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배려 부족한 투표소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하라”
장애인 배려 부족한 투표소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하라”
  • 박성용 기자
  • 승인 2020.04.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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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시작일 맞춰 “장애 유형에 맞는 대책” 촉구
10일 장애계단체들로 구성된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대응팀’ 주최로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 되는 10일,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청운효자동사전투표소 앞에 모였다. 

이 자리는 한국피플퍼스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계단체들로 구성된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대응팀(이하 대응팀)’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

대응팀은 발달장애인 등 모든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을 위해, 장애유형에 맞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지속적인 참정권 보장 위한 조치 촉구… 장애 유형에 맞는 서비스 제공 ‘물음표’

앞서 대응팀은 제21대 총선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주요 요구안’으로 ▲그림투표용지 도입 ▲발달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알기 쉬운 선거 정보제공 ▲선거 전 과정에서 수어통역과 자막제공 의무화 ▲모든 사람의 접근이 가능한 투표소 선정 ▲장애인거주시설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등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참정권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모든 조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애인 당사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살펴보고, 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

장애유형을 고려한 선거공보물은 물론, 투표 안내를 위한 수어통역사나 발달장애인을 위한 그림투표용지 등 적합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응팀은 “민주적 선거제도가 도입된 이래, 유권자 권리 보장을 위한 수많은 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관련법 개정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019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투표소는 장애인 등 이동약자의 투표소 접근 편의를 위해 1층 또는 승강기 등의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 설치하도록 했지만, 원활한 투표관리를 위해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는 예외로 하는 단서조항으로 인해 전체 투표소 중 약 20%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설명했다.  

이에 대응팀은 10일 사전투표 시작일을 맞아, 선거에서 모든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과 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그림투표용지 제공을 촉구하는 피켓.

“우리도 투표에 참여할 권리 보장받고 싶다”… 장애 유형 고려한 ‘대책 마련’ 촉구

이날 장애인 당사자들은 다양한 장애 유형을 고려하지 않은 현 상황에 질타를 쏟아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선거에 대한 정보접근 개선을 위한 ‘읽기 쉬운 공보물’ 제작과 후보자의 사진이나 정당의 로고를 투표용지에 기입하는 ‘그림투표용지’ 도입을 주장했지만, 이를 위한 선거제도는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피플퍼스트 조화영 활동가.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서울피플퍼스트 조화영 활동가는 "선거 때마다 선거공보물이 집으로 오지만, 발달장애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투표소 위치와 후보자 정책 공약 등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이 쉽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한 눈에 들어오는 선거공보물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투표용지를 보면 후보자의 사진이나 정당의 로고가 있지 않아 찍고자 하는 후보가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다.”며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그림투표용지를 도입해 우리도 쉽게 투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각장애인은 장애 유형을 고려한 점자 형태의 선거공보물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점자 형태의 선거공보물은 묵자의 3배 분량이지만, 일반 선거공보물과 동일하게 매수가 제한돼 있어 선거정보 내용이 중간에 끊기는 등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점자투표 보조용구에 대한 어려움도 함께 나타났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를 진행하게 되면서 점자투표 보조용구가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곽남희 활동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를 진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비닐장갑을 끼면 점자를 읽을 수 없어 투표보조용구가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시각장애인이 배제되지 않고, 선거에 쉽게 참여하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특히, 수어통역이 모든 투표소에 제공되지 않아 투표 절차에 어려움을 겪는 등 청각장애인들이 겪는 문제도 함께 꼬집었다.

서울시의 경우, 사전투표소 총 424곳 중 단 25곳에서만 수어통역사가 배치됐으며, 선거 당일 투표소 2,252개 중 49곳만 수어통역사가 배치돼 현장 투표소에서 안내와 설명을 받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종운 대의원.

청각장애인 당사자인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종운 대의원은 "지난 사전선거 투표 당시, 수어통역사가 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문자로 된 안내문을 전달받았지만, 해당 안내문에 충분한 설명이 돼있지 않아 투표 절차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경험을 전했다.

이어 "현장에서 명확한 설명을 듣기 위해 수어통역사와 영상통화를 요청했지만, 현장 투표소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상황을 전달받는데 한계가 있었고, 투표를 마치기까지 무려 20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며 덧붙였다.

무엇보다 "투표소들이 영상통화를 통해 수어통역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지원인력은 전체 투표소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현실이다. 청각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휠체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투표소를 지적하는 피켓.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