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발달장애인 실종 “죽음의 행렬 멈춰라”
반복되는 발달장애인 실종 “죽음의 행렬 멈춰라”
  • 박성용 기자
  • 승인 2021.03.2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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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A씨, 실종 90일 만에 주검으로 발견
장애계 “지난 5년간 사망건수 총 271건… 계속된 악순환 끊어내야”
29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코로나19 시기 사망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합동 추모제를 열었다.

좋아했지
누군가 날 찾으러 온다는 기쁜 긴장감
두근거리며 두근거리며
날 찾기를 바라고 숨었어

덩치가 커서 숨을 곳도 별로 없었고
금방 날 찾기를 바랐기에
아주 외진 곳에 숨지도 않았어

그날은 
엄마가 금방 날 찾지 못했어
난 금방 찾을 곳으로 옮겼는데

점점 멀어져가는 세상
나는 걷고 또 걸었어
세상이 날 금방 찾을 곳으로

발을 헛디뎌 까무룩 물속에 잠길 때까지
걷고 또 걸었어
세상이 날 금방 찾을 곳으로

코로나도 안 코로나도 똑같애
우린 늘 그랬으니까
그럼 이제 안녕

       -추모시 ‘숨바꼭질’ 중

실종 발달장애인 사망자를 추모하는 꽃잎이 여의도 한복판에 흩날렸다.

29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코로나19 시기 사망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합동 추모제를 열었다.

앞서 지난해 12월 28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발달장애인 A씨가 어머니와의 산책 중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코로나19로 외출을 하지 못해 답답함을 호소하던 A씨를 위해 어머니가 사람들이 없는 곳을 찾아 함께 산책하고 있었으나, 이 과정에서 A씨가 갑작스럽게 뛰어가면서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 당시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한국자폐인사랑협회 등 장애계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발달장애인 A씨의 무사 복귀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히며 무사 복귀와 재발 방지책 마련을 호소한 바 있다.  

이후 경찰과 소방당국은 실종자 위치를 파악하며 수색에 나섰으나, 지난 27일 A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헌화에 나선 기자회견 참가자들.

“발달장애인 실종, 매년 8,000건 육박… 공공영역 확장으로 안전한 환경 마련돼야”

장애계는 해당 문제가 비단 A씨만의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실종접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8,100여 건에 달하고 있다. 같은 기간 발달장애인 인구대비 실종 비율은 2.47%로 아동실종 비율(0.25%)의 10배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실종 후 미발견율도 아동에 비해 약 2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난 5년간 미발견 건수는 104건, 발견됐으나 이미 사망한 건수도 총 271건으로 나타나 문제가 반복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장애계는 실종 발달장애인 사망자를 추모하는 한편,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체계 구축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를 통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한다는 것.

특히, 코로나19로 발달장애인 가정에 돌봄 부담이 가중되면서, 앞으로 해당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비장애 아동이나 치매노인의 경우 실종전담기구가 편성돼 있다. 반면, 이렇게 많은 숫자가 실종됐음에도 여전히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책이나 전담기구는 부재한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24시간 돌봄을 챙겨야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 곁에 안타까운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 버림받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정책과 예산이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에서 싸늘하게 죽음으로 돌아오지 않는 시책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수정 서울지부장은 “고인을 차가운 물속에 가둔 것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발달장애에 대한 배제의 시선이다. 코로나19로 어떠한 대책도 없이 집에 가둬진 발달장애인의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발달장애는 한 명이 책임질 수 있는 장애가 아니다. 정부가 촘촘하게 정책을 만들고 지역사회가 엮어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발달장애인 가족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며 “이제 정부는 약속한 발달장애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죽음의 행렬을 멈춰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장애계는 실종 발달장애인 사망자를 위한 추모공연과 헌화를 진행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마련된 분향소.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