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보건소가 도시 영세민을 만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보건소는 보건소법에 의거 "국민건강의 향상과 증진에 기여... 구강 위생... 장애인의 재활 업무를 담당"하도록 돼 있으나 특히 장애인들의 경우 진료를 거부당하는 일이 있고 보건소 이용자들은 보건소 의료의 질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기능 못하는 보건소
건강세상네트워크(대표 조경애)가 지난 7월 14일부터 한달간 서울시 관악구, 구로구를 비롯한 7개 구 보건소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월소득 3백만원 이상인 경우 보건소 이용 만족도가 56.1%, 불만족도가 4.5%로 나타난 반면 월소득 1백만원 이하인 경우 만족도가 48.2%, 불만족도가 11.2%로 나타나 저소득층의 보건소 이용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성억 강북구보건소장은 “주민들은 보건소에서 받는 진료와 공공병원에서 받는 진료에 질적 차이가 있어 공공병원을 선호한다”며 “그러나 공공병원은 민간대형병원에 뒤지지 않는 비용부담을 안겨줘 저소득층은 이래저래 진료를 차단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소장에 따르면, 서울시가 운영하는 4개소 시립병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공공병원들은 시민의 건강보다는 오로지 경영상의 수지균형만을 추구하고 있다.
보건소가 지역주민들을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것은 인력부족에도 원인이 있다. 서울시 경우 자치구 당 평균인구가 40만을 초과하는데 보건소 당 직원수는 평균 60명에 못 미친다. 이를 비슷한 인구규모의 일본 동경과 비교해보면 보건소 수는 서울이 25 동경이 52, 보건소가 담당하는 인구는 서울이 40여만, 동경이 20여만으로 차이가 나 서울시 보건소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건소, 장애인 치과진료 거부
구로건강복지센터 곽은정 사무차장은 “보건소에서 치과 진료를 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의 치과진료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특히 발달장애, 자폐, 뇌성마비 아동들은 보건소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의 경우 장애 특성상 몸을 심하게 움직이거나 고함을 질러 비장애인에 비해 많은 인력이 요구되는데 보건소 치과에는 의사 한 명 또는 보조자 한 명이 더 추가되는 정도다. 또 의사들의 장애인에 대한 경험부족이 장애인 치과 진료를 차단하는 주된 이유다.
장애인생활시설 ‘브니엘의 집(정신지체장애 등 28명 거주)’ 박상준 원장은 “후원금만 있으면 차를 타고서라도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편”이라며 “치과 진료는 보건소에서 거절당해 자원활동가들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보건소에서는 의료사고를 핑계로 장애인들 치료를 잘 안 하려고 한다”며 “자원활동가들이 봉사에 나서는 의사와 간호사를 모시고 시설로 와서 도와준다”고 했다. 박 원장은 서울은 봉사자들이 많지만 그렇지 못한 다른 지역 시설에서는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는 장애아동들이 있다는 소식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치과 진료의 어려움을 알게 된 구로건강복지센터(대표 박혜경)는 사무실 한켠에 치과 진료실을 마련, 장애인들의 무료 치과 진료를 보고 있다. 올해 정식으로 문을 연 이 치과진료실은 시설장애인 및 저소득 재가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토요일마다 진료를 실시한다. 이 진료실이 문을 연 후로 보건소는 치과를 찾아온 장애인들에게 으레 “센터로 가라”고 말한다고 한다.
취약계층 욕구 충족시켜야
저소득층 및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와 같은 취약계층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보건소 기능의 부활이 시급하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사에 의하면 보건소 전체 업무 중 진료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며 건강보험가입자는 보건소 진료부담이 적어 보건소를 찾지만 의료급여 수급자는 진료부담은 같기 때문에 보건소보다는 질적으로 신뢰가 가는 일반 병원을 더 선호한다. 관악사회복지 홍선 사무국장은 “지역 주민들의 특성에 맞는 보건지소가 확충돼야 한다”며 “빈곤계층의 장애인, 요보호어린이, 외국인노동자 등을 위한 건강지원사업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치료개념을 넘어서 지역주민의 건강을 수시로 관리하고 예방하는 차원에서 찾아가는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안
이러한 욕구에 부응해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지역주민이 접근하기 용이하고 주민의 건강을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보건지소(가칭 ‘주민보건센터’) 설립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범사업으로 04년도 전국 80개 보건지소를 설립할 예정이며, 보건지소가 운영되면 현재 보건소 당 40~50여만명 지역주민을 담당하는 인력난이 완화돼 지역주민 개인의 요구에 접근하는 의료 및 건강강화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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