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조심하세요” 휠체어 이용자에겐 ‘장벽’
“계단 조심하세요” 휠체어 이용자에겐 ‘장벽’
  • 박성용 기자
  • 승인 2020.11.11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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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수상한 플래시몹 ‘1층이 있는 삶’ 시작
“장애인 가로막는 턱과 계단… 20년 넘은 낡은 규정 바뀌어야” 관련법 개정 촉구
한 매장 앞에 설치된 '계단 조심하세요' 문구. 많은 장애인들은 이 문구를 보며 돌아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소비자가 맞는지 가끔 의문이 든다. 우리는 돈이 있어도 환영받지 못한다. 비장애인들은 두발로 쉽게 계단과 턱을 올라갈 때, 우리는 휠체어 바퀴가 올라갈 수 없어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휠체어를 가로막는 매장 앞 턱과 계단 앞, 장애인 당사자들은 이동로를 연신 내리치며 ‘1층이 있는 삶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현행법은 300제곱미터 이하 매장에 대해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할 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당연한 소비자의 권리를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

1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등 장애계단체들과 공익소송 변호사들은 ‘장애인의 생활편의시설 접근과 이용을 위해 장애인등편의법을 개정하라’고 외치며,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수상한 플래시몹’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장애인 당사자들은 휠체어를 가로막는 장벽을 없애자는 의지를 담아, 매장 앞 계단과 턱을 거듭 내리치는 플래시몹을 진행하며 앞으로의 투쟁의 의지를 밝혔다.

이들은 “약 20년 전 관련법이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우리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건물의 1층에 쉽게 드나들며, 우리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구시대적 규정인 장애인등편의법을 개정하라.”고 강조했다.

플래시몹에 나선 장애인 당사자들.

90평 이하 매장은 경사로 설치 'NO'… “낡은 현행법 개정해야”

앞서 지난 2018년, 장애인단체들과 공익소송 변호사들은 지난 2018년 ‘생활편의시설 장애인 접근 및 이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대하며 실질적인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편의점 등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이에 대한 첫 활동으로 ‘1층이 있는 삶 프로젝트’를 시작,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숙박시설 등 생활편의시설에 대해 접근권 개선을 촉구하는 차별구제소송을 진행했다. 현재 조정협의를 진행 중이며, 다음달 10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특히 현행법의 개정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있다. 현행법에서 장애인의 접근권 보장에 대해 제대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제기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서는 1998년 4월 11일 이후에 건축되거나 재축, 용도 변경된 바닥면적 300제곱미터(약 90평) 이상의 공중이용시설들로만 장애인편의시설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즉, 300제곱미터 미만의 시설들은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할 법적 의무가 없는 상황이다. 

소송 과정 중 일부 기업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들어 회피하거나, 조정협의에도 참여하지 않는 등 개선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장애계는 근본적인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건축 시기, 매장 면적과 상관없이 모든 장애인이 평등하게 매장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시혜와 동정이 담긴 혜택이 아니다. 정당하게 나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차별 없는 사회 환경.”이라고 질타하며 “장애인등편의법을 전면 개정하고, 사회 환경을 바꿔낼 수 있는 적극적인 규정으로 개정하고자 한다.”고 목소리 냈다.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든 플래시몹 참가자.

약국조차 방문하기 어려운 현실… “우리도 1층 매장을 이용하고 싶다” 한 목소리

이날 플래시몹에 나선 장애인 당사자들은, 누구나 쉽게 건물 1층을 이용할 수 있도록 경사로 설치 등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법무법인 디라이트 김용혁 변호사는 “오늘 커피전문점과 세 곳과 화장품 판매점 한 곳을 방문했으나, 어느 곳 하나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 이러한 일은 지금뿐만 아닌, 이전부터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플래시몹을 진행하며 만난 매장들은, 계단과 턱으로 가로막혀 있어 휠체어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는 쉽게 생각해선 안 되는 문제다. 이들은 매장뿐만 아니라, 반드시 가야하는 약국조차 방문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20년 넘게 반복되는 문제를 이젠 끊어내야 한다. 우리의 목소리가 정부에 전달돼 근본적 해결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는 “지난 2006년 비준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장애인 당사자가 쉽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이행은 먼 상황.”고 설명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9조를 살펴보면 ‘대중에게 개방되거나 제공되는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주체가 장애인의 접근성을 위하여 모든 측면을 고려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처럼 장애인 당사자가 물리적 환경 등 접근성을 보장토록 했으나, 실질적인 이행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제 우리는 망설일 시간이 없다. 이 자리는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자리.”라며 “해당 조항을 이행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다. 이제는 명확한 답변을 원한다. 그리고 우리의 권리를,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선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휠체어를 가로막는 장벽을 없애자는 의지를 담아, 계단과 턱을 거듭 내리치는 플래시몹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