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죠. 그만두세요” 부당해고, 행정소송 제기
“장애인이죠. 그만두세요” 부당해고, 행정소송 제기
  • 정두리 기자
  • 승인 2020.06.2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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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신부전과 혈액투석 이유로 신장장애인 해고 한 시내버스 회사
“장애를 이유로 한 명백한 차별… 반드시 이겨 고용 차별에 좋은 판례 남기길”

신장장애를 이유로 부당 해고를 당했다는 억울함과, 그 호소를 외면한 노동위원회에 대한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지난해 2월 경북 포항의 A시내버스 회사에 운전기사로 입사했던 강OO 씨(49·남, 신장장애)는 ‘만성신부전과 장기적인 혈액투석은 시내버스 기사로 업무를 수행하기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채용취소 통보를 받았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봤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에 강씨는 지난 1월 행정소송을 청구, 25일 서울행정법원에서 1차 재판이 진행됐다.

더불어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등 장애계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신장장애인 해고를 용인한 경북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를 규탄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행정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했다.

만성신부전과 혈액 투석 이유로 해고 “부당하고 억울해”

강씨가 A회사에 입사한 것은 지난해 2월 10일. 하지만 3월 6일, 회의실로 불려간 그에게 회사측은 ‘혈액투석 하시죠. 장애인이시죠. 그만두세요’라며 구두로 채용 취소 통보를 해왔다. 만성신부전으로 버스운전업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일방적인 회사의 통보가 부당하다 생각된 강씨는 녹취를 하겠다고 했지만, 핸드폰을 빼앗기고 쫓겨나듯 회의실을 나왔다.

지난해 2월 경북 포항의 A시내버스 회사에 운전기사로 입사했던 강OO 씨는 ‘만성신부전과 장기적인 혈액투석은 시내버스 기사로 업무를 수행하기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채용취소 통보를 받았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봤지만 모두 기각됐고,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청구했다.

강씨는 “거의 범죄인 취급을 하더군요. 부당하고 억울했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이어 “사전에 미리 고지되는 오전·오후 배차계획에 따라 혈액투석 일정을 조정할 수 있어, 근무와 배차계획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며 “혈액투석은 매주 3회 병원에서 4시간 정도 받는데, 입사 전 관광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면서도 혈액투석을 해왔지만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 진정제기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복직이 결정됐다. 

3월 25일 복직해 4월 6일까지 직무교육을 받은 강씨는, 4월 17일~5월 9일까지 현장직무에 투입됐다. 하지만 사측은 복직 나흘 만인 3월 29일 ‘만성신부전과 장기적인 혈액투석은 시내버스 기사로 업무를 수행하기 부적합하다’며 내용증명을 보냈고, 5월 10일 다시 ‘채용취소통보서’를 전달했다. 입사 3개월여 만이었다. 

강씨는 “처음 해고 할 때는 구두로 채용 취소를 통보해 문제가 되자, 두 번째는 채용취소통보서를 만들어 전달했다.”며 “해고하려고 짜맞추기 한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억울했다. 버스 운전 수행을 위한 운전면허와 자격시험, 적격검사를 모두 통과했고, 회사 측이 채용 전 시행하도록 한 건강검진도 모두 마쳤다. 입사 이전에도 4~5년간 관광버스 운전기사로 일 해왔고, 해고된 지금도 일용직 관광버스 기사로 근무하고 있어 ‘버스운전업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다. 

부당함을 호소하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지만, ‘버스 안전운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병으로 본 채용거부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으며 절차상 문제도 없다’고 기각판정을 내렸다.

중앙노동위원회의 문도 두드려 봤지만, 재심 역시 기각됐다. ‘도로에서 운전 중 질병으로 운전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회사가 즉각적으로 조치해줄 수 없고, 이러한 상황은 승객의 안전을 담보한 것으로 이사건 사용자가 감수하기 어려운 점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에 강씨는 행정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을 통해 다시 복직해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혈액투석 이유로 해고한 회사와, 이를 인정한 노동위… “장애에 대한 차별 보여준 것”

25일 첫 재판이 끝난 뒤 행정법원 앞에 강씨와 변호사, 장애계 단체가 모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장애를 이유로 한 부당해고 사건에 대한 행정기관 판정의 부당함을 알리고, 권리구제와 장애인노동자의 노동할 권리가 강조됐다.

강OO 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오월 곽예람 변호사

특히 회사측과 중앙노동위의 장애 차별적 태도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강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오월 곽예람 변호사는 “중앙노동위와 회사측이 인정하는 이 사건의 채용 거부 주된 사유는 만성신부전과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채용 전 장애와 의학적 질문을 금지한 조항 위반이다. 물론 당사자는 이를 일부러 속인 적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만약 회사측 주장이 맞다 해도 채용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측은 과학적 근거나 경영적 문제가 있다는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만성신부전에 대한 일반적 통념과 의학적 설명이 있는 페이지만을 증거로 제출해 당사자의 안전운전 업무의 적격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 역시 “회사측은 본인들이 신장장애를 이유로 해고하지 않았다고 변명하지도 않고 있다.”며 “재판에서 회사측 변호사는 ‘승객의 안전에 위해가 있어서’, ‘제출한 의사 소견서를 믿을 수 없어서’, ‘신장장애인은 권태로움과 나태함이 신부전증의 증상’이라고 이야기 하며 이를 참고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신부전증에 대한 차별과 편견으로 해고했다고 이미 법정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내부 장애인은 외부로 보이지 않는 장애 때문에 여러 가지 오해와 차별을 받는다. 고용과정에서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그저 참고 지나가는 상황이 되풀이 돼 왔을 것.”이라며 “이 재판은 많은 장애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드시 이겨서 좋은 판례로 남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경북노동인권센터 김용식 집행위원장은 “강씨는 오로지 혈액투석을 한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나야 했다.”며 “회사측은 노동위에서 혈액투석을 해고 이유로 진술했고, 경북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도 이를 받아들였다. 혈액투석 노동자에 대한 사실상 차별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행정소송을 통해 반드시 바로 잡혀야 한다.”며 “노동위 위원들과 조사관들에 대한 인식개선도 같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곽 변호사는 강씨의 해고 과정과 관련해 “회사측은 ‘시용기간’을 정하고 있다고 하지만, 당사자는 근로계약상 시용기간에 대한 내용을 고지 받은 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회사측 주장대로 시용기간이라고 할지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고, 회사측의 해고 사유 중 사고와 관련해서는 “회사에서는 사고도 문제 삼고 있는데, 버스 운전업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미한 사고였고, 다른 시용근로자의 경우 이런 이유로 본채용 거부는 없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