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 보조 장비 지원사업 등 관련 예산 반영 없어
대형 멀티플렉스 3사를 위한 ‘시간 끌기’ 지적… 내년도 예산 반영 강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내년도 예산안에 장애인 동시관람 상영시스템 관련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장애인 동시관람(폐쇄형) 상영시스템 시범상영관 운영 및 수용성 조사는 시간 끌기가 아니다’고 주장하던 영진위가 2023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았다.”며 영진위에 예산안 수정을 요구했다.

앞서 영진위는 ‘장애인 동시관람 상영시스템 시범상영관 운영 및 수용성 조사는 영화관 사업자들이 장애인의 권리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상황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라는 장애인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지난 8월 영진위는 ‘해당 사업은 시간 끌기가 아닌 향후 장애인들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시·청각 보조 장비들을 상영관에 지원하는 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영진위로부터 제출받은 ‘영화진흥위원회 2023년도 예산 사업설명자료’에는, ‘시·청각 보조 장비 지원사업’과 같은 장애인의 영화 관람 편의와 관련된 신규 사업과 예산 편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글자막·화면해설 콘텐츠 제작, 장애인 영화제 지원, 온라인 가치봄 운영 등 장애인의 영화 관람 환경과 관련된 사업 예산은 ‘영화 향유권 강화’ 사업에 편성된다. 내년 예산안에는 해당 사업 예산으로 단 18억6,600만 원이 편성됐다. 

장애인 동시관람 상영시스템 시범상영관 운영 및 수용성 조사는, 지난 2016년 시·청각장애인 4명이 대형 멀티플렉스 3사를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차별구제 청구소송 2심 판결의 후속 조치로 진행된 영진위 자문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시범상영관 운영 발표 직후 장애인단체는 “이미 5년간의 소송 과정에서 우리 기술과 비용으로 장애인 영화 관람권 보장을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관련 연구와 조사는 여러 차례 진행했다.”며 “시범상영관 운영과 수용성 조사는 대형 멀티플렉스 3사의 편의를 봐주는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실제로 법원은 2심 판결문에서 ‘피고(대형 멀티플렉스 3사)의 모든 상영관에 스크린 당 2개 이상의 화면해설 수신기기와 2개 이상의 자막수신기기를 구비할 경우 약 81억7,116만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상영관의 범위를 300석 이상의 좌석수를 가진 상영관과 복합상영관 내 모든 상영관의 총 좌석수가 300석 이상인 경우 해당 복합상영관 중 1개 이상의 상영관으로 제한할 경우에는 예상 소요비용이 12억2,293만2,000원으로 감소하고, 이는 피고에게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당 상황에 대해 김 의원은 “판결문에 나온 것처럼 예상 소요비용을 약 12억 원으로 추산할 경우, 이는 영진위 전체 예산의 0.6%에 불과하다.”며 “사업 예산 확보의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수용성 조사를 진행해놓고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영진위가 대형 멀티플렉스 3사를 위한 시간 끌기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진위는 내년 예산안에 시·청각 보조장비 지원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점에 대해 장애인들에게 사과하고 반드시 내년 예산에 이를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