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장애계 이슈 ⑨

2020년이 저물어 갑니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을 바꿔놓았습니다. 그 속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을 넘기며 여느 때와 같이 의미의 반면 아쉬움을 남기는 한해였습니다.

코로나19는 어려운 이들의 삶을 더 힘들게 했지만, 그토록 염원해 왔던 수어통역 확대에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많은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활동지원 65세 연령제한을 해소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탈시설 지원을 위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장애인 안내견의 출입을 거부한 사진 한 장에 많은 국민들이 함께 분노했고, 장애등록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목소리가 관련 제도 개선의 요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웰페어뉴스가 바라본 장애계의 지난 일 년을 정리하며, 2020년을 돌아봅니다.

15가지 장애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던 이들의 호소가, 현행 장애인 등록제도와 유형 기준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판정을 받은 박 모씨는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고 있지만, 15가지 장애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인 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호소를 세상에 알렸다.

박씨는 용기를 내 지난 10월 13일 관할 지자체에 장애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는 마약성 진통제 복용해야 겨우 버틸 수 있고, 견디다 못해 지난해에만 16차례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적어도 의료비 걱정 없이 치료받는 사회가 되길 희망하는 마음도 담았다. 그리고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얼마나 힘든 통증을 견뎌야 하는지, 이로 인해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고 싶었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 1항에서는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복합부위통증증후군, HIV감염인, 뚜렛 증후군 등으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다면 이들은 장애인복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으로 인정받고 복지 지원과 서비스를 받으려면 반드시 장애인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고, 15가지 장애유형에 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어떠한 어려움을 겪는지 보다는, 장애유형 기준에 해당되는지가 우선되고 있는 장애인 등록제도. 장애인 등록이 누군가에게는 사회로 나아가는 또 다른 ‘문턱’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다행히 우리 사회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장애인복지법 내 15개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은 뚜렛증후군에 대한 장애등록 거부가 위법이라 판결한바 있다. 15가지 장애유형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장애의 판정을 위한 절대적 준거가 될 수는 없다고 본 것. 이러한 법원의 판결에 따라 뚜렛증후군 환자 A씨는 지난 5월 정신장애로 장애등록을 마쳤다. 장애정도판정기준에 명시되지 않은 첫 번째 장애등록 인정사례였다.

더 나아가 장애계는 장애등록제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15가지 유형으로 제한하는 장애인 등록제도 문제라는 지적으로, 이제는 당사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바라보는 체계로 바꿔가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장애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장애인 지원체계는 신체적·정신적 손상으로 장애를 규정하는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고, 장애인복지법 상 장애인으로 등록해야 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가의 지원을 받아 사회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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