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판 고려장 ‘활동지원 연령제한’… “우리도 살고 싶다”
장애인판 고려장 ‘활동지원 연령제한’… “우리도 살고 싶다”
  • 박성용 기자
  • 승인 2020.06.0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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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세번째 긴급구제 진정 제기… “긴급한 상황이라도 먼저 구제해 달라” 진정 제기
인권위 “조속한 지원책 마련해야” 권고에도 미온적인 정부의 반응
활동지원서비스가 끊길 위기에 처한 최00 씨.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도 만나고 학교도 다니며 즐겁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만 65세가 되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 다시 시설로 돌아가야 합니다. 시설에 들어가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장애인 당사자에게 활동지원서비스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단순히 집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영위하도록 해 앞으로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 65세 이상이 되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전환되는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것에서, 요양과 보호 위주의 지원으로 목적이 변경돼 서비스 시간마저 대폭 하락하게 된다는 것.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는 최00 씨도 마찬가지다. 최 씨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통해 지역사회로 나와 자립할 수 있었지만, 올해 만 65세가 다가오면서 앞으로의 삶은 불투명해졌다.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물을 마시는데도 활동지원사의 도움이 필요한 최 씨는, 주변에 자신을 돌볼 가족이 없어 홀로 다시 시설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는 최 씨 한 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만 65세가 다가오면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이에 9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등 장애계단체들은 나라키움 저동빌딩 1층에서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이들은 만 65세에 도래한 장애인 당사자 12인과 함께, 적절한 지원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을 포함해 ▲서울시 ▲경기도 ▲부산시 ▲인천시 ▲대구시 ▲경상남도 ▲강원도 등 8곳의 장을 피진정인으로 하는 긴급구제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9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계단체들은 나라키움 저동빌딩 1층에서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이은 인권위 권고에도 미온적인 정부… “급박한 상황이라도 긴급 구제해 달라” 요청

앞서 장애계단체들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를 정부에 계속해서 촉구해 왔으며, 인권위에도 두 차례 긴급구제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4일 만 65세가 된 중증 장애인 4명이 활동지원 중단으로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워졌다며 서울시와 부산시를 피진정인으로 하는 긴급구제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이어 9월 25일 인권위 상임위원회는 긴급구제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결정하고, 서울시와 부산시에 ‘활동지원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올해 예산에는 5억 원의 연구용역 예산만 책정 됐을 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자 다시금 긴급구제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지난 2월 11일 인권위는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법 개정 전이라도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만 65세 이상 중증 장애인에게 신청자격을 부여하는 단서 조항을 활용하는 방안 마련 등 조속한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이은 인권위에 긴급 지원책을 마련하라는 권고가 이어졌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관련법 개정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장추련은 “국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서비스가 제한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은 명백한 장애인의 삶에 대한 인권침해.”라며 “법이 바뀌어서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라도, 급박한 상황만이라도 먼저 국가와 지자체를 통해 긴급하게 구제받고자 한다.”고 진정 취지를 밝혔다.

“장애인들에게 활동지원서비스는 생명 그 자체”… 신속한 구제조치 마련 ‘촉구’

이날 만 65세가 되면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끊기게 된 당사자 가족의 눈물이 인권위 앞에 떨어졌다.

루게릭병으로 몸에 근육이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김00 씨는 휠체어 사용이 불가능할뿐더러 호흡기를 사용하고 있어 이동시에는 구급차를 이용해야하는 등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김 씨의 배우자인 임00 씨가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지난달 만 65세가 되면서 장기요양 1등급을 받아 당장 7월부터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끊길 위기에 놓였다.

임 씨는 “그동안은 활동지원서비스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넘어가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 자리에 나오게 된 것 자체가 마음이 아프다. 정말 간곡히 요청한다.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목 놓아 외쳤다.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스스로 몸을 통제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활동지원사는 생존 그 자체다. 그들이 없으면 일어날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다.”며 “이처럼 손과 발이 되는 활동지원사지만, 우리에게 이를 결정할 권리는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린 종이에 단순히 진정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 생존을 연장해야한다는 절박함으로 진정서를 낸다. 우리는 이번 진정서를 내면서 생명을 부지해달라고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계단체들은 긴급구제를 촉구하는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