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장애인은 후천적인 장애인보다 의지가 약하다”... 지난 17일 인권위 긴급진정 제출
연이은 장애인차별발언, 반성과 재발방지 촉구

21일 전장연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반성을 촉구하는 반성통신문을 전달했다. ⓒ웰페어뉴스
21일 전장연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반성을 촉구하는 반성통신문을 전달했다. ⓒ웰페어뉴스

“정치인들이 장애인 차별발언을 사용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어 장애인인권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귀 정당은 장애인 단체와의 많은 대화를 통하여 정치인들이 장애인 차별 발언을 일삼지 않도록 반성문을 2020년 1월 31일까지 제출하십시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반성통신문' 중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연이은 장애인차별발언에 장애계가 분노하고 있다.

21일 오후 2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장애인차별발언 반성문 요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17일 전장연은 인권위가 위치한 나라키움 저동빌딩 1층에서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차별발언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긴급 진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이해찬 대표는 후속대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자 21일 이해찬 대표의 반성문을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사를 찾았다.

계속되는 장애인차별발언... “의도하지 않은 무의식적 발언” 일축

이해찬 대표는 2018년 12월 28일, 장애인당원이 중심인 장애인위원회의 발대식과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될 사람들을 정신장애인.”이라며 “정치권을 보면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이 많이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또한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TV’에 올라온 ‘2020 신년기획 청년과의 대화’ 영상에 출연해 “선천적인 장애인은 후천적인 장애인보다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는 비하발언을 했다.

지난 16일 신년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의도하지 않은 무의식적 발언.”이었다고 답하고, 계속해서 이전 발언들을 지적하는 질문에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일축했다.

“말 뿐인 사과는 그만,.. 진심으로 사과하라”

발언 중인 모경훈 소장 ⓒ웰페어뉴스
발언 중인 모경훈 소장 ⓒ웰페어뉴스

21일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표출했다.

우리하나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모경훈 소장은 “나는 선천적 장애인이다. 직업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어서 대문 밖에 나와 직업을 구하고 다녔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만약 내가 그런 의지가 없었다면 집 밖으로도, 사회로도, 이 자리에도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으며, 자립하기위해 열정을 갖고 일해왔다.”며 선천적 장애인이 상대적으로 의지가 약하다고 발언한 이해찬 대표를 지적했다. 

정치인들의 인권 의식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웅 운영위원장은 “인권을 나중으로 미루며, 단순히 비하의 용도로만 사용하는 정치인들을 비판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장애인 인권보장에 대한 청사진이 있었다면, 차별금지법에 대한 이해가 올바르게 됐다면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등을 외치는 정치인이지 차별을 농담으로 하는 사람은 필요하지 않다.”고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것이 문제”... 재발방지 위한 후속대책 마련 촉구

발언 중인 박경석 이사장 ⓒ웰페어뉴스
발언 중인 박경석 이사장 ⓒ웰페어뉴스

발언에 나선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이해찬 대표에게 반성문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말 실수라고,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변명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해찬 대표는 자신이 했던 발언이 의도가 없었다고 말하는데, 의도가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것이 문제.”라며 “자신의 잘못된 인식을 반성하고 진심 어린 반성문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정치권에서 이어지고 있는 장애인 차별발언에 대한 재발방지 촉구와 앞으로의 투쟁 계획을 밝혔다.

전장연 측은 “장애인 인권교육을 제도화하고, 현재 총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의무교육을 정당 차원에서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며 장애인 인권교육과 더불어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지난 17일 이해찬 대표의 발언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진정을 제출했다. 인권위는 문제를 인식하고 시정권고를 바란다.”며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해 명확한 권고를 요구했다.

이날 전장연이 작성한 반성통신문은 더불어민주당 민생국장에게 전달됐다. 

한편 전장연 설 연휴 서울역으로 이동해 장애인차별발언 퇴치 서명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해찬 대표가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을 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귀성인사를 위해 방문하는 용산역을 찾아가 직접 반성문 제출을 요구할 예정이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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