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유형에 맞는 정보전달체계 등 종합대책 마련하라”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전 특정지역을 다녀온 청각장애인 A씨는 발열과 기침감기 등의 증세가 있어 선별진료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선별진료소에 도착한 A씨가 복잡한 검사절차와 질문내용을 전달받을 방법은 전혀 없었다. 대부분의 의료진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 표정과 입모양을 볼 수 없었고, 수어통역이나 문자 안내 등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검사를 받기는 했지만, 어떤 검사를 하는지 다음에 어디를 가야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검사원의 손에 이끌려 다니며 극심한 공포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가 전한 코로나19 진단검사 과정에서 청각장애인 당사자가 겪은 불편하고 불안한 현실이다.

26일 0시 기준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9,241명, 36만4,942명이 진단검사를 받았다. 진단검사자에는 청각장애인도 포함돼 있지만, 이들은 선별진료소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장추련은 26일 성명을 발표하고 “선별진료소 이용 어려운 청각장애인에 대해 의사소통 지원체계를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600여 개 선별진료소, 수어통역 등 지원 없어… “정부는 국가의 책임을 다하라.”

장추련에 따르면 전국 611개의 선별진료소(3월 25일 기준)중 수어통역이 제공되는 곳이 거의 없으며, 영상전화기 또한 설치 돼있지 않다.

장추련은 “1339 상담전화로 청각장애인이 선별진료소를 방문했을 때 수어통역이 제공되거나 영상전화가 비치 돼있는 곳이 있는 지 문의했지만 ‘선별진료소에 개별적으로 전화해 문의하라’는 답변만을 받을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1339 상담전화 역시 카카오톡 상담이나 문자에도 제대로 답변을 받을 수 없고, 영상상담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용가능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일부 지역은 청각장애인 단체에서 관련기관에 ‘수어통역사가 상주하는 거점 선별진료소 설치와 상주하는 수어통역사를 위한 방호복 지원’ 등에 대해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 장추련의 설명이다.

오히려 일부 선별진료소와 보건소는 청각장애인 개인에게 수어통역사 동행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욱이 이런 상황이라면 상담부터 자가격리, 선별진료소 검사, 확진 시 치료 등 절차와 과정 속에서 청각장애인은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추련은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당시 정부 브리핑에 수어통역이 없는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해 지금은 정부와 모든 지자체가 수어통역사를 발표자 바로 옆에 배치하고 있다. 브리핑에 수어통역이 왜 필요한지 이해했다면, 코로나19와 관련한 모든 절차에 무엇이 필요한지 쉽기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의 이러한 무지는 장애인의 피해로 이어지고, 긴급 상황에 지원받지 못한 장애인은 차별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런 문제는 이미 2015년 메르스 감염병 발생 시에도 제기되며 장애유형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코로나19가 발생했다.

장추련은 “코로나19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재난.”이라며 “재난상황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해야하는 것이 국가이고, 청각장애인과 수어통역사도 국민이다. 더 이상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거나 개인 또는 단체가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찾아다니지 않도록 정부는 반드시 국가의 책임을 다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한편 장추련은 성명을 통해 정부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정보전달체계와 의소소통체계에 대한 종합대책 마련 ▲선별진료소, 치료병원, 생활격리치료소 등에서 제공받아야 하는 정보에서 청각장애인이 배재되지 않도록 방법 마련 ▲청각장애인을 지원하는 수어통역사가 감염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대안 마련 ▲보여주기식의 형식적인 대책을 중단하고 실제로 청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영상전화, 수어영상제작, 문자서비스 등) 즉각 시행을 요구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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