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인권단체, 인권위에 장애 인정 ‘촉구’
“감염 이유로 사회적 격리, 차별 겪어… 장애 범주 사각지대 해소돼야”

22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HIV 감염인 장애 인정을 위한 기자회견 연대(이하 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HIV 감염인의 장애 인정과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22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HIV 감염인 장애 인정을 위한 기자회견 연대(이하 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HIV 감염인의 장애 인정과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차별에 내몰리는 HIV 감염인들의 ‘장애 인정’을 향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22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레드리본인권연대 등 ‘HIV 감염인 장애 인정을 위한 기자회견 연대(이하 연대)’는 나라키움 저동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HIV 감염인의 장애 인정과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11일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4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HIV 감염인 등이 차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HIV 감염인은 감염을 이유로 사회적 격리와 분리, 차별을 겪고 있다. 이러한 실정에서 차별에 대한 대응과 권리구제 체계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정부는 장애 인정 기준 확대를 통해 CRPS, 백반증 등을 추가했다. 하지만 장애 인정이 필요한 HIV 감염인들의 대한 논의는 진행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적극적인 해석과 적용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수술 거부, 사회 참여 등 ‘차별’… “장애 범주에 대한 확대 필요해”

HIV는 인체의 면역기능을 파괴하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에이즈)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사람의 몸속에 침입하면 생체 면역세포들을 지속적으로 파괴해, 면역능력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HIV 감염인의 인권은 외면당하는 상황이다. 숱한 수술 거부, 사회 참여 제약 등으로 어려움이 반복되고 있는 것.

HIV 감염인 장애 인정 확대를 촉구하고 나선 활동가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이는 실제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앞서 지난 2020년 9월, HIV 감염인 A씨는 공장에서 기계 작동 중 오른쪽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수술을 받을 수 없어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HIV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밝히자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던 병원들도 수술을 거부했다. 국립병원, 대학병원, 권역별거점외상센터를 포함해 약 20곳에 달하는 병원들에서 거부당했고, 1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A씨는 수십 곳의 병원을 전전하다 치료시기를 놓쳤다.

이후 A씨는 해당 사례를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으나, 진정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권고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연대 측은 “HIV 감염인은 의료진의 거듭된 거부로 수술 시기를 놓치게 되고, 그로 인해 신체의 일부가 유실되거나 회복 불가능의 상태에 처해지고 있다.”며 “의료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면역은 유지될 수 있으나, 사회적 낙인과 차별 앞에 감염인의 생명권은 여전히 테두리 밖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HIV 감염인이 겪는 차별을 언급하며, 장애 범주에 대한 확대와 적용을 강조했다.

연대 측은 “우리 사회에서 HIV 감염인은 의료기관에서의 차별적 진료, 직장과 일상생활 전반에서의 냉대와 차별 등 낙인 속에 살아간다.”며 “이처럼 HIV 감염인은 질병이 진행되면서 손상이 발생할 수 있고, 사회·경제적 장벽으로 완전한 사회참여를 방해받는 만큼 장애를 가진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장애를 고정적·폐쇄적·확정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실제 홍콩, 영국 일본 등은 법률에서 해당 개념을 적용해 HIV 감염인을 장애인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조속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왼쪽)과 레드리본인권연대 김지영 대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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