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창동 역사교사 “장애는 나를 지칭하는 단어 중 하나일 뿐”
류창동 역사교사 “장애는 나를 지칭하는 단어 중 하나일 뿐”
  • 박성용 기자
  • 승인 2020.05.1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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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나의 역할”
학교에서는 2년차 역사교사… '부캐'는 밴드 보컬, 팟캐스트 진행자
원격수업 중인 서울 서연중학교 류창동 교사.
원격수업 중인 서울 서연중학교 류창동 교사.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밝혀주는 사람. 우리는 그런 이를 가리켜 스승이라 말한다.

15일 스승의 날이 다가왔지만, 학생들의 생기로 가득해야 할 학교는 침묵이 자리 잡았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고, 교육 현장 역시 온라인 개학이라는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학생들은 집에서, 교사들은 교실에서, 컴퓨터 화면 넘어 만나는 원격수업이 진행 된지도 벌써 한 달을 넘겼다.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책상과 의자만이 쓸쓸히 남겨진 교실에는, 교사들만이 나와 수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 서연중학교 류창동 교사도 텅 빈 교실 교단 앞에 섰다.

올해로 교사 2년차인 그는 지난해 ‘국내 첫 시각장애인 역사교사’라는 이름으로 언론 등의 주목을 받았다. 교사가 된 자신을 축하하는 목소리가 고마웠지만,  ‘교사 류창동’ 보다 먼저 알려진 ‘시각장애인 역사교사’라는 이름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장애는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단어일 뿐.”이라고 말하는 그의 교사 생활을 만나보자.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원격 수업. 직접 만나지 못하지만, 학생들을 위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학생들, 저의 역할입니다.” 

올해 류창동 교사는 서연중학교 2학년과 3학년 역사 담당을 맡았다. 3학년만을 담당했던 지난해와 달리 수업이 늘어나면서, 이전보다 많은 학생들을 만나게 될 예정이었다. 부푼 기대도 잠시,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들과는 온라인으로 먼저 인사를 나눴다.

유례없는 원격수업에 학생과 교사 모두 혼란스러웠지만, 전국의 교원들은 차근차근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류창동 교사의 수업도 계속되고 있다. 수업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었지만,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추가적인 준비들이 필요했다. 업무지원인과 함께 학생들을 위한 영상 자료와 수업 자료를 편집하고, 원격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챙겼다.   

류 교사는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중학교 2학년과 3학년을 동시에 맡으면서, 이전보다 많은 수업을 준비하는 동시에 원격수업을 위한 자료도 더 많이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다보니 수업 자료와 영상, 필요한 경우 음성녹음을 하는 등 많은 부분들을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실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교실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임용고시 준비는 ‘맨 땅에 헤딩’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교육학은 공통 과목이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들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지만, 역사 과목을 위한 필독서의 경우 점자나 음성으로 된 대체자료가 마련돼 있지 않아 일일이 제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죠.”

누구에게나 처음이 서툴 듯 류창동 교사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임용고시 준비는 ‘맨 땅에 헤딩’ 수준이었다.

역사 과목 특성상 한자가 많아 대체자료 제작이 다른 자료에 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어떤 책은 대체자료 제작에 1년 가까이 소요된 경우도 있었다.  어려운 길이었지만, 한편으론 앞으로 역사교사를 꿈꾸는 시각장애인 후배들을 위한 첫 걸음을 시작했다. 자신이 준비했던 자료들로 후배들이 전보다 편하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임용고시 준비생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변화였다.

첫 수업은 ‘걱정’이었다.

새로운 환경과 학생들과의 만남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다만 그 걱정은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학생들은 류창동 교사를 다르게 대하지 않았다. 장애가 있는 선생님이라고 더 조심하려 하거나 멀리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학생들은 편견이 없었다. 학생들에게 류창동 교사는 많은 교사들 중 한명이었고, 그 것이 자연스러웠다. 수업에 집중하며 잘 따라와 줬고, 같이 웃고 이야기를 나눴다. 편견 없는 학생들의 모습이 교직 생활의 즐거움이 됐다.

그리고 이런 자연스러운 하루하루가 쌓여 자신이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영향이 분명이 있다고 믿고 있다.

“학생들은 저의 시각장애에만 초점을 두지 않아요. 역사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죠. 오히려 사회에서는 거리감을 느끼곤 했는데, 학생들에게선 그런 모습이 느껴지지 않아 좋아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만큼은 대학이나 사회에서 장애가 있는 동료를 만나도 그들의 장애를 먼저 보지 않을 겁니다. 자연스럽겠죠. 그런 학생들이 더 많이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와 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류창동 교사가 바꿔가고 싶은 사회의 작은 바람은 학교 밖 모습에도 담겨있다. 

그에게는 요즘 유행하는 ‘부캐’가 몇가지 있다. 류창동의 ‘본 캐릭터’가 교사라면, ‘부 캐릭터’는 팟캐스트 진행자와 밴드 보컬. 다양한 모습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2017년부터 ‘듣는 야구’ 팟캐스트 활동을 시작해, ‘야인 타임라인’ 코너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팟캐스트를 통해 야구 이야기가 제작되고 있는데, 지인들의 방송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해 지금도 꾸준히 활동 중이다.

대학 시절 취미였던 밴드 활동도 지난해부터 다시 시작했다. 2012년~2013년 대학에서 시각장애가 있는 친구들과 함께 결성했던 밴드는, 지난해 3월 다시금 모여 현장 공연과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류 교사는 “사람은 간혹 ‘장애가 있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장애는 나를 지칭하는 단어 중 하나일 뿐, 다를 것은 없다.”고 말했다.  

2020년 5월 15일. 어느 때보다 조용한 스승의 날이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학생들과 교사들은 늘 그 자리, 자신들의 위치에 있다.

류창동 교사도 열심히 수업을 이어가고, 학생들도 즐겁게 배움을 더해간다. 그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기간 동안 안전하게 지내고, 빠른 시일 내에 함께 만나고 싶다.”며 “학생들이 가득 찬 교실에서 수업하는 모습을 꿈꾼다. 학생들이 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그리고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의 편지가 그의 앞에 도착했다.

“류창동 선생님께.
멋진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주셔서 귀 호강하고 있어요!
선생님 목소리에 빠져들었습니다. 멋져요!
늘 정성을 다해 수업해주시는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선생님, 사랑합니다.”
_ 2020. 스승의 날. 서연중학교 학생회 일동

서연중학교 학생들이 전달한 꽃과 편지.
서연중학교 학생들이 전달한 꽃과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