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행렬을 멈춰라

2006-07-01     정혜문
▲ 고인들의 영정을 들고 빨간 리본을 단 장애인들이 광화문까지 행진하고 있다. ⓒ2006 welfarenews

인천 활동보조인제도화 움직임의 도화선이 됐던 故 박기연 씨, 안마사 사태로 목숨을 끊은 故 변경애 씨, 사랑의집 기도원 희생자들...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회를 비판하며 더 이상 장애인의 죽음을 두고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합동추모대회가 지난 28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개최됐다.
▲ 행진 현장 ⓒ2006 welfarenews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제9회 장애인차별철폐 행동의 날을 맞아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장애인수용시설 확충 반대 △시각장애인 생존권 보장을 기치로 합동추모대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김영희 대표는 “우리는 가슴에 빨간 리본을 달고 있다”며 “붉은 피로 당당한 권리를 말하고 있다. 더 이상 죽어가는 장애인이 없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시각장애인청년연합회 권순철 씨는 “안마업은 시각장애인에게 유일한 생존 조건”이라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어렵게, 힘들게 살아가다가 죽어야만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 고인의 넋을 기리는 춤사위 ⓒ2006 welfarenews
전장연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기본적 생존의 권리를 박탈당하며 죽음의 경계선에서 내몰리고 있는 수많은 장애인들에 더 이상 사회적 타살이 자행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며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 수용시설 정책 등 정부의 살인적 장애인 정책에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전장연은 기자회견 이후 광화문 네거리까지 행진, 교보생명 앞 횡단보도에서 합동추모제를 진행했다. 죽어간 장애인들을 상징하는 관을 놓고, 희생자들의 영정을 빙 둘러 세운 후 참가자들은 각자 가슴에 단 빨간 리본을 관에 달았다. 붉게 물든 관 위에 흰 국화를 놓고 고인의 넋을 기리는 부네굿이 펼쳐졌다. 한바탕 춤사위가 끝난 후 관과 영정을 태우는 화형식이 거행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 측이 소화기를 분사하려 해 전장연 측과 마찰이 연이어 일어나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 붉게 타오르는 관 ⓒ2006 welfarenews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홍구 부회장은 정리발언을 통해 “고인의 넋을 기리는 마당에 소화기 분사가 웬 말이냐”며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동물의 왕국을 인간적인 세상으로 바꾸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