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딸 버들이의 일상을 담은 "울타리 넓히기"의 황선희 감독 
딸이 짝사랑에 빠진다.
아이의 고민을 듣는 엄마는 그 고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딸의 삶을 담는다. 그 과정에서 딸을 감싸고 있는 자신의 울타리가 좁았음을, 딸이 오히려 자신을 세상으로 내보내줬음을 깨닫는다. ‘울타리 넓히기’는 그렇게 출발했다.
제6회 서울여성영화제(WFFIS 2004) 아시아 단편경선부문 본선에 진출한‘울타리 넓히기’는 정신지체 다운증후군을 가진 버들이(여․ 23)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다. 영상을 통해 버들이와 세상을 소통시키고 아울러 자신(버들이의 부모이자 감독인)의 울타리도 넓히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딸의 장애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과정과 자식에 대한 자신의 역할을 ‘울타리’에 비유하고 있는 것.
‘울타리 넓히기’의 황선희(여․ 50) 감독은 자신이 특별한 일을 한 사람도, 대단한 사람도 아니라며 ‘감독’의 칭호를 낯설어 한다.
하지만 자신의 딸이 다운증후군에 선천성 지체장애까지 안게 됐다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인데 덤덤하게 풀어낸 특별한 사람이다. 오로지 “딸이 좋아해서”라는 이유로 중년이 훌쩍 넘은 나이에 카메라를 들고 일상을 담기 시작했다. 딸을 담고, 세상을 담은 지 10여년이 지났다. 
황 감독은 현재의 자신은 아이가 자신을 세상으로 내보내 준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를 별로 본 적도 없는 자신이, 영상에 뛰어든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든 주부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다 딸의 덕이라며 “딸이 오히려 자신의 울타리를 넓혀주었다”고 말한다.
처음 딸의 장애를 알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말하는 황 감독은 힘든 모습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몸으로 오는 고통을 감출 수 없었단다.
시간이 지나 이제 좀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을 때 버들이가 고관절탈구로 지체장애까지 안게 됐고, 다시 한번 마음 아파해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황 감독은 “감당할 만한 힘이 있을 때 오히려 그 일이 일어난 것에 감사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아이’에 대한 사랑에서 황 감독과 영상이 첫 만남의 계기였다.
병원에 자주 입원해야 하는 아이를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버들이를 위해 버들이가 학교에 처음 등교한 날, 장애인의 날 공연, 운동회 모습 등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상미디어센터의 장애인미디어교육,  중부여성발전센터의 디지털영상편집 과정에 참여하면서 영상제작 과정 전반을 익힐 수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풀꽃같은 작은 이야기’가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웹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지만 홈페이지에 필요한 동영상 등을 접하다보니 어느덧 영상편집을 넘어 이젠 자신의 이야기를 필름에 담아낼 수 있게 됐다고.
“영화에 대한 관심은 어떤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이지 뭐가 되려고 작업을 한 것이 아니었다”며 “영상이 이미 내 일상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영상만을 고집하진 않겠다.”고 “그게 뭐든 아이를 위해 울타리를 넓힐 생각”이라고 밝힌다.
딸이 짝사랑에 빠진다. 고민을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엄마와 딸 사이에 이제 ‘장애의 거리’는 없다.
영화 울타리 넓히기는 여성영화제 기간인 오는 5일 1시, 오는 8일 5시에 신촌 녹색극장에서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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