지부는 한 지자체의 휴게실태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경기도 A시가 활동지원사지부의 요구로 관내 활동지원사의 휴게실태에 대해 지난 9월 16일~10월 25일에 걸쳐 활동지원사 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다.

75명 중 ‘휴게시간을 실질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39명(53%),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22명(29%)로 조사됐다. 

‘휴게시간을 사용할 수 없다 또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복수 응답 가능하도록 설계) ▲이용자가 상시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라서 21명 ▲별도의 휴게공간이 없어서 12명 ▲이용자의 사회활동이 많아서 안정적이 휴게확보가 어려워서 12명 ▲휴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해서 6명 등으로 나타났다.

“24시간 돌봄을 필요로 하는 최중증 와상 장애인을 케어하는 활동지원사는 휴게시간을 따로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30분 씩 휴게시간을 나눠 하고 있지만, 그 시간 또한 단말기만 끄고 일하고 있다.”

“외출 시 차량 이동 중에도 휴게시간이 되면 단말기를 종료해야 하고, 길을 가다가도 정해진 휴게시간이 되면 단말기를 종료해야 하니 누구의 휴게시간인지 모르겠다.”

_ 휴게시간에 대한 설문에 작성한 활동지원사들의 글 중

휴게시간을 사용은 하지만 실질적 휴게는 불가능하다는 응답도 나왔다.

휴게시간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22명을 제외한 53명에게 다시 물었다. ‘휴게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는 ‘이용자에게 서비스지원’이 23명(43%), ‘제공기관의 지휘·감독아래 업무지시를 기다리며 대기’ 1명(2%), ‘이용자의 업무지시를 기다리며 대기’ 6명(11%)이라는 답이 나왔다.

‘휴게시간을 어디에서 쉬는지’ 묻는 항목에 대해서 32명(60%)은 ‘이용자의 집’, 14명(27%)은 ‘이용자의 사회활동장소 인근’이라고 답했다. 활동지원사 본인의 집에서 쉬고 있다는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결국 휴게시간이 있지만 활동지원사는 이용자의 주변을 떠나지 못했고, 계속 근무 상태이거나 대기해야 하는 ‘실질적 노동’ 상태에 있다는 분석이다.

활동지원사지부는 “활동지원사들은 근로기준법 상 휴게조항이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내용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그것이 일대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지원사에에게는 휴게를 보장하기는커녕 무급노동을 일반화해 불법이 만연하도록 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혼란을 초래하고 있기에 현실에 맞는 휴게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체인력 제공’ 정부 대책은 실패… 빨리 대책 만들어야”

정부 대책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정부는 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 동안 대체인력을 지원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휴게시간인 30분 또는 1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대체인력은 현실과 맞지 않았다는 것이 활동지원사와 이용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이용률도 저조했다.

활동지원사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체인력 이용자는 가족에 의한 대체인력 지원은 10명, 가족 외 활동지원사는 1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가족 외 대체인력으로 지원했던 활동지원사가 그만두면서 실제 이용은 가족에 의한 대체인력 지원 10명이 전부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계도기간이라 신청자가 없었다’며 지난 4월 같은 내용의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활동지원사지부는 지난 4월 18일~8월 31일까지의 대체인력 지원 실태 정보공개청구를 다시 요청했다. 가족에 의한 대체인력 지원은 18명, 가족 외 활동지원사는 1명에 불과했다. 이후 9월 5일자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 같은 내용의 자료를 요청했고 가족지원 18명, 가족 외 활동지원사 2명 총 20명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활동지원사지부 전덕규 사무국장은 “정부는 지난해 계도기간이어서 이용률이 적었다고 이야기 했지만, 올해 역시 대체인력 지원 실태를 보면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지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잘못됐다. 대체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현실적이지도 못하다. 실패한 대책이었음을 인정하고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11년차 활동지원사라는 A씨는 “그동안 대부분 발달장애 이용자들과 일을 했던 내 입장에서는 대체인력을 지원한다는 대책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대체인력을 쓰고 휴게시간을 가지라고 하지만, 내가 맡고 있는 이용자는 돌발행동이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더욱이 장애유형이나 특성에 따라 적응하고 이해할 시간이 필요한데, 30분 또는 1시간을 위한 인력이 어떻게 온전히 대체할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당장 나만해도 최근 들어 6년 만에 휴가를 냈다. 아픈 가족을 보러가기 위해 3개월 전부터 부탁을 했고, 이마저도 이용자 가족과 활동지원사가 서로 사정을 알기에 눈치 보며 어렵게 시간을 냈다.”며 “왜 활동지원사와 이용자들이 이런 상황을 감내해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업종 특성 고려한 휴게시간 대책 요구 “휴게시간 저축제 도입하라”

이에 이들이 요구하는 대책은 휴게시간 저축제다.

해당 내용은 지난 9월 16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대표발의 한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담겨 있다.

이 개정안은 △활동지원사와 활동지원기관이 서면으로 합의해 1일 1시간의 범위 내에서 휴게시간을 단축하고, 3개월 이내의 범위에서 유급휴일로 보장하는 것 △활동지원사가 유급휴일을 사용할 경우 그 기간 동안 대체인력(한시적 활동지원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담고 있다.

활동지원사지부 김영이 지부장은 “지금의 휴게시간은 ‘단말기 휴게시간’이라 부르는 것이 맞다.”며 “일 년에 단 몇 일 만이라도 눈치 보지 않고, 이용자 걱정에 또는 일자리를 잃을까봐 불안해하지 않고, 숨 쉬면서 살고 싶다.”며 온전한 휴게시간 보장을 호소했다.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는 휴게시간 저축제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설명했다.

이주언 변호사는 “휴게시간 제도가 잘 개선돼야 활동지원사의 권리도 보장되고, 장애인에게도 온전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장애인은 불안하고 활동지원사는 쉴 수 없는, 누구를 위한 휴게시간인지 알 수 없는 형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휴게시간 저축제를 적용하게 되면, 30분 또는 1시간을 위한 대체인력이 아니라 한시적 활동지원사가 고용돼 기존 활동지원사의 휴일에 안정적인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활동지원사가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고, 이용자는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사회적으로 보면 일자리도 창출되는 효과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활동지원사의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는 지난 19일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되기도 했다.

이날 중증 장애가 있는 더크로스 보컬 김혁건 씨는 “활동지원제도를 통해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활동지원사의 근무시간이 줄어 지원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활동지원사들의 노동시간 문제로, 정부가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장애인들이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시간이 줄어들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