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발달장애인에게 ‘모욕적 행태’ 반복
매일 발달장애인 근로자에게 업무 시험 강요… 문제 제기에 ‘여기는 학교 아니다’
“연차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해… 장애인 인권침해 막아 달라” 인권위 진정

5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게임업체 ‘웹젠’에서 운영하는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웹젠드림’에 대해, 장애인 인권침해 방지를 촉구하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했다.
5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게임업체 ‘ㄱ’에서 운영하는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ㄴ’에 대해, 장애인 인권침해 방지를 촉구하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했다.

장애인 당사자에게 강압적인 행태를 반복한 장애인고용 사업장에 대해, 장애계가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5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나라키움 저동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게임업체 ‘ㄱ’에서 운영하는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ㄴ’에 장애인 인권침해 방지를 촉구하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제기했다.

이번 진정은 발달장애인 근로자에 대해 막말과 강압적인 지시를 일삼은 ㄴ 담당 팀장과 매니저 2인, 이들의 책임자인 대표이사를 비롯해 근무환경 점검·지원 의무를 소홀히 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지역본부를 피진정인에 올렸다. 

장추련은 “해당 사업장은 사내카페에서 함께 근무하는 발달장애인 다수를 관리 감독의 명목으로 1년 넘게 반말, 강압적인 지시 등 무시와 모욕적인 표현들을 반복해 사용해왔다.”며 “장애인고용을 위해 만들어진 표준사업장 등에서 더 이상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비인권적인 근무환경이 지속되지 않도록 인권위의 강력한 시정 권고를 요구한다.”고 진정 취지를 밝혔다.

업무 시험 강요, 반말과 모욕적인 언행 반복… “철저한 조사로 직원들 구재해야”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은 고용의무사업주(모회사)가 장애인고용을 목적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자회사에서 고용한 장애인을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고용률에 산입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최고 10억 원의 장애인고용 무상지원금을 받게 될 뿐더러, 민간 기업은 상시 근로자의 3.1% 초과 고용 시 월 최대 60만 원에 해당하는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지원받게 된다. 

ㄱ회사도 이러한 형태의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설립했다. 지난해 3월 ㄱ은 장애인고용을 위한 사내카페를 자회사 형태로 설립하고, 같은 해 5월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인가받아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1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러한 취약계층 일자리 확대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9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 100대 기업에도 선정된바 있다.

'웹젠드림'에 장애인 인권침해 방지를 촉구하는 피켓.
장애인 인권침해 방지를 촉구하는 피켓.

하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발달장애인들은 차별과 편견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호소가 나왔다. 관리자들의 강압적인 지시와 행태로 당사자들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

진정서에는 ㄴ 관리자들이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월급 따박따박 받으면서 그런 식으로 행동할꺼야?’, ‘여기가 어린이집이야?’, ‘그럼 아빠랑 둘이 그냥 집에 붙어 앉아서 스터디 하지. 여긴 왜 나오냐’ 등 직원들에게 반말과 모욕적인 말을 일삼았다는 문제 제기가 담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매일 업무와 관련된 문제를 내고 15분 내에 풀지 못하거나 답을 적지 못하는 경우, 단체채팅방이나 조회시간 중에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일이 반복됐다는 것이 진정인들의 주장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오전 10시에 모두 전화를 받고 시험 문제를 풀도록 강요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팀장과 매니저에게 문제 제기를 했으나, 답변은 ‘여기는 학교가 아니다’, ‘부모님이 관여하실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하며 이를 묵살했다는 것.

진정 기자회견에 참석한 발달장애인 근로자 A씨의 보호자는 “회사에 취업했다는 기대도 잠시, 강압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일을 관두는 직원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은 차별적인 언사와 행태를 비롯해, 연차를 사용할 때에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모욕적인 표현을 듣는 등 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경기지역 장애인고용과 관련해 전반적인 지원 의무를 가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지역본부가, 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아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A씨의 보호자는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어 여전히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러한 기업들이 국가의 보조금까지 받는 상황이 안타깝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고통 속에 있는 직원들을 구재해주길 바란다.”고 인권위를 향해 외쳤다.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장애인 괴롭힘… 반복되는 인권침해 막아야” 한 목소리

이날 장애계는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인권침해를 가한 이들을 향해 질타의 목소리를 내는 한편, 이를 바로잡기 위한 선례를 만들 것을 인권위에 촉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단순히 장애인이 일하는 것이 아닌,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장 안에서 갑질당하고 인권을 침해 받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사업장의 잘못된 시선에서 비롯됐다. 아직까지도 장애인을 고용하는 현장에서는, 장애인을 취업시켜준 것에 감사하고 우리만한 기업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우리의 진정이 제대로 된 선례로 남길 바란다. 장애 특성에 맞는 정당한 편의, 일할 수 있는 환경, 차별 없는 시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 김수정 부대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어떤 장애를 가지더라도 이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장애인 당사자들은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들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다. 장애인들을 장애를 가진 것 자체로도 어려움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존중받을 수 있는, 그러한 체계와 정책을 만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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