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행정복지센터 “장애인에겐 복지 사각지대”
우리 동네 행정복지센터 “장애인에겐 복지 사각지대”
  • 박성용 기자
  • 승인 2020.01.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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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이상 위치했는데 승강기는 37% 뿐… 점자와 수어통역 제공은 ‘예정 없어’ 답변도
보건복지부와 16개 지방자치단체 진정 접수 “접근성 문제 방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차연)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위치한 나라키움 저동빌딩 앞에서 보건복지부 장관과 각 지자체 장을 대상으로 행정복지센터의 장애인 편의제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위치한 나라키움 저동빌딩 앞에서 보건복지부 장관과 각 지자체 장을 대상으로 행정복지센터의 장애인 편의제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초적인 행정과 민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와 관련한 정보 제공과 복지서비스 신청·문의하는 행정복지센터.

하지만 승강기가 없어 접근 자체가 차단되고, 장애인 화장실 없거나 관리가 안 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장애유형을 고려한 편의제공은 인식조차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장애계가 정부와 지자체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30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위치한 나라키움 저동빌딩 앞에서 행정복지센터의 장애인 편의제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 보건복지부장관과 15개 지자체장을 피진정인으로 진정을 접수했다.

행정복지센터는 기존 읍·면·동 주민센터에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기능이 강화되면서 주민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명칭도 함께 변경됐다.

“장애인 편의제공 미흡”… 제대로 된 시정조치 해야

장추련 측은 “현행 행정복지센터는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고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장추련은 전국 74개 장애계 단체들과 ‘행정복지센터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전국 3,499개 행정복지센터 중 조사대상은 1,793개. 이 중 2층 이상 건물에 위치한 곳이 1,690개에 이르는 반면, 승강기가 설치돼 있는 곳은 625개(37%)에 불과했다.

‘주차구역’ 설치율은 81.4%, ‘장애인화장실’ 82.7%, ‘경사로’ 85.2%, ‘점자유도블럭’ 86.2% 등 법으로 의무화된 편의시설도 전부 설치돼있지 않았다.

특히 행정복지센터 이용 시 장애 유형에 따라 제공돼야 하는 안내 또는 인적 서비스도 부족했다.

‘점자안내책자’를 제공하는 곳은 18.6%, ‘수어통역’ 9.5%, ‘인력지원제공’ 28.7% 등으로 미흡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미흡한 수준의 편의 제공에 대해 장애계는 ‘방관’을 이유로 꼽았다.

장추련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된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관해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시정권고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행정복지센터, 나에게는 복지 사각지대”… 편의미제공의 악순환 끊어야

30일 기자회견에서는 행정복지센터 이용에 불편을 겪어온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발언 중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
발언 중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경사로가 없는 행정복지센터는 이제 없다고, 이제 장애인들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하곤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현실을 달랐다.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인감을 떼려면 전자 서명이 필요한데 해당 기기에 손이 닿지 않아 누가 도와줘야하는 실정.”이라며 “화장실이 없거나 형식적인 경사로가 존재하는 곳도 많아 모니터링을 하며 답답한 현실을 맞닥뜨렸다.”고 지적했다.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권일 동료상담가는 “행정복지센터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은 청소도구가 있는 창고로 쓰거나, 심지어 남녀가 분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남녀구분도 없는 사람인가. 사람 취급도 못 받고 민원을 보러 오라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 돼 있지만 남녀 구분이 없는 곳이 353곳이나 됐다.

더욱이 행정복지센터가 다양한 활동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편의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권일 동료상담가는 “요즘 행정복지센터는 문화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 행정복지센터는 승강기가 없어 프로그램이나 활동을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법을 집행하는 가장 기초적인 행정복지센터가 이런 것도 지키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법을 지키라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행정복지센터가 편의시설을 갖추는 것이 먼저다.”라며 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이 우선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편의제공이 미흡한 상황은 지역적 특성도 반영되지 않았고, 개선 의지도 부족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발언 중인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곽남희 활동가
발언 중인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곽남희 활동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곽남희 활동가는 “서울맹학교와 서울농학교 인근의 행정복지센터에 충분한 편의제공이 마련돼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점자로 된 안내서도 없고 수어통역사도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지역은 실제 장애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임에도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모든 행정복지센터에 점자안내와 수어통역사 등 서비스 제공이 당연하지만, 장애인들이 이용이 잦은 곳이라면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점자안내나 수어통역이 언제 준비될 예정인지 물어보는 질문에 ‘예정이 없다’라는 답변 뿐이었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라는 지적을 덧붙였다.

한편 이날 진정서를 접수한 장추련 측은 지속적으로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행정복지센터의 장애인 편의제공을 위한 투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