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호해줄게” 휠체어 이용 장애인 옥죄는 ‘차별’
“내가 보호해줄게” 휠체어 이용 장애인 옥죄는 ‘차별’
  • 박성용 기자
  • 승인 2020.07.0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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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사회연구 제40권 제2호 발표
“낯선 사람부터 가족까지 만연한 차별… 장애인식개선 위해 노력해야”
휠체어를 타고 저상버스에 탑승중인 장애인 당사자. ⓒ웰페어뉴스DB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가 일상적인 대인관계에서 과보호와 모욕적인 행동 등 다양한 부정적 태도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건사회연구’ 제40권 제2호를 통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대인관계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을 담은 연구 논문을 공개했다.

이번 논문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당사자가 대인관계에서 경험하는 태도 장벽’이라는 주제로 협동조합 함께하는연구 이정은 연구의원 등 5인이 집필했다.

연구는 지난 2018년 4월~5월까지 1개월간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 지체·뇌병전장애인 7명에 대해 심층면접을 진행, 면접 결과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노 장애인 존’, ‘반말’ 등 사회에 만연한 장애인 차별

논문에 따르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대인관계에서 부정적 태도와 인식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겪는 부정적 정서와 행동은 ▲장애인과 함께 있거나 관계 맺기를 거부함 ▲장애인에게 모욕적인 말이나 무례한 행동을 함 ▲장애인의 ‘다름’을 무시하고 외면함 ▲장애인의 선택과 활동을 제한함 등 총 4가지 범주로 분류된다.

먼저 관계맺기를 거부하는 행동은 출입 거부나 부당한 요구로 나타난다.

연구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례들을 보면, 소비활동 시 장애인 고객을 꺼리는 등 암묵적인 ‘노 장애인 존’이 있거나, 부동산 계약 시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임대인에 눈에 띄지 않게 숨으라’는 등 기본적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 차별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논문에서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장애가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차별적인 태도를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계약하는 과정에서 바당하게 거부당하는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모욕적인 말과 무례한 행동에 대한 경험들도 나타난다. ‘하는 것도 없이 정부지원 받아 혜택을 누린다’는 모욕적 발언부터, 성인에게 어린아이 취급하듯 반말을 하는 무례한 태도에 대한 답변도 있었다.

또한 장애인 보조기구를 함부로 만지는 무례한 행동도 있다. 장애인에게 보조기구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신체의 일부로 인식되기 때문에 낯선 사람이 보조기구를 동의 없이 함부로 만지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길에서 만난 낯선 이들이 전동휠체어를 만지거나, 본인이 편하고자 전동휠체어에 걸터앉겠다고 하는 등의 사례에 대한 답변이 나왔다.

배려가 필요한 상황에서 외면받기도 한다. 승강기 이용 시 비장애인이 먼저 타는 경우,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다음 승강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종종 경험하는 사례다.

논문에서는 “교통약자인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고 외면하는 사람들의 인권에 대한 감수성 부족으로 인해, 이동편의시설이 설치돼 있는 곳에서도 장애인의 이동 불편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족과의 일상에서도 마주하는 차별… “잘못된 인식이 장애인의 삶 가로막아”

특히 가족이나 친구 등이 보호를 이유로 장애인의 선택과 활동을 제한하는 부정적 태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된다. 이에 대해 연구 참여자들은 ‘안전과 보호’라는 명목 아래 스스로 원하는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참여자는 부모가 ‘장애 때문에 하기 힘들다’고 단정 짓고 자녀가 원하는 드럼 연주 등의 취미활동과 운동, 여행 등 일상에서 다양한 활동을 제한했다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진로 선택에서도 ‘차별이 너무 심하니까’라는 이유로 자신이 원하는 진로의 선택을 가로막고, 일반 직장이 아닌 공기업 등의 취업을 강요당한 일도 발생했다.

해당 참여자는 “부모가 성인인 나를 믿지 못하고 일상을 하나하나 간섭해 지나치게 보호하고 있다. 부모로부터 어떻게 차별에 대응할지 배워야하는데, 차별을 그냥 수용하라는 식으로 넘기려 하는 태도를 보며 섭섭함을 느꼈다.”며 “나의 선택을 존중하고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버팀목이 아닌 장애인의 취약함과 사회적 차별을 기정사실화하는 태도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보이지 않아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논문에서는 이와 같은 사례에 대해 자기결정권 침해를 문제 삼았다.

논문은 “장애인은 일상생활의 여러 영역에서 안전과 보호라는 명목 아래 과보호되고 있다. 이는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개인의 의견이 무시되고, 자유로운 활동이 제한되는 자기결정권 침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명시돼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장애를 이유로 항상 보호받고 안전해야 할 존재라는 차별적 인식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당사자 의견을 묻지 않는 일방적 도움에서도 불편을 경험한다.

연구에 참여한 한 참여자는 친구가 물어보지 않고 자신의 가방을 들고 가 당황한 경험을 이야기 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친구의 가방이 무거워 도와주려 한 행동이었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경험일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참여자는 길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비장애인의 제안을 거절했는데도, 비장애인이 도움 없이도 제대로 수행하는지를 지켜보는 바람에 부담스러운 경험을 했다. 도움을 주려는 행동이었지만, 당사자는 비장애인의 도움 없이 못할 것이라고 능력을 의심하고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다.

“장애인이 열등하다는 인식 내재돼 있어… 동등한 인격체로 권리 보장해야”

이러한 사례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장애인을 불쌍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이 부정적 태도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동등한 관계가 아닌 시혜의 대상으로 보고, 장애인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참여자는 “학창시절 친구들이 자신을 도와줬다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 내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데 ‘그럼 내가 도와줄게’, ‘너를 보고 되게 감명을 많이 받았어’라고 말하는 친구들을 보며 가끔씩은 상처가 되기도 했다.”고 경험을 전했다. 

이에 대해 논문에서는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에는 장애인이 열등하다는 인식이 내재돼있다고 지적했다. 온전한 신체와 건강한 몸을 ‘정상’으로 여기는 병리화 현상과 장애인은 열등하다는 사회적 낙인을 찍는 등 여러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무엇보다 사회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적 태도를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이나 캠페인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자기결정권에 반하는 도움 행위는 차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인과의 신체적 차이를 인정하되, 동등한 인격체로서 권리를 보장하는 인권관점이 강조돼야 한다. 이를 통해 논의 결과가 다양한 사안에 확장되고, 장애인 뿐 아닌 다른 소수자들에게까지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