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제 도입으로 폐지된 금치산·한정치산… '잔존능력 존중' 취지 살린 개선해야

2013년 7월 민법 개정으로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된 지 6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현행 법령에는 아직도 ‘금치산’이라는 용어가 남아 혼란을 주고 있다.

더욱이 기존 금치산·한정치산이 성년후견으로 단순 대체되면서 ‘잔존능력을 존중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한다’는 성년후견제도의 취지와 달리, 자격이나 권리를 제한하는 문제들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의미 있는 유권해석이 나왔다.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가 보낸 ‘금치산자·피성년후견인의 선거권 제한 여부 관련 질의’에 대해,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2018년 7월부터 금치산자(피성년후견인 포함)의 선거권은 공직선거법 제18조제1항에 의해 제한되지 않는다’는 답변이다.
(관련기사_피성년후견인 “4월 총선에서 투표 가능해져”_2020.0311)

민법이 개정되면서 부칙으로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의 선고 효력을 5년으로 규정, 이미 효력을 잃은 제도가 법에 남아있었던 이유에서 시작된 질문이다.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김도희 센터장.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김도희 센터장.

“공직선거법에서는 금치산선고를 받은 사람에 대해 투표권을 제한했었고, 법 조항에 아직 남아있다.

2013년 민법 개정으로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됐고, 부칙으로 정해진 5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금치산제도 효력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당 법은 개정되지 않고 조항을 남겨둔 상황이다.

금치산자는 법의 효력이 없어졌으니 당연히 투표를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피성년후견인의 선거권은 인정할 것인가라는 부분이 쟁점이 됐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적으로 확인을 받기 위해 질의를 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김도희 센터장은 자칫 논란이 될 수 있는 피성년후견인의 투표권을 인정받기 위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된 이후 금치산 관련 조항을 담고 있는 법들이 ‘금치산자’를 ‘피성년후견인’으로 단순 대체하는 사례들이 있었고, 혹여 금치산자의 선거권 제한 규정이 피성년후견인에게도 그대로 적용 될 수 있다는 우려들이 나왔다.

잔존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던 금치산제도와 달리, 성년후견제도는 잔존능력을 최대한 존중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인권적 측면에서 도입됐다는 점이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와 법·제도들을 보면 성년후견제도의 취지를 온전히 받아들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피성년후견인의 선거권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담아 회신했다. 지난해 기준 1만5,000명으로 추산되는 피성년후견인에게 선거권이 있음이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숙제는 어떤 방식으로 관련 조항을 개정할 것인가이다.

김도희 센터장은 해당 조항의 ‘삭제’가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선거권을 제한하는 결격사유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데, 결격사유에 단서가 더 들어간다면 참정권 침해가 될 수 있다.

금치산자는 법적 효력이 상실됐음으로 이 조항은 명확히 삭제돼야 하고, 무엇보다 피성년후견인으로 조항이 대체되거나 어떤 방식으로도 결격사유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거권은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권리다. 관행적으로 사회가 가져왔던 ‘후견인까지 선임 받은 사람이 투표를 할 수 있겠는가’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특히 이번 유권 해석은 앞으로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기대로도 이어진다.

성년후견제도 도입으로 후견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권리적 명시는 있지만, 아직도 사회는 후견 선고를 받았다는 이유로 자격이나 면허를 박탈하고 권리에서 배제하는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8월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이유로 25년의 공무원 생활을 부정당해 억울하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질병으로 쓰러져 성년후견 판결을 받은 김 모 씨의 명예퇴직 신청이, 국가공무원법 상 ‘피성년후견인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는 규정을 이유로 당연퇴직 처리된 사건이다.
(관련기사_성년후견 이유로 25년 공무원 생활 ‘부정’… “명백한 인권침해”_2019.08.01)

이미 25년의 공무원 생활을 해온 김 씨의 삶과 지위는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부정당해버린 것이다.

김도희 센터장은 우리 사회가 성년후견제도 도입 취지와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법과 제도를 다시 살펴보기 바란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피성년후견인에 대해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고 단정해 왔던 사회의 보수적 시각이 누군가의 자격과 권리를 제한해 왔다.

선거권에 대한 유권해석이 우리 사회가 묵인해왔던 문제에 경종을 울리고, 이를 계기로 다른 결격 사유와 자격 제한에 대한 규정들이 개정됐으면 한다.

당장 1만5,000명으로 추산되는 피성년후견인 중 몇 명이나 4월 총선에 투표를 하러갈지는 모른다. 혹여 높은 수치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시작이다. 권리가 있는데 행사하지 않는 것과, 권리 자체가 차단된 것은 다르다.

그들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잔존능력을 충분히 활용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성년후견제도의 취지라는 점을, 사회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인식해주길 바라는 마음입이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

공직선거법 제18조(선거권이 없는자)에 대한 조항에 '금치산선고를 받은자'에 대한 명시가 남아있다. 금치산·한정치산제도는 지난 2013년 민법 개정으로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되면서 폐지됐고, 부칙에 따라 5년이 지난 2018년 7월 해당 선고에 대한 효력이 상실됐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에는 아직 금치산에 대한 명시가 개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공직선거법 제18조(선거권이 없는자)에 대한 조항에 '금치산선고를 받은자'에 대한 명시가 남아있다. 금치산·한정치산제도는 지난 2013년 민법 개정으로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되면서 폐지됐고, 부칙에 따라 5년이 지난 2018년 7월 해당 선고에 대한 효력이 상실됐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에는 아직 금치산에 대한 명시가 개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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