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알지 못하는 힘에 이끌려 이전 삶과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 같아요.”
활달한 성격에 당찬 김진희(36·지체 3급)씨는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디자인을 전공한 전문직 여성으로, 부러울 것 없는 소위 잘 나가는 미술학원 원장이었다. 그러나 예고없이 찾아온 사고는 김씨에게 한쪽 팔과 다리, 왼쪽 얼굴의 심한 상처를 안겨 주었고 그녀의 삶은 하루아침에 180도 바뀌어 버렸다.
오랜 중환자실 생활을 마치고 얼마나 다쳤는지를 인지하게 됐을 땐 차라리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단다.여자에게 있어 미모는 능력이란 말과 상통하는 사회 통념에서 얼굴에 입은 심한 상처와 오른쪽 무릎 아래로 절단된 다리는 곧 사형 선고와 마찬가지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그녀에게 98년 12월 언니가 건네준 신문 한쪽의 ‘에이미 멀린스’에 관한 기사는 그녀로 하여금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두 다리에 의족을 끼고도 모델과 육상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에이미 멀린스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에게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다. 더욱이 사진속의 그녀는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의족인지 알 수 없었던 의족을 착용하고 있었다.
당시 김씨는 퇴원하면서 병원에서 맞춘 의족 땜에 한창 고생을 하고 있던 터였다. 무겁고, 애프터서비스도 되지 않는 의족이 오히려 짐이 될 정도로 고생스러웠다. 김씨는 “그 사진을 본 순간 너무너무 그 다리가 갖고 싶어 견딜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영국의 저명한 보장구 전문 병원인 도셋 병원을 찾게 되었고 그곳에서 보장구 이상의 기능을 겸비한 다리를 얻게 되었다. 자신감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그녀는 경험에서 터득한 각종 의족, 의수 관련 정보의 전도사가 되어 자신과 같은 새로운 삶을 절단장애인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을 돕는 시민단체 지구촌나눔운동 사업이사로 활동하며 필리핀과 베트남 등지에 휠체어와 의족, 의수 등의 나눔 운동하고 있으며 KBS 제3라디오 고정 패널활동과 데코(www.uk-ortho.co.kr)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의수, 의족에 대한 정보와 성공한 절단 장애인들의 미담을 전하고 있다.
김씨는 “새로 시작된 삶은 숨어 있던 내가 에이미 멀린스를 보고 그러했듯이 나의 사례를 통해 여성장애인을 사회로 끌어내라는 사명감을 부여한 것 같다”며 “앞으로 절단 장애인들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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