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장애계서 한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협의체가 필요하다.”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 설립이 본격 추진된다. 사회복지법인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설립추진위)는 28일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사무실서 기자회견을 갖고 협의회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설립추진위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한국장애인부모회 등 5개 단체로 구성됐다.

설립추진위는 협의회 설립추진 배경에 대해 △법정기구의 사문화 △분열된 장애계의 현실 △장애운동의 방향성 등을 들었다.

설립추진위는 “현재 법정기구는 장애인복지진흥회와 협의회, 두 가지가 있는데 진흥회는 장애계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협의회는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됐으나 사문화되고 있다”며 “장애인정책 결정 과정에서 장애인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그릇이 완성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2000년 개정된 장애인복지법 54조는 ‘장애인복지단체의 활동지원과 장애인의 복지증진을 위해 협의회를 설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협의회는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한 사회복지법인으로 설립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설립추진위는 또한 장애계의 분열 양상을 지적하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연합회)로 양분돼있는 현실을 이용해 장애계의 갈등구조 심화와 함께 통합이 저해됐다. 장애계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협의회 구성의 당위성을 제시했다.
장애운동의 방향에 대해서는 “장애운동을 사회운동으로 확산시키는 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장애인당사자와 부모가 중심에 서서 사회의 지원을 유도하는 협의회 구성은 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협의회 설립이 또 다른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은 “연맹과 연합회로 나눠진 현 시점에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정부가 이러한 갈등구조를 이용하기도 했다”며 “협의회는 분열된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통합을 유도하는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답변했다.

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교통장애인협회 임통일 회장은 “연맹과 연합회는 이념과 설립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두 단체의 통합을 강제할 수 없는 것”이라며 “협의회는 연맹과 연합회를 떠난 장애인의 권익대변기구라는 점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립추진위는 협의회는 열린 기구라는 점을 강조하며, 다른 단체들의 가입을 유도해 협의회 구성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협의회 구성을 의무화하는 규정이 삽입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실의 김용환 비서관은 27일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협의회 구성은 장애인단체에 대한 정부지원의 길을 여는 의미를 갖는다”며 “장애인단체는 사단법인이므로 운영비를 지원받지 못해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따라서 합법적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협의회 구성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설립추진위 결성에 대해 김 비서관은 “장애인복지법개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하면 이번 정기국회 때 논의될 예정”이라며 “이러한 시점에 발맞춰 설립추진을 공표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협의회가 정부지원을 받을 경우 관변단체로 전락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김 비서관은 “가능하다. 실례로 사회복지협의회의 경우 관변단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현실”이라면서도 “현재 연맹과 연합회 둘로 분열된 시점에서 장애인단체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협의회 구성은 중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