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종목 장애인선수, 지원 부족해 국가대표 포기하기도
“선수 지원, 기회 확대를 위해 선수들의 의견 청취해야”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장애인 맞춤형 지원을 실시하고 있지 않아, 그 피해가 장애인선수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에 따르면,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장애정도와 유형을 고려한 장애인선수 지원 지침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지침이 없는 이유에 대해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 선수의 제정 요구나 필요성 제기가 없었음’, ‘가맹단체는 스스로 필요성에 의해 제정하지 않는 한 별도로 보유하지는 않음’이라고 밝혔다는 것이 김 의원실의 설명이다.

장애인전문체육은 통합정보를 통해 특정 종목이나 장애유형에 편중된 지원을 하거나, 중증 장애선수가 배제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의2 제3항에서도, 대한장애인체육회는 대한체육회와 마찬가지로 선수, 체육지도자, 심판, 임직원의 인적사항, 소속 이력, 수상 정보, 경기실적, 징계 이력 등에 관한 세부 인적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이를 위해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대한장애인체육회의 통합정보시스템에서는 장애유형, 정도, 대회 실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단순 신원등록만 하고 있으며, 경기기록도 전산화되지 않아 가맹단체들은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대한체육회가 지난해부터 종목별 대회운영, 실적관리, 체육인 통합 이력관리 등이 일원화된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비인기 종목, 비주류 장애유형 선수 피해 ‘속출’… “맞춤형 지원 지침 필요”

특히, 이러한 부실 운영으로 장애인선수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시각장애인 사이클 선수 A씨는 매년 전국장애인체전에서 금메달을 휩쓸고 있으나, 아직 국가대표 선수가 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단체의 비인기 종목에 대한 무관심과 특정 장애유형에 편중된 지원 때문이라는 것.

장애인사이클 경기는 시각, 청각, 뇌병변장애인이 주로 참여할 수 있는 벨로드롬 경기와 지체장애인이 주로 핸드바이크를 이용해 참여하는 도로경기로 나눠진다. 

하지만 대한장애인사이클연맹 규정에 따라 국가대표 장애인사이클 선수가 되기 위해 참여해야 하는 3개 대회 중 한 대회에서 벨로드롬 경기가 아예 제외돼, 벨로드롬 경기가 주종목인 장애유형의 선수는 국가대표가 되길 강제로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장애인선수 A씨가 국가대표를 포기한 또 다른 이유는 생계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적인 수입을 위한 본업을 유지하기 위해 대한장애인사이클연맹에 국가대표 정기훈련에 대한 양해를 구했으나, ‘훈련에 참여하지 않으면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어 결국 국가대표를 포기해야 했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사이클 선수 중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실업팀 선수는 단 2명에 불과하다.

또한 트라이애슬론같은 비인기 종목의 경우, 가맹단체가 없다는 이유로 실력이 출중한 선수가 국가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출전해도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가 없는 실정이다. 

트라이애슬론은 다음 패럴림픽부터 정식종목이 되지만, 대한장애인체육회가 국가대표 선발전 없이 특정 선수를 선정하고 있어 공정한 국가대표 선발전이 치러져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현재 대한장애인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 중 가장 많은 장애인 예산을 확보한 단체로, 올해 기준 약 857억 원의 예산을 받아 약 285억2,000만 원의 예산을 32개의 가맹단체에 지원했다.

특히, 가맹단체 운영비의 대부분을 국비에서 충당하는 만큼, 대한장애인체육회에는 가맹단체를 철저히 관리감독할 뿐 아니라 유형별 장애인체육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해 우수한 장애인선수와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책임이 요구된다.

김 의원은 “올해 열린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서 우리나라가 노메달에 그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실력 있는 장애인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되길 포기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한장애인체육회는 방만한 운영으로 차별받고 배제되는 장애인선수들, 특히 중증 장애인선수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장애유형과 정도별 맞춤형 지원이 없다면 대한체육회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장애인선수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통합관리시스템 구축과 장애인 맞춤형 지원 지침을 마련하고, 비인기종목이나 비주류 장애유형의 선수 지원, 기회 확대를 위해 선수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종합 실태조사와 설문조사를 실시해 명확한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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