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 정신장애인 폭행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처벌 나서야”
경남 합천 정신장애인 폭행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처벌 나서야”
  • 박성용 기자
  • 승인 2020.05.1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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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강압적 제압 과정에서 사망… “해당 병원 내 인권침해 반복돼” 처벌 촉구
장애계, 인권침해 사건 재발 위해 ‘탈원화’ 제시… “근본적인 장기입원 문제 해결해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병원 내에서 발생한 폭행으로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장애계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경남 합천군 ㄱ병원에서 정신장애인 A씨가 간호사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병원 내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17년간 입원해온 A씨는 병원 복도에서 ‘취침 시간에 병실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간호사에게 양팔을 붙잡힌 채 제압당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혀 의식을 잃고 2시간 가량 방치 당했고, 이후 병원에 이송됐지만 8일 뒤인 지난달 28일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병원 측은 원내에서 발생한 간호사의 폭행 사실을 알고도 일지를 조작하고 허위내용을 유족에게 보여주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장애계의 주장이다.

해당 병원은 ‘환자가 스스로 넘어져 다쳤다’고 적힌 허위 근무일지를 유족들에게 보여줬다가, 유족들이 폐쇄회로(CCTV) 확인을 요구하자 뒤늦게 간호사의 강압에 의해 부상당했다고 말을 바꾸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18일 장추련 등 장애계단체들은 해당 병원에서 발생한 정신장애인 폭행 사망사건에 대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아가 정신장애인의 인권보장과 탈원화 지원을 촉구하는 정책권고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제기했다.

장추련은 “정신장애인을 위해 운영돼야할 병원이 오히려 인권침해와 괴롭힘으로 장애인 당사자를 죽음으로까지 몰아넣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인권위에 정신장애인의 죽음을 규명하고, 이후 정신장애인 인권을 위한 대책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요청한다.”고 진정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장애계단체들은 사건이 발생한 경상남도에 진상규명과 ㄱ병원을 즉각 폐쇄 및 책임자 처벌,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도내 정신병원·정신요양원 전수조사 실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 보건복지부에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탈원화와 지원체계 마련, 정신장애인 인권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과 즉각적인 시행을 촉구했다.

반복되는 정신장애인 폭행 사건… “병원 측과 책임자 엄중히 처벌해야”

장추련은 해당 병원에서 정신장애인 폭행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2년 전 정신장애인을 폭행해 사망하게 한 일이 있었음에도 똑같은 일이 재발했다는 것이다. 

앞서 1998년에도 해당 병원 보호사들이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용 중인 환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병원은 허위 사망진단서를 만들어 유족에게 교부한 것은 물론, 병원장이 진료기록을 허위로 만들어 거액의 의료보험 진료비를 착복하는 등 각종 탈법들이 사실로 드러난 바 있다.

그렇다면 현행 법 규정을 통해 충분한 처벌은 진행될 수 있을까. 개인에 대한 제제조치는 존재하지만, 시설에 대한 행정조치는 부족한 실정이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제72조 제2항에서는 ‘정신건강증진시설의 장이나 그 종사자는 정신건강증진시설에 입원 등을 하거나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폭행을 하거나 가혹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84조 제11호에서 위 조항을 어긴 이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어, 가혹행위를 한 개인에 대한 제재조치는 존재한다.

반면, 해당 시설과 같은 정신건강증진시설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조치는 부족하다.

장추련은 “정신건강증진시설의 장에게 정신장애인 당사자나 보호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명령할 수 있지만 필요한 조치의 구체적 내용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선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는 경우에야 1년 범위에서 사업 정지나 개설허가 취소, 시설 폐쇄를 명령할 수 있다. 시정명령을 3차 이상 위반해도 사업정지 16일의 경미한 처분만 부과하도록 돼있다.”며 “결국 정신건강증진시설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해 심각하고 반복적인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해도 시설 폐쇄와 같은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국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국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국장은 “복지와 의료 사이의 사각지대에 있는 정신장애인들의 인권은 어디에서 찾아야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이는 제도와 정책, 사회적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앞으로 사고의 방지와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며 “전국의 정신병원 실태조사를 반드시 실행해야하며, 21대 국회에서는 관련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기수용은 대책이 될 수 없어… 탈원화 통한 지원체계 구축해야”

나아가 병원과 시설 등에서 반복되는 폭력·차별의 고리를 끊기 위한 방안으로 ‘탈원화’를 제시했다. 장기입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의 근절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장추련은 “정신보건 분야의 전 세계적인 트렌드는 탈원화다. 이는 단지 환자가 물리적으로 병원에 있는지 여부가 아닌, 장기수용 상태의 삶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인권적이고 수준 높은 치료를 받으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신장애인은 소외계층 중에서도 이중차별을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이며, 사회적 배제의 대상이 아닌 환경조성이 필요한 대상.”이라며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권강화를 위해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해 전략 이행 로드맵을 올해까지 수립해 실천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정신장애인지원조례 제정  ▲정신장애인에 적합한 일자리 개발 및 지원 확대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안정적 주거정책 마련 ▲지역사회 정신장애인에 대한 치료비 지원 등을 제시했으며, 민관의 협력을 통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