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보건복지부에 보호실 구체적 환경 기준 마련 권고

정신의료기관 보호실에 차폐시설 없이 변기와 침대를 함께 설치한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인간의 기본적 품위를 훼손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차폐시설이 있는 화장실 설치 등 보호실 구조 및 설비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하 정신건강복지법)’ 또는 보건복지부 훈령에 포함시킬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폐결핵 치료 중 정신질환 병증 치료를 위해 입원한 진정인은 폐결핵이 비전염성인지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약 5일간 보호실에서 생활했다.

그런데 피진정병원의 보호실에는 침대와 변기가 동일한 공간에 차폐시설이나 환기시설 없이 설치돼 있었다.

게다가 잠금시설이 보호실 밖에만 설치돼 있어 관계인들이 아무 때나 출입이 가능한 상태이며, 비록 사각지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CCTV에 상시 노출돼 있고 출입문을 통해 언제든지 보호실 안을 볼 수 있는 구조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보호실의 폐쇄적이고 열악한 환경은 치료목적과는 달리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환자의 안전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에 보호실도 일반병실 환경과 유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어 “특히 해당 보호실에는 침대와 좌변기가 동일한 공간에 설치돼 있고, 차폐시설이나 환기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로 취침을 하고 식사를 하도록 돼 있었다.”며 “이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품위를 훼손하는 처사에 해당하고, 비록 건강권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피진정병원 뿐 아니라 다른 병원의 보호실 환경도 재정형편에 따라 변기를 설치하지 않고 소변통이나 이동식 변기를 사용하거나, 차폐시설 없이 보호실 내 변기를 설치하는 등 다양하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 인권위의 지적이다.

이는 현재 정신의료기관 폐쇄병동의보호실 시설 규모와 설비에 대한 공통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인권위는 “피진정병원만을 특정해 개선권고를 하기 보다는 보건복지부에 보호실 구조와 설비 등에 관한 공통된 기준을 마련할 것과 이를 최소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또는 보건복지부 훈령에 포함시킬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권위는 2015년 ‘정신병원 격리·강박 실태조사’를 실시, 2016년 10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호실의 구조와 설비, 강박도구의 표준화를 위한 연구와 표준화된 보호실과 강박도구의 활용 및 정착을 위한 노력할 것’에 대하여 권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2018년 8월 인권위의 권고를 일부 수용했으나, 보호실에 침대와 변기가 함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못하지 않은 바, 추가 권고를 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코로나19 이후 집단감염에 취약한 정신의료기관 시설환경에 대한 방문조사를 실시하면서, 다인실 구조의 폐쇄형 시설환경 등으로 인한 정신장애인의 건강권 차별 개선을 위한 조사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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