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수화 중 일상생활과 밀접한 서술어와 동물영역이 가장 비슷하며 분단 이후 신생ㆍ변이된 정치ㆍ군사ㆍ지명영역의 단어들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6일부터 19일 수원 창훈대교회에서 열린 2006 장애인선교엑스포에서 영락농인교회 손천식 목사가 ‘남북한 수화비교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05년 세계밀알연합회를 통해 입수한 조선장애자지원협회(북한 장애인 지원단체)에서 발간한 ‘손말학습’과 도서출판 한국농아인협회의 ‘한국수화’에 수록된 남북한 수화어휘를 비교분석한 것이다.

연구 결과, 현재 남북한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화 어휘 가운데 분단 전 농인들이 학교 교육과 농인단체 활동을 통해 표현된 동사ㆍ형용사, 동물의 표제어가 변이를 거치지 않고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손 목사는 “행동의 움직임이나 상태 표현이 매우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실현한 데서 비롯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론했다.

손 목사는 또 “음식ㆍ날씨ㆍ자연에 관련된 수화도 일상생활에 매우 밀접한 수화로 고정화되었거나 익숙해져 있으며 지역ㆍ역사적 상황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반면 남북의 국가 정체성 차이에서 오는 정치ㆍ군사ㆍ지명과 연관된 수화가 가장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사전에 수록된 사상(~주의)에 대한 표제어의 수는 대략 20가지가 넘으며 혁명렬사, 영예군인 등 남한수화사전에서 전혀 볼 수 없는 북한에서만 쓰이는 어휘들도 많다.

지명 역시 분단 이후 신생된 어휘들이 많으나 부산, 서울과 같은 남한의 대도시명은 분단 이전과 똑같이 사용하고 있어 남북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문자의 경우 모음은 유사한 것이 많은데 비해 자음은 ㄱ, ㄴ, ㅇ을 제외한 모든 음소가 다르다. 그러나 지숫자는 ‘만(萬)’ 이외의 숫자표현이 동일하며 기수와 서수표현이 같다.

남북한 수화의 특징 중 하나는 한 형태소 내에서 의미는 같지만 손의 모양, 손의 위치, 손의 움직임, 손의 방향 등 매개변수가 달라진 이형태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안녕(인사)’을 나타내는 손의 위치, 손의 움직임은 같지만 남한에서 양손의 주먹 바닥(손의 모양)은 아래로 향하고 있는 반면 북한에서는 양손의 주먹 바닥(손의 방향)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분단 이전 ‘안녕’, ‘계시다’로 사용됐던 수화가 북한에서는 고정화되었고 남한에서는 손의 방향이 변형된 형태다.

단어 형성에 있어서도 남북한의 복합어의 의미 구조가 다르며 실질형태소 간의 결합방법(합성법)에 있어서 선택하는 어휘가 동일하지 않다.

손 목사는 “북한의 수화도 한국수화의 뿌리를 같이 두고 있어 공통어휘들을 찾을 수 있었으며 그때마다 뜨거움과 기쁨을 느꼈다”고 전했다.
또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북한 수화에 대한 비교연구가 다양한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통일이 되는 날 남북의 청각장애인들이 만나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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