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실태조사, 가이드라인 제정 필요 촉구

시각장애인은 일반의약품의 외부 포장에 점자표시가 없어 의약품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고 오 남용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은 의약품에 대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고 의약품의 오 남용을 막기 위해 의약품 점자표시 실태 및 해외 사례를 조사해 4일 공개했다.

조사대상 의약품 58개 중 16개(27.6%)에만 점자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일반의약품 생산실적 상위 30개 제품과 수입실적 상위 20개 제품 및 안전상비 의약품 13개 제품 중 구입 가능한 58개 제품의 점자표시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16개(27.6%) 제품에만 점자표시가 있었다. 세부적으로는 일반의약품이 45개 중 12개 제품(26.7%), 안전상비의약품은 13개 중 4개 제품(30.8%)에 점자표시가 있었다.

더욱이 점자표시를 하는 경우에도 표시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점자표시가 있는 16개 의약품에 ‘2017년 점자 표기 기초 조사(국립국어원)’에서 점자표시된 것으로 확인된 16개 의약품을 추가해 총 32개 의약품의 점자표시 세부내용(가독성, 규격, 항목, 위치 등)에 대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32개 의약품 중 상대적으로 가독성이 높은 의약품은 11개에 그쳤고, 21개 의약품은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독성은 주로 점자 규격에 따라 좌우됐는데, 점 높이가 낮고 점 간격 또는 글자 간격이 과도하게 좁거나 넓은 경우 가독성이 낮았다.

한편 표시 항목에 대해 관련 규정에서는 제품명, 업체명, 사용설명서 주요내용 등을 점자표시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32개 의약품 중 23개 제품은 제품명 만을, 4개 제품은 제품명과 업체명만 표시하고 있었고, 5개 제품은 가독성이 낮아 제품명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표시 위치 또한 의약품마다 제각각이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제각각인 점자 규격, 표시 항목, 표시 위치 등으로 인해 점자표시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어, 의약품 점자표시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점자표시를 표준화해 시각장애인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 의약품 외부 포장에 제품명 점자표시 의무화

한국소비자원은 외국의 사례들도 조사해 분석했다.

유럽연합은 2004년 3월 의약품 관련 지침을 개정하면서 의약품 외부 포장에 제품명 점자표시를 의무화했고, 성분의 함량이 두 가지 이상으로 판매되는 의약품은 함량도 점자표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환자 단체의 요청이 있는 경우 시판 허가권자는 의약품 첨부문서를 시각장애인에게 적합한 형태(음성 점자설명서 등)로 제공해야 한다.

미국은 의약품에 대한 점자표시 의무는 없지만, 의약품 포장 관련 산업 협회와 점자 단체들이 협력해 2009년 5월 미국과 캐나다에서 통용되는 의약품 점자표시 가이드라인(Can-Am Braille)을 제정하고 의약품 포장 관련 업계 등에 보급했다.

이와 같이 해외 선진국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의약품 점자표시를 의무화하거나, 의무화하지 않더라도 관련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점자표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사전 협의를 통해 이번 조사를 진행한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약품 점자표시의 활성화 및 실효성 제고를 위한 의약품 점자표시 가이드라인 제정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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