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동안 부모님과 여동생이 우리 집으로 놀러왔는데 “애들 키운다고 고생 많은데, 엄마 아빠가 애기들 봐줄테니깐 잠깐 바람 쐐고 와~”라고 말씀하시며 부모님께서 우리 부부에게 자유를 선물해 주셨다. 말로만 듣던 엄마 아빠 찬스! 

괜찮다고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용돈까지 주시며 다녀오라고 해서 아이들과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아내와 난 무엇을 할까 궁리하다가, 커피 한 잔 마시면 좋겠다 싶어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오랜만에 아내와 마주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셨다. 문득, 8년 전에 아내와 처음 만나서 카페에 갔던 때가 떠올랐다. 처음이지만 아내와 커피 마시면서 한참을 이야기 나눴는데,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해서 즐겁게 수다 떨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커피에 물을 부으면 아메리카노, 커피에 우유가 더해지면 라떼, 커피에 아이스크림을 넣으면 아포가토가 된다. 쓰기만 하던 커피에 무언가를 더하면 부드럽고 향긋해지는 것처럼, 헛헛하여 쓴맛이 느껴지기도 했던 나의 인생에 아내가 더해지면서 부드럽고 향긋해지고 있단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많이 고맙다. 

아내는 커피처럼 쌉싸름할 때도 있지만, 그 끝엔 항상 달콤함이 따라온다. 쓴맛만 나서 왜 마시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던 커피가 이젠 익숙해져 끝맛의 씁쓸함을 즐기게 된 것처럼, 아내와 난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젠 익숙해져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살아간다. 이런게 사랑일까?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