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연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에 둔감한 우리 사회의 인권인식 절망”

“우리는 차별과 혐오가 가득한 이 사회에서 장애를 갖고 태어나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랑하는 내 자녀에게, 이 유감스런 판결을 전하며 다만 한없이 미안할 뿐이다.”

장애학생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방치하는 등 학대한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집행유예와 무죄 판결을 내리자 장애계가 유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 남기주 부장판사는 인강학교 사회복무요원 백 모 씨(23)에게 징역 1년, 이 모 씨(25)에게 징역 8개월, 한 모 씨(24)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면서 2년간의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또한 이들과 함께 학대 혐의로 기소된 전 인강학교 교사 이 모 씨(57)와 차 모 씨(57)에 대해서는 무죄 선고를 했다.

사회복무요원들은 2017년~2018년까지 서울인강학교에서 근무하며 지적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캐비닛 안에 가두거나 머리나 배 등을 주먹으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교사들은 장애학생들을 방치하거나 고추냉이 등을 억지로 먹이는 학대 혐의로 기소 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19일 성명을 발표하고 “판결을 지켜보면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의 심경은 말 할 수 없이 착잡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재판부는 사회복무요원들에 대해 ‘피해자들이 학교와 사회에서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할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피고인들이 비난 받을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이들이 중증 장애 학생에 대한 경험이 없고 자신들의 행위를 반성하고 있다’며 집행유예 이유를 설명했다. 교사들이 무죄를 받은 이유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부모연대는 “그들에게만 ‘특별히’ 단호한 벌을 주자거나 모든 폭력과 학대를 엄한 판결 하나로 막아내자는 뜻도 아니다. 다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에 둔감한 우리 사회의 인권인식 수준을 판결에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할 뿐.”이라며 개탄했다.

이어 사회복무요원들에 대한 판결에 대해서는 “우리는 ‘중증장애학생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것이 양형이유가 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는 누구나 갖춰야 하는 기본적 인식이 아닌가. 설령 살면서 단 한순간도 장애인을 대한 적이 없었다 하더라도 사람을 존중하며 대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기본이다. 사회복무요원의 임무에는 중증 장애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것을 제대로 경험해 가면서 배워야 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판결대로라면, 우리 사회에서는 중증 장애인을 학대해도 그가 중증장애인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죄를 엄히 묻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무죄 판결을 받은 전 교사들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증거도 부족하다고 하지만, 사회복무요원들의 일관된 진술에서도 보듯이 교사들의 태도가 사회복무요원들의 잘못된 행위를 묵인 방조하는 의미로 쓰였다는 것은 자명하다.”며 “중증 장애학생들을 ‘경험이 부족한’ 사회복무요원에게 제대로 지도도 하지 않고 맡기고, 관찰과 지도를 하지 않은 행위는 교사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학대를 방치한 것을 넘어서 학대의 공범이라고 보아야 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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