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정책리포트 400호 특집 ‘UN CRPD가 장애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 발간
전 UN장애인권리위원회 김형식 전문위원 집필… UN CRPD에 대한 제언 등 수록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장애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담은 장애인정책리포트 제400호를 발간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호는 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김형식 전문위원이 집필했으며, UN CRPD의 배경과 한국의 CRPD 실태, 장애계의 역할 등을 담았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 이하 협약)는 2006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 192개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국제인권조약이다. 장애인 권리보장에 관한 내용을 담아 전문과 본문 50개 조항, 선택의정서로 구성돼 있다.

우리 정부는 2008년 12월 협약을 비준해 2009년부터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보고서 제출 후 유엔장애인인권위원회에서는 권고 사항을 촉구, 이 최종 견해에 따라 한국 정부는 국가보고서를 다시 위원회에 제출해 이행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UN의 최종 견해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가 이행해야 할 시민단체의 활동 전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장애인 인권 향상에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엘리트 위주의 정치적 참여 'NO'…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 보장해야

이러한 취지와 달리, 협약 이행의 노력이 인간다운 존엄성을 누려야 하는 장애인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하루 만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유엔장애인인권위원회의 최종견해를 발표했으나 한국 정부의 공유 속도는 이와 대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이 최종견해를 계속해서 평가와 모니터링의 틀로 적극 활용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복합적인 이유로 해당 사안에 대해 장애인은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장총은 “모니터링과 밀접한 관계인 ‘참여’의 중요성은 무시되고 있으며, 나아가 권리협약과 같은 새로운 법적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장애인들이 무력한 개인·집단으로 남아있는 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협약이 채택되는 과정도 ‘정치적 장애인’, ‘장애인 엘리트’ 등 주도적인 장애인 운동 단체들이 주도했듯, NGO와 DPO 등의 정치적 참여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장애인 참여의 허상은 계속 이어진다는 것.

이를 위해 국가 이행전략에 정부의 전 영역에 걸친 주류화된 장애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아울러, 지역사회의 서비스 인프라 등을 주도할 정책을 담을 것을 강조했다.

개혁과 변화 없는 협약 이행 과정… 조속한 선택의정서 비준 ‘강조’

이와 함께 비준국가로서 협약 이행 과정이 부실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산적한 심사대상 보고서로 인해, 1차 국가보고서 심의 이후 4년에 제출하는 제2·3차 병합 국가보고서의 심의는 단 3~4건에 불과한 것.

이에 대해 한국장총은 “최종견해와 권고 사항이 있었으나 눈에 보이는 개혁이나 변화는 없어 보이고, 이를 국내 평가에 활용하는 것도 상당히 부실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속한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선택의정서는 개인통보제도(개인이 장애인권리협약에 의해 인정된 권리와 기본적 자유를 국가에 의해 침해당했을 때, 국내에서 가능한 모든 구제절차를 이용하고도 권리구제가 되지 않았을 경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통보해 심리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의 개요와 절차,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조사권, 절차, 효과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즉, 개인·집단 진정과 유엔장애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권 등 장애인의 권리 구제를 위한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고 있으나, 아직까지 선택의정서는 비준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지난해 5월, 정부는 UN CRPD 제2·3차 병합 국가보고서를 통해 선택의정서 비준을 위한 추진 의지를 밝혔으나 아직까지 정부는 이를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권리 침해 구제를 요구하는 진정인을 위해 각 국제인권조약의 해당위원회가 심리를 거쳐 당사국에게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하는 제도, ‘선택의정서’를 우리나라는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장애인 단체들은 비준 촉구의 목소리를 오랫동안 내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유보 중이기만 하다.”고 지적하며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연구 역량 강화, 장애계의 전문가 교육·훈련 등 필요해

한국장총은 보고서를 통해, 신속한 협약 이행을 위한 장애계의 연구 역량 강화와 법률 전문가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협약은 권리협약의 내용을 해석하고 적용해야 되는 막중한 과제를 시사하고 있는 만큼, 전문가의 양성과 전문 영역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

이에 대해 “미국과 영국 등의 선진국 법조계에서는 협약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 국가별 이행에 대한 비교 연구의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처럼 협약의 이행을 장애인 운동권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관련 학계가 관심을 갖도록 장애계가 나서 연구 활동을 촉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전문적 모니터링을 위해, 장애계가 교육과 훈련 역할을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지속적인 참여와 기여를 위해, 장애인 당사자들의 젊은 지도자 훈련강화에 더욱 관심을 갖고 필요한 투자와 지원하는 등 역량 강화에 일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한국장총은 “협약이 하나의 선언문으로서가 아닌, 그 본래의 원칙과 목적을 이행하는데 당면하는 한국에서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이행돼야 한다.”며 “정부에 대한 압력, 자원의 확보, 법률 간의 상층 문제, 모니터링 구축 등 활동이 효력을 내도록 국내외 장애 NGO·DPO와 시민사회, 한국의 법조계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장애인정책리포트에서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이해 ▲협약의 비준과 당사국의 국가적 의무 ▲CRPD 비준국가인 우리나라의 활동과 과제▲전 권리위원으로서의 제언: 연구역량 강화와 법률 전문가와의 연대의 주제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 현황·문제점·대응방안을 다루고 있다.

한편, 장애인정책리포트는 장애인 당사자가 겪는 불편한 사례와 이슈를 바탕으로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구성해 매월 1회 발간된다. 한국장총 누리집(kodaf.or.kr) 발간자료에서 열람 가능하며, 정기구독은 유선전화(02-783-0067)로 문의하면 된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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