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보조견 ‘구름이’ 출입 거부한 매장… 인권위 진정
청각장애인 보조견 ‘구름이’ 출입 거부한 매장… 인권위 진정
  • 정두리 기자
  • 승인 2020.08.1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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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인 “확인증 보여주려 했지만 확인조차 않고 거부”… 매장 “보조견 인지 후 거부한 사실 없다”
보조견 거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장애인을 소비주체로 보지 않는 차별적 행위”
청각장애인 보조견의 출입을 거부한 프랜차이즈 매장에 대해 장애계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시정권고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청각장애인 보조견의 출입을 거부한 프랜차이즈 매장에 대해 장애계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시정권고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13일 진정인 원OO 씨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 이에 앞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장애인을 소비주체인 고객으로 바라보지 않는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한 차별행위.”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보조견 출입 거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한 ‘차별’… “보조견 증명하려 했지만 외면”

청각장애인 당사자인 원씨는 지난 6월 지인들과 ㅊ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았다 억울한 경험을 했다.

청각장애인 보조견(보청견) ‘구름이’와 함께 매장에 들어가려 했지만, 매장 측이 출입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청각장애인 보조견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일상생활의 전화, 초인종 등 소리를 시각적 행동으로 전달하도록 공인기관에서 훈련된 개다. 관련 법에 따라 보조견의 출입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원씨에 따르면 동행한 비장애인이 직원에게 보조견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돌아오는 건 거부였고, 그에게도 거부한다는 내용이 전달됐다. 이에 원씨는 직원에게 보조견임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확인증을 제시하려 했으나, 직원은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거부했다는 것.

원씨의 청각장애인 보조견 '구름이' 사진. 구름이는 청각장애인 보조견임을 알리는 조끼를 입고, 표식을 달고 다닌다. ⓒ진정인 원OO 씨
원씨의 청각장애인 보조견 '구름이' 사진. 구름이는 청각장애인 보조견임을 알리는 조끼를 입고, 표식을 달고 다닌다. ⓒ진정인 원OO 씨

원씨는 법적으로 보조견의 출입을 거부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에 거부에 항의하며 매장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이번에는 다른 자리로 옮기라고 했고, 원씨가 이를 거부하자 물도 주지 않고 주문도 받지 않으며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에서는 보조견의 정당한 사용을 방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역시 제40조에서 보조견을 동반 한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이나 공공장소와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출입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같은 법 제90조에 따라 이를 위반한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를 정하고 있다.

원씨는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어 큰 소리를 치면 들리는데, 직원이 소리치는 바람에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기도 했다.”며 “마음이 상했다. 농아인 손님이라고 무시하는 것만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농아인들은 상대에게 이야기 할 때 자신을 보게 하기 위해 어깨를 두드리는데, 보조견 증명서를 보여주기 위해 직원의 어깨를 건드리니, 쳤다고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며 “훈련을 받아 장애인을 돕는 보조견인데, 구름이는 무슨 죄냐. 보조견과 편하게 자유롭게 어디든 다니고 싶다.”고 호소했다.

보조견 출입 거부를 경험적이 많은 원씨는, 늘 확인증을 지니고 다닌다.

개선 대신 ‘차별한 적 없다’ 답변… “장애인을 소비주체로 바라보지 않는 인식이 문제”

원씨로부터 해당 문제를 접수 받은 장추련이 공문을 통해 해당사안에 대해 재발방지와 대책을 논의하려 했다. 하지만 ㅊ프랜차이즈가 차별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확인 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할 시 법적 대응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진정인 측의 주장이다.

당초 장추련은 사건 당사자 요청에 따라 ㅊ프랜차이즈의 본사에 보조견을 동반한 사람에 대한 출입거부가 위법한 행위임을 알리고 시정조치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ㅊ프랜차이즈 측은 ‘청각장애인 보조견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애완견의 출입을 거부했을 수는 있으나 청각장애인 보조견임을 인지한 후에는 출입을 거부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을 보내왔다.

또한 ‘장애인 평등권 실현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공감하고 있으나 장애인보조견 거부 관련 어떠한 위반행위도 없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시정요청사항에 동의할 수 없다. 추후 납득할만한 사실이 확인 된다면 제안한 시정요청사항에 대해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발생한 문제이기에 개선과 재발방지 노력을 요구하는 공문 형태로 절차를 밟으려 했지만, 기대와 다른 반응이 돌아왔다고 장추련은 주장했다.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장애인 보조견 출입거부) 이와 같은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여러 차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업체들에 문제를 제기하면 장애인을 고객으로 바라보지 않은 데 대해 반성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안을 내기 때문에 인권위 진정까지 오는 일은 최근 들어 많지 않다.”며 “하지만 ㅊ프랜차이즈는 당사자를 업무방해 한 사람으로 몰아붙이며 시정조치 할 생각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그래서 인권위 진정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장애인에게 이런 문제가 생겼으면 어땠겠느냐. 장애인을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의 불편과 서비스 질, 만족도는 고민 사항이 아닌 것.”이라며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그 파급효과는 클 것.”이라고 덧붙여 인권위의 시정권고가 필요함을 피력했다.

“차별 대응에 소극적인 사회… 강력한 조치 있었으면”

특히 이들은 인권위의 시정권고와 더불어 보조견을 거부하는 데 대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진정인 원OO 씨.

원씨는 “보조견 거부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데, 문제가 생겨도 ‘그 정도쯤이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벌금을 높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국으로 연수를 갔을 당시 보니 출입을 거부하면 그 사람을 해고하고 폐업을 시키기도 하더라. 우리나라는 인식도 부족한데 법적 조치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연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는 과태료 처분도 잘 되지 않는다. 과태료를 부과하면 업체 측에서 다시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 등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아 공무원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관할 지자체에 별도로 공문을 보낼 예정으로, 과태료 처분이 되지 않으면 해당 지자체에 대해서도 별도의 진정을 제기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한편 원씨는 이번 사례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원씨는 보조견과 함께 다니면서 출입을 거부당한 경험이 많다. ‘보여줘야 차별이 줄어들 것’이라는 결심으로 거절당하는 경험이 쌓이는 가운데도 보조견과 함께 더 많은 곳을 다닌다.

문제 제기들이 거듭되면서 사회도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에 원씨는 “(보조견 출입을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안내 스티커를 곳곳에 붙여줬으면 좋겠다.비장애인들 입장에서는 안내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며 “보조견과 어디든 편하고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