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남매’로 나란히 메달을 목에 건 김고운 선수(왼쪽)와 김우림 선수. 사진제공/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국대 남매’로 나란히 메달을 목에 건 김고운 선수(왼쪽)와 김우림 선수. 사진제공/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청각장애 사격 국대’ 남매가 꿈의 데플림픽에서 첫 동반 메달을 명중시켰다. 

2021 카시아스두술 데플림픽에 출전한 김고운·김우림 남매가 그 주인공이다. 

“첫 데플림픽 메달… 동생이 잘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지난 5일(한국시각) 브라질 카시아스두술 카시아스 헌팅앤드슈팅클럽에서 열린 남자 사격 공기소총 10m 결선. 1998년생 동생 김우림 선수(24, 보은군청)가 사격 종목 첫 은메달을 확정짓는 순간, 누나 김고운 선수(27, 전남장애인체육회)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발 한발 마음 졸이다 사대 밖에서 비로소 상봉한 남매는 태극기를 두른 채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기특한 동생’의 가슴팍을 퍽퍽 때리던 누나가 울다가 웃었다. 동생이 환한 미소로 답했다. 김고운 선수는 “금메달 못 따서 때린 것도 있고, 고생했다고…… 우린 원래 이렇게 한다.”며 남매만의 ‘이심전심’ 애정표현법을 귀띔했다. 

김고운 선수와 김우림 선수는 카시아스두술 데플림픽에 나란히 나선 대한민국 ‘사격 국대 남매’다. 

어릴 때 열병으로 청력이 떨어진 누나 김고운 선수가 먼저 사격의 길에 들어섰다. 중3때 소설 속 총싸움에 매료돼, 소설처럼 사격을 시작했다. 2015년에는 광주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해 비장애인 명사수들과 경쟁했다.

세 살 터울 동생 김우림 선수는 누나의 길을 그대로 따랐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누나 훈련장에 구경 갔다가 사격을 시작하게 됐다. 농아인에게 유리한 스포츠라고 들었다.”고 입문 과정을 소개했다.  

누나 김고운 선수는 “우림이가 매번 선발전에서 떨어지다 이번 데플림픽에 처음 출전했다. 메달색과 관계없이 메달을 땄다는 게 너무 기쁘다.”며 “내가 쏠 때보다 더 마음 졸였다. 동생이 좋은 결과를 내줘서 너무 고맙다. 오늘 어려운 상황이 많았는데, 우리 선수들도 우림이의 좋은 기운을 받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경기장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경기가 치러진 카시아스두술 사격장 시설에 국제 표준의 전자표적 장치가 개막 후 사흘이 다 되도록 설치되지 않았다. 

경기 일정은 이틀이나 미뤄졌다. 지난 4일 오전 비로소 첫 경기가 시작됐지만 역시나 전자표적 시스템은 없었다. 10년 전 종이표적지가 등장했고, 각국 코칭스태프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생뚱맞은 종이표적지 앞에서 선수들도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정확한 종이표적지는 한국선수단에 악재로도 작용했다. 데플림픽만 여섯 번째인 베테랑 사수 최창훈 선수(39, 경기도청)가 본선에서 8위 우크라이나 선수와 동점(608.0점)을 쐈으나 최종시기 점수가 낮아 9위로 밀려 8위까지 나서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사격대표팀 장성원 감독이 즉각 소청을 제기해 종이표적지 재검수를 요청했고, 그 결과 판정 오류가 발견됐다. 최창훈 선수의 점수가 608.7점으로 정정되며 전체 6위로 뛰어올랐다. 그러자 이번엔 ‘탈락 위기’에 놓인 우크라이나측이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주최측은 ‘재검수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결정을 재번복했다. 오후 1시 예정이었던 경기는 오후 3시가 다 돼서야 재개됐다. 

하지만 김우림 선수는 환경이나 시설을 일절 탓하지 않았다. 그는 “미흡한 대회 운영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어차피 다 똑같은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최)창훈이 형의 몫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데플림픽 금메달만 4개인 선배 최창훈 선수는 까치발을 든 채 결선 내내 ‘당찬 후배’ 김우림 선수의 선전을 응원했다.   

메달의 꿈을 이룬 순간, 김우림 선수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역시 어머니였다. 김우림 선수는 “어머니를 위해 열심히,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임했다.”고 썼다. 어머니 노은미 씨(50)는 보험설계사 일을 하며 ‘사격 국대 남매’를 강하고 반듯하게 키워냈다. 김우림 선수는 “금메달을 따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늘 믿어주고 뒷받침해주시는 어머니가 계시기에 사격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김우림 선수는 망설임 없이 “국제대회 금메달 석권과 국내 대회 금메달, 비장애인 국가대표로 올림픽까지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동생에 이어 누나 김고운 선수도 메달 ‘명중’ 

누나 김고운 선수(27, 전남장애인체육회)는 다음날인 지난 6일(한국시각)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결선에서 223.8점을 쏘며 빛나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숨 막히는 결선 사대, 이번엔 동생이 누나를 뜨겁게 응원했다. 김고운 선수는 첫 5발에서 50.3점, 10발에선 50.0점을 쏘며 8명의 선수 중 6위로 처졌다. 그러나 이후 2발씩 쏘는 순위결정 레이스에서 그녀는 놀라운 뒷심을 발휘했다. 긴장감에 19, 20점대가 속출하는 가운데 김고운 선수는 15·16발째 21.0점을 쐈고, 19·20발째 21.2점, 최고 득점을 쐈다. 4위 결정전에서도 흔들림 없는 격발로 살아남으며, 동메달을 확정 지었다. 

이번엔 동생 김우림 선수가 “너무 잘했다.”며 누나 김고운 선수를 끌어안았다.      

김고운 선수는 삼순 대회에 이은 두 번째 데플림픽 출전이다. 5년 전 삼순에선 공기소총 10m에서 4위로 아깝게 메달을 놓쳤고, 50m 소총복사에서 동메달을 따냈었다. 

동생과 함께 나선 데플림픽, 같은 종목에서 나란히 개인전 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격 남매의 꿈은 데플림픽을 넘어 올림픽에서 ‘남매 국가대표’로 비장애인들과 함께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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