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실적 강요를 견디지 못한 故설요한 동료지원가... 장애계, 22일~27일 고용노동부 반성 촉구 ‘조문 공동투쟁’ 선포

故설요한 씨의 분향소가 22일 서울역 2층 대합실에 마련됐다.
故설요한 씨의 분향소가 22일 서울역 2층 대합실에 마련됐다.

“故설요한 동료지원가의 노동조건

월 60시간의 근로 시간과 659,650원의 임금,
월 4명의 비경제활동인구 중증장애인 참여자 발굴,
동료지원활동 참여자 1명 월 5회 만나서 취업의욕 고취 및 직업연계,
실적을 채우지 못할 경우 고용 기관에서 임금 반납“

- 故설요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조문투쟁 참여 호소문 중

故설요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를 추모하는 49재 분향소가 서울역 2층 대합실에 마련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22일 분향소를 설치하고,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에게 사과와 면담을 촉구했다.

지난 12월 5일 故설요한 동료지원가는 '민폐를 끼쳐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정해진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기관에 임금을 반납해야하는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고 주변 동료와 가족이 전하고 있다. 

이에 전장연은 지난 12월 11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장례 투쟁을 진행하며, 고용노동부 담당 국장을 만나 故설요한 동료지원가의 사망 원인이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의 제도적 문제와 과도한 직무 때문에 벌어진 타살이라는 의견을 전달하고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의 공개사과와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면담도 명확한 답변도 돌아오지 았았고, 故설요한 동료지원가의 49재인 22일 오후 5시 서울역 2층 대합실에 분향소를 차리고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의 사과를 촉구하는 조문투쟁을 선포했다.

중증장애인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 “성과와 실적 위주의 정책 개선해야”

故설요한 동료지원가는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이 사업은 동료상담, 자조모임 등 ‘동료지원활동’을 통해 실업 상태나 비경제활동에 있는 중증장애인의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동료지원가의 자격은 중증장애인으로, 취업 의사가 있는 중증장애인을 만나 경제활동을 돕는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실적을 강요한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지난해 기준 월 60시간의 노동시간과 65만9,560원의 임금, 월 4명의 참여자를 발굴해 참여자 1명 당 5회씩 상담업무를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

또한 실적을 채우지 못했을 때 고용 기관에서 임금을 반납해야해 감정 노동의 압박과 더불어 동료지원가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준다는 점이 함께 지적됐다.

막을 수 있던 죽음... “고용노동부 장관은 나와서 사과하라”

발언 중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
발언 중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

22일 기자회견에서 고용노동부를 향한 장애계의 질책이 이어졌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일자리사업은 어떠한 성과나 실적을 요구하지 않지만,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일자리는 실적을 강요하고 있다.”며 문제를 꼬집었다.

이어 “여기 청년이 죽었는데도 고용노동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잘못 설계된 일자리라는 것을 인정하고 장애인의 특성과 욕구·환경이 반영되는 일자리가 만들어져야한다.”며 반성과 정책개선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종옥 부대표 역시 “잘못된 점에 대해서 반성하고 우리가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 마련을 위해 정책 반영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선진국은 국가총생산의 30%를 복지예산에 사용하지만, 우리는 아직 16% 정도만 사용하고 있다. 그 중 장애인에 대한 예산은 얼마나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노동계에서도 장애인 일자리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동규 부위원장은 “중증 장애인으로서 자신의 조건에 맞게 노동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우리가 투쟁한 것은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서다. 하지만 현 정책은 살기 위해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죽음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노동자 모두가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보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발언 중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
발언 중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전체 장애인 100명 중 72명이 비경제인구다. 우리는 작년 투쟁을 통해 중증 장애인의 공공일자리 마련을 촉구했다. 그런데 현 정책은 공공일자리를 생산성과 실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일자리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또한 “우리는 고용노동부에 진심어린 반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안타깝다는 말만 한 채 고용노동부에 어떠한 관료도 조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책의 잘못된 점이 있으면 명백히 밝히고, 와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전장연 측은 22일~오는 27일까지 서울역 2층 대합실에서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의 조문과 사과를 요구하는 조문투쟁을 진행한다. 특히 23일 서울역을 방문하는 정당 지도부에 故설요한 씨에 대한 조문을 요구할 예정이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